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석 점수의 의미에 대해
출석(出席)은 ‘마련된 자리에 나와 앉음’을 뜻한다. 이때 자리는 돗자리나 강의실 또는 법정과 같은 정해진 공간이다. 자리에 나옴으로서의 출석에는 어떤 의무(義務)와 기대(期待)가 놓여 있다. [조국 법무장관의 기자간담회 출석(20190902 오후 3시 30분~ 3일 새벽 2시16분)은 공직자의 검증 의무와 국민의 검증 기대를 채워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어느 정도 잘 보여 주었다.]
수강생은 갈(강의 講義)의 자리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 이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수강생 자신이 대학에게 약속한 것으로 갈하미(교수)는 수강생들의 출석을 기대(期待)한다. 출석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수강생의 의무를 다하는 것인 한, 그 출석 행위(行爲)에 대해 점수를 주는 일은 ‘약속 지킴에 대한 갚음’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출석 점수를 ‘칭찬’이자 ‘명예’ 또는 ‘기림’의 한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고 본다. 갈에 출석한다는 것은 그것의 근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저마다의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꿈-바라기’, 그로써 ‘보다 나은 모아리살이’를 위한 실천(實踐)이다.
이러한 목적의 출석이 칭찬의 대상이 되려면 무엇보다 그 행위가 강제(强制)나 타율(他律)에 의한 게 아닌 자율(自律)과 스스로의 의지(意志)로써 이루어진 것이어야 하고, 나아가 그 출석의 본디 목적, 갈하기에서 펼쳐지는 사건(事件)에 적극 참여하여 저 근본 목적을 이루는 데 조금씩 다가가는 데 ‘보람’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출석은 나오미가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겪음으로써 스스로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데 있다. ‘보다 나은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출석 점수는 이러한 됨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할 ‘보람’인 것이다.
칸트는 ‘보다 나은 사람’을 계몽된 사람, 아우프클뢰룽으로써 설명했다. 잉글리시로는 인라이트먼트이고, 우리말로는 계몽(啓蒙) 또는 격몽(擊蒙)이며, 존 듀이의 말로써 ‘사적 영역’으로부터 ‘공적 영역’으로 들어갈 줄 아는 것이다.
전자출결 제도는 인정사정을 제한해 놓은 것이다. 우리는 그 제도 위에서 ‘보다 사람다운 결정’을 보탤 수 있다. 출결 점수를 기계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우리 스스로 보다 ‘사람답게’ 바꿔 적용할 것인지는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문제이다. 기계의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품위를 높여나갈 것인가,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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