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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민족마다 고유의 기원 설화와 신화를 가지고 있다_박근혜

사이박사 2014. 5. 16. 15:42

넓은 지역, 수많은 민족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민족마다 고유의 기원 설화와 신화를 가지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그 민족의 언어를 통해 후세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에 오늘날 인도네시아에는 아주 많은 신화와 설화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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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민족 기원 설화
 

인도네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중동, 인도, 중국, 폴리네시아 등 주요 문화권을 이어 주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주변국의 영향을 깊게 받아 왔다. 그 결과 각 민족의 문화와 설화들은 각기 그 시기를 풍미하던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의 외래 문화와 결합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외세와의 교류가 많지 않았던 내륙 지방 또는 밀림 등 비교적 최근까지 다른 문화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지역에서는 민족 기원 신화에서 외세 문화의 성격을 찾아보기 어렵고 매우 독자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힌두 문화와 자바족 기원 설화
 

인도네시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바 섬의 자바족 및 순다족의 경우는 서기 1세기경 인도에서 전래된 힌두-불교 문화의 영향으로 언어와 문화 등 곳곳에서 그 흔적이 나타나며, 국민의 8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지만 그들의 문화의 밑바탕에는 여전히 힌두-불교적 요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자바족의 민족 기원은 힌두교와 관련이 깊다. 자바족의 기원은 힌두교 최고 신으로 알려진 ‘시바Siva’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바라타 구루Barata Guru’가 힌두계 신인 브라마Brahma와 비슈누Vishnu에게 자바 섬에 사람을 채워 넣으라고 명령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당시 인도네시아는 섬으로서 태평양에 떠다니는 배와 같았기 때문에 힌두교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는 상상의 산으로 신들이 머문다고 믿었던 스메루 산Semeru山을 끌어와 육지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비슈누 신은 거대한 거북이로 변하여 스메루 산의 일부분을 그의 등에 싣고 오게 되고, 브라마 신은 큰 뱀으로 변해서 거북이로 변한 비슈누의 위에 올라타 한쪽은 목을 감고 나머지로는 스메루 산을 감싸서 안전하게 자바까지 옮겨 오게 된다. 자바에 도착한 스메루 산은 자바 동부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오면서 일부분을 잘라서 작은 화산인 파위트라Pawitra라는 산을 만들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 이후 자바 섬은 둥둥 떠다니던 섬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바뀌게 되었지만 처음 자리를 잡았던 때에는 큰 괴물들만 살았다. 이에 아지 사카Aji Saka가 괴물들을 물리치고 처음으로 왕국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담아 시를 썼는데 이 글이 바로 나중에 자바어의 원형인 하나차라카Hanacaraka가 된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어에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산스크리트어계 어휘들이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자바어도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를 모태로 하는 언어이고, 사용하는 문자도 남인도 계열의 팔라바Pallava 문자를 원형으로 하는 카위Kawi 문자가 발전된 것이다. 이슬람교의 전래와 함께 들어온 아랍어, 네덜란드어, 말레이어로부터도 많은 어휘를 빌려왔지만 산스크리트어만큼 강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고, 그나마 영향을 미친 아랍어도 대부분은 이슬람교와 관련된 것들이다.

 
발리의 로고와 산스크리트어에서 기원한 표어 샨티 샨티 샨티 샨티는 평화하는 뜻


 
 
 

 

산스크리트어와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현대 인도네시아어

 

현대 인도네시아어에서 산스크리트어와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말들은 지금도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인도네시아 항공사인 ‘가루다 인도네시아’의 ‘가루다’도 산스크리트어에 기원을 둔 말로서 ‘거대한 전설의 새’를 뜻한다. 또한 과거 인도네시아의 2만 루피아짜리 지폐에는 코끼리 형상을 한 힌두교의 신 가네샤Ganesha가 새겨져 있다. 아직 힌두교가 주요 종교로 남아 있는 발리의 지방 정부의 상징 구호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말을 차용하여 ‘샨티, 샨티, 샨티’로 정하고 로고도 힌두 문화를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수도 자카르타에는 힌두교 신화 속 영웅들을 모티브로 한 대규모 동상들이 시내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 여기서도 산스크리트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가톳가차Ghatotkacha, 비나Bheena, 크리슈나Krishna 등 힌두교의 영웅 신들은 각 단체와 군대의 상징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의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자카르타에 있는 영웅 신들의 동상 사진. 위부터 비나, 크리슈나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오늘날에도 산스크리트어를 바탕으로 하여 각종 조어가 이루어지는 점 등을 우리 언어에서 한자어가 차지하는 의미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언어와 문화가 산스크리트어뿐만 아니라 이슬람ᆞ힌두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그들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_박근혜
경희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기악과를 전공하였다.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에서 국외 통신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인도네시아의 언어와 문화를 한국에 전달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