* 악(몹쓰리)의 문제/ 정당방위

정당방위의 범위를 넓혀야_강원도민일보

사이박사 2014. 11. 4. 11:34

정당방위

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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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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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혼자 사는 한적한 집에 우람한 남자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불안을 느낀 이 여성은 경찰전화를 걸어 “제 손에는 총이 있는데요, 저 남자가 집으로 들어오면 이 총으로 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경찰은 “제가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해야 하겠죠.”라고 답했다. 정당방위에 대한 적용범위가 넓은 미국 얘기다. 아마도 미국은 스스로 지켜야 했던 서부 개척시대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인 듯싶다.

2012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자경대원으로 지역을 순찰하던 29세의 짐머만편의점에서 17세의 흑인 소년 마틴과 말다툼을 벌이다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짐머만은 마틴이 먼저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살해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짐머만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살인 등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숨진 마틴은 짐머만의 주장과 달리 티셔츠 차림에 음료와 사탕만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당방위 범위를 넘어 인종차별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그런데 미국과 달리 지난 달 26일 이란에서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살해한 20대 여성이 살인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여성은 2007년 이란 정보기관 요원 출신인 한 남성의 성폭력 시도에 저항해 상대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 여성은 국제 인권단체의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사형이 집행되고 말았다. 국제앰네스티는 “그녀의 사형집행은 이란 인권역사의 핏자국이자 정의에 대한 모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주에 사는 20대 집 주인이 집안에 들어온 도둑을 때려 뇌사상태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1심 법원이 과잉방위라며 집 주인에게 실형을 선고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정당방위는 자신이나 남에게 가해지는 급박하고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한 가해 행위를 이른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이번 판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76.2%가 무죄라고 한 반면, 유죄라는 응답은 10.9%에 불과했다. 정당방위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때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위원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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