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몹쓰리)의 문제/ 정당방위

국민 10명중 7명 '도둑 뇌사' 집주인 '정당방위'

사이박사 2014. 11. 4. 11:32

국민 10명중 7명 '도둑 뇌사' 집주인 '정당방위'

법원 '무죄' 판결 내려야 76%…'과잉방어' 10% 불과…전문가들 "기준·요건 세분화, 현실화 절실"

기사입력 [2014-11-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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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 질문 답변하는 황교안 장관
최근 ‘도둑 뇌사 사건’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정당방위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답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아시아투데이 차수빈 대학생 인턴기자 = 최근 20대 청년이 자택에 침입한 50대 절도범을 빨래 건조대로 내리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은 이 청년이 흉기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정당방위 기준과 범위를 어디까지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 사회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 10명 중 8명 가까이는 집주인이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답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정당방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MB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해 조사한 ‘도둑 뇌사’ 사건 집주인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 국민 76.2%는 ‘정당방위라고 생각하고 무죄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지나치게 가혹한 대응으로 뇌사 상태가 된 만큼 유죄가 맞다’는 의견은 불과 10.9% 밖에 되지 않았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총기 소유까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정당방위를 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 침입 경우에도 총을 쏘는 행위를 방어로 보고 기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정당방위 요건에 따르면 상대의 폭력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폭력을 행사해야 하고 상대가 폭력을 멈추면 방어용 공격 역시 멈춰야 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당방위 타당성 여부의 가장 큰 기준은 두 침해되는 법익의 균형성을 따진다. 침해되는 법익과 물리치려는 법익 사이에 균형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당한 침해가 종료됐음에도 공격이 계속됐고 방어 의사를 넘어서 보복성 공격에 이르렀다면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대법원·감사원·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도둑 뇌사 사건’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플라스틱 빨래 건조대를 국감장에 가져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법사위원장 등에게 들어보라고 한 뒤 질의를 시작했다. 

“별로 안 무겁다”는 이 위원장의 반응에 박 의원은 새끼손가락으로 빨래 건조대를 직접 들어올리면서 “대한민국 법이 도대체 누구 편인지를 말하고 싶다. 이 빨래 건조대를 검찰과 법원에서 위험한 물건, 즉 흉기로 의율해 실형을 선고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아무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옆에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스스로 자기 집을 지킨 것”이라면서 “범죄자들에게는 관대하고 아량 베풀면서 말도 못하게 어려운 청춘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감옥에 넣는 것인가. 이게 대한민국 법이고 정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1심 판결은 정당방위도, 과잉방어도 아니고 그야말로 범법행위라고 해서 감옥에 처넣은 것”이라면서 “정당방위는 아니라고 쳐도 과잉방어를 인정해서 형을 감면해줘야지, 집주인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법이 얼마나 야박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도둑에게 먼저 ‘흉기를 들고 오셨냐’, ‘물건만 훔치려 오셨냐’, ‘그냥 도망치실 것이냐’, ‘몇살입니까’, ‘혹시 어디 아픈 곳이 있느냐’라고 물어봐야 한다고 네티즌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 장관은 “이 사안에서는 제압한 이후에도 아주 과한 폭행을 해서 결국 뇌사에 가까운 중상을 입힌 점을 감안해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절도범이 도망가려고만 했는데 그 이후에 과하게 대응해서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것은 정상적인 방어 범위를 넘었다고 한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적정하냐 여부는 상급심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도 정당방위인지 과잉방어인지에 대해 박 처장에게 다시 묻자 “개인적인 견해를 국감 중 발언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정당방위 요건이 적용되는지가 항소 이후의 주된 요점”이라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공격적 방어는 범죄인가, 급박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위기 모면을 위해 당연히 공격적일 수 밖에 없지 않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박 처장은 “도망가려는 사람이었는데 과잉 대응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답했다. 이에 노 의원은 “도망가는지, 칼 가지러 가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러니 더 큰 화를 당하기 전에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오히려 범죄자가 피해자가 되어 버린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형법이 정한 정당방위의 성립 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다소 비현실적이며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엄격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당방위 요건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으며 장소와 상황, 가해의도 등에 따라 세분화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자신을 방어하려다가 폭행 가해자로 몰리는 ‘억울한 국민’들이 생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kjw@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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