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 중 하나를 꼽으라면, 현대 히브리어의 부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히브리어 부활의 일등 공헌자로는 단연 현대 히브리어의 아버지라 불리는 엘리에제르 벤예후다Eliezer Ben-Yehuda가 꼽히지만, 사라져 가던 언어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의 밑바탕에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다. 벤예후다와 더불어 여러 문법학자와 다양한 분야의 교사들이 힘을 모아 '히브리어위원회Vaad Halashon'를 조직해 새로운 어휘를 만들고 각종 히브리어 출판물을 발간했는데, 이는 오늘날 '히브리어 아카데미Haakademiya lelashon haivrit'의 전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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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히브리어 아카데미
히브리어 아카데미는 이스라엘의 공식 언어이자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히브리어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정부 기관이다. 히브리어 아카데미가 내건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다.
1) 전 시대에 걸친 히브리어 어휘 수집ᆞ연구
2) 히브리어의 형태와 그 역사 연구
3) 히브리어 어휘와 문법, 철자, 음역 등의 자연적 발전 과정 안내
위에 언급된 주요 목적 중 세 번째 목적은 히브리어 아카데미에서 담당하고 있는 문법과 철자, 문장 부호 등 규칙을 결정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오늘날의 히브리어는 단지 한 시대의 구어를 되살린 것이 아니라 성서가 기록된 시대의 성서 히브리어부터 성서 시대 이후의 히브리어, 즉 미슈나와 탈무드가 기록된 랍비 히브리어, 그리고 중세 히브리어까지 다양한 시대의 흔적이 축적된 것이다. 형태론에 있어서는 대체로 성서 히브리어의 규칙을 따르고 있지만, 성서라는 제한된 말뭉치Corpus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어휘를 모두 충족시킬 수가 없다. 따라서 신조어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원리를 따라 새로운 말을 만들게 된다.
1) 성서와 미슈나, 탈무드, 그 밖의 중세 랍비 문헌에 기록된 고대 히브리어 어휘들을 최대한 살릴 것
2) 위에 언급된 1차 자료에서 현대 어휘와 상응하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면, 히브리어와 같은 계열인 북서 셈 어족North-West Semitic에 속하는 아람어Aramaic 문헌을 활용할 것
3) 완전히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야 할 때에는, 고대 언어에서 쓰인 어근을 기본으로 하여 새 어휘에 적용할 것
세 번째 원리는 히브리어를 비롯한 셈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언어적 특징을 기반으로 한다. 말하자면, 모든 히브리어 어휘는 그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가 담긴 어근과 단어의 틀을 형성하는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a-d-m’이라는 어근은 ‘붉은색’을 의미하는데, 이 어근을 질병을 뜻하는 패턴에 대입하여 ‘ademet’ 즉 ‘홍역’이라는 새 히브리어 어휘를 고안해 낸 것과 같은 방식이다.
히브리어 역사 사전 편찬 사업
히브리어 아카데미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는 바로 히브리어 역사 사전 편찬 사업이다. 가장 오래된 기록에서부터 최근의 문서까지 망라하는 히브리어 어휘의 역사와 그 발전 과정을 수록한 초대형 사전 사업이다. 1956년에 사전 사업의 첫 편집자였던 제에브 벤하임Zeev Ben-Hayyim 교수의 주도로 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고대 자료로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1100년에 이르는 방대한 문헌을 수집했는데, 여기에는 비문이나 동전에 기록된 히브리어는 물론, 사해 사본 두루마리도 포함되었다. 1750년 이후에 기록된 현대 문헌 자료에 대한 작업은 1969년부터 시작되었다. 현대 히브리어 문학에 크게 기여한 멘델레 모체르 스포림Mendele Moicher Sforim, 하임 나흐만 비알릭Haim Nahman Bialik, 슈무엘 요세프 아그논Shmuel Yosef Agnon의 작품은 전집이 말뭉치로 포함되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약 50년이 지난 2005년, 사전 표제어를 만들기에 충분한 자료가 수집되었다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현재까지 고대 문헌에 해당하는 말뭉치는 대부분 분석을 마친 상태이며, 현대 문헌 자료는 백여 명의 작가들이 남긴 600개가 넘는 작품에 대한 분석이 진행 중이다. 2006년부터는 사전 데이터베이스를 인터넷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하여 히브리어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검색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http://hebrew-treasures.huji.ac.il. 여기에는 용어 색인 기능까지 제공하여 그 유용성이 상당하다.
대중과 소통하는
히브리어 아카데미 누리집
히브리어 아카데미의 주요 과제는 히브리어 연구와 정책 결정이지만, 히브리어를 구사하는 대중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여긴다. 히브리어에 관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누리집http://hebrew-academy.huji.ac.il을 통해 검색하거나 직접 질문할 수 있으며, 아카데미의 결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또 최근에는 '할루폰Halufon'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는데, 히브리어에서 사용되는 외래어를 검색하면 그에 상응하는 고유 히브리어 단어를 보여 준다.
기나긴 역사와 방대한 양의 문헌이 증명하듯, 히브리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언어를 지켜 내고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 주려는 노력이 히브리어 아카데미를 통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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