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의 어린이 교육에는 여러 가지 장애 요소가 있다. 가난, 열악한 주거 환경, 사회적인 고립, 차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 이런 장애 요소에서 발생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독일 정부는 여러 가지 지원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어린이의 환경을 우선 고려하는
언어 교육 프로그램
장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가정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은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정상적인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뒤처지기 쉽다. 외국계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해당 나라의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함으로써 학업 성적이 떨어지고, 학습 부진은 직업 교육 기회나 취업 기회의 감소로 이어져 여러 가지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이와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다문화 가정 자녀의 독일어 습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어린이의 독일어 조기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서유럽에서 진행된 최근의 연구 결과는 어린이의 언어 능력 향상에만 집중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의 모어또는 부모의 언어를 무시하거나 어린이가 자라고 있는 환경가정, 이웃, 유치원, 학교을 무시한 채 언어 교육만 지원할 경우 처음에는 언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교육 과정이 끝난 후 몇 달만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어린이가 살고 있는 환경을 고려하며 부모와 연계하여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언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유아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루크자크 모델Rucksack Modell’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외국계 어머니들이 가정에서 자녀의 언어 능력 향상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책, 그림책, 놀이 등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자료들은 독일어, 터키어, 러시아어, 아랍어, 이탈리아어로 지원된다. 이 프로그램은 만 4세부터 6세까지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이 부모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일어 학습을 지원하며, 일반적인 어린이 성장 발달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모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자녀가 독일어를 배우는 데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와 부모가 상호 협력하고 교육에 부모가 참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부모가 자녀 교육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의 언어와 독일어를 동시에 배우는
어린이 언어 교육 프로그램 ‘루크자크 모델’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루크자크 모델에서는 가족, 음식, 신체, 유치원 생활 등 어린이의 일상적인 주제를 다룬다. 각 주제에 따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집에서 부모의 언어로 할 수 있는 공작 활동, 그림책 같이 보기, 동요, 놀이 등의 자료가 마련되어 있고, 이 자료들을 유치원에 비치해 부모들이 빌려 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루크자크 모델은 “어머니들이 어머니를 도와요”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으며, 각 지방 자치 단체는 이에 따라 우선 지역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랍계, 터키계 어머니들을 ‘지역 어머니’로 선발하였다. ‘지역 어머니’는 출신국 언어와 독일어를 잘 구사하고 지역 사정을 잘 알며 자녀들이 유치원을 다니고 유치원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학부모 중에서 선발하고 있다.
‘지역 어머니’들은 일주일에 2시간씩 루크자크 모델 책임자로부터 활동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루크자크 모델에서 제공되는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 교육학 지식에 대한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루크자크 모델 책임자에게 교육을 받은 ‘지역 어머니’는 1명당 6~9명 정도의 어머니를 모아 유치원 내의 정해진 공간에서 일주일에 2시간씩 루크자크 모델 자료 이용 방법을 가르친다. 필요에 따라 각 가정을 방문해 어머니들을 모임에 참석하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지역 어머니’들은 지방 자치 단체로부터 주당 6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받는다. 이는 지역 어머니들의 활동을 인정해 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역 어머니’들은 규칙적으로 유치원 교사들과 만나 어머니 모임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와 교육 진행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어머니 모임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유치원에서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다루게 되는데 이때 어린이들이 집에서 읽는 책이나 하고 있는 놀이를 독일어로 번역한 자료를 사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어린이는 부모의 언어와 독일어를 동시에 배우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들이 어머니를 도와요’
다문화 가정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예
루크자크 모델은 시행 초기의 회의적인 반응과는 달리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지역 어머니’들은 시간이 갈수록 노하우를 습득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역 어머니’들은 유치원과 다문화 가정 사이에서 가정과 유치원 간에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돕고 다문화 가정이 유치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의 한국어 능력은 교육과 직업 선택의 기회 등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은 자칫하면 사회 문제로 전락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독일의 예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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