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복카치오의 데카메론
데카메론 서론에 실린 “페스트” 이야기
+ 계용묵의 “별을 헨다”에 나온 귀국(歸國) 이야기
+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고백” 이야기
+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티라누스” 이야기
데카메론의 첫 글월: 괴로워하는 자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00[인정]이다.
살핌: 보카치오(Boccaccio) 지음, 한형곤 옮김, 『데카메론 DECAMERON (상)[10일 동안의 이야기]』, 범우사, 2000.
따옴(20.2):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었을 때, 이탈리아 제일의 도시 피렌체에 무서운 흑사병(페스트)이 덮쳤습니다. 이 유행병은 천체의 작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들 인간을 올바른 것으로 만드시기 위해서 하느님이 가하신 정의의 노여움에 의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만, 몇 해인가 전에 동양 쪽에서 발생하여 무수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고 그칠 줄 모르게 잇달아 번져서 무섭게도 서양에까지 만연해 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인간의 지혜도, 예방의 대책도 소용이 없었습니다만, 아무튼 그 때문에 임명된 관원들이 시내에서 산더미 같은 오물을 쳐내고, 환자는 일체 시내에 있지 못하게 금했으며, 병을 막기 위한 별의별 주의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자주 행렬을 짓는다든가, 갖가지 기도문들을 되풀이한다든가 했습니다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으며, 앞에서 말씀드린 해의 초봄에는 흑사병이 무서운 감염력을 발휘하여 처참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코피가 나기 시작한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만, 그것과는 달리 여기서는 병에 걸린 시초에는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살이라든가 겨드랑 밑에 속칭 가래톳이라고 부르는 보통 사과나 달걀 만한 망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몸의 그 두 부위에서 순식간에 치명적인 가래톳이 온 몸에 번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금방 팔이나 허벅지에 납빛 또는 검은 반점이 나타나고, 이어 몸의 다른 부분에도 무수히 나타나는데, 큰 반점은 그 숫자가 적게, 작은 반점은 많이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래톳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가오는 죽음의 전조이듯이, 이 반점은 누구에게 나타나건 죽음의 조짐을 나타냈습니다.
따옴(21.2): 이렇게 흑사병은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갔습니다. 환자를 잠시 찾아보기만 해도 마치 불을 옆에 갖다 댄 바짝 마른 것이나 기름 붇은 것에 확 옮겨 붙듯 건강한 자에게 옮겨갔습니다. 아니, 더 지독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은 환자와 말을 주고받거나 환자와 사귀는 것만으로 전염되거나 죽음의 원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심할 때는 환자가 우리를 만지거나 우리 쪽에서 환자가 입은 옷, 그 밖의 물건을 만지기만 해도 이 병에 감염될 정도였으니까요.
따옴(22.1): 그런데 개중에는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무슨 일이나 과도한 짓을 삼가면 그와 같은 재앙은 만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끼리끼리 모여 다른 일체의 것에서 격리되어 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가 없는 집안에 들어박혀 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최고급의 포도주를 마시면서 일체의 포식을 삼가고, 다른 자와 말을 주고받지도 않으며, 외부의 일이나 죽은 사람이나 환자의 일에 참견하는 일도 없이 악기를 뜯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오락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와 반대로 실컷 마시고 향락을 즐기고 노래 부르며 근처를 돌아다니고, 놀러 다니고, 할 수 있는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 말하자면 명랑하게 서로 웃고 떠들고 모든 것을 죄다 무시해 버리는 것이 이 병에 가장 좋은 약이라고 단정해 버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따옴(22.3): 이와 같이 우리의 市가 한탄의 바닥에 가라앉고 비참의 바닥에 빠져 있는 동안, 인간의 규범은 물론 하느님의 거룩한 법도의 권위도 거의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법도의 집행자나 고위 관리들이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죽거나 병들어 버리고, 하급 관리도 부족해져서 관청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옴(23.2): 또 개중에는 (우연히도 성격적으로 박정했기 때문이겠지만), 환자를 그대로 두고 달아나 버리는 것이 그 무서운 흑사병을 막는 최량의 약이라고 말하는 매우 잔인한 생각을 품은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생각으로 남자나 여자나 자기 이외의 다른 것은 조금도 돌보지 않고, 자기가 살던 시를 버리고 집도 땅도 친척도 재산도 버리고, 다른 토지나 교외를 찾아 헤맸습니다.
따옴(23.3): [사람들은] 한번 병이 걸리면 그만 별 도리 없이 도처에서 버림받고 돌보는 사람이 없어지는 형편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시민들은 서로 왕래하기를 피하고, 이웃끼리조차 간병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친척끼리도 서로 이따금 밖에, 아니 거의 방문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 재난은 남자나 여자나 사람들의 가슴 속에 매우 큰 공포심을 번지게 했으므로, 형은 아우를, 아저씨는 조카를, 언니는 동생을 버렸을 뿐 아니라, 때로는 아내가 남편을 버리기조차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따옴(24.2): [간호해 줄 사람이 귀해지는 바람에] 여태까지 들은 적도 없는 괴상한 습관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우아하고 또한 아름답고 예의바른 부인이라도 한번 병에 걸리면, 젊었거나 늙었거나 누구든 일체 상관없이 남자 하인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병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여자 앞이라면 모르되 남자 하인 앞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온 몸의 모든 부분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병이 나은 부인들 사이에 정결함이 덜해진 것은 아마도 이것이 원인었던 모양입니다.
따옴(24.3): 옛날에는 이웃 사람들이나 친척이 초상집에 모여 고인(故人)과 가장 친했던 사람들과 함께 슬퍼하곤 했습니다. (뜀) 그런데 이러한 풍습은 흑사병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자 거의 대부분, 아니 깡그리 없어져 버리고, 이 시에는 새로운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즉 사람들은 간호하고 돌봐 주는 여자도 없이 죽어 갔고, 임종의 입회인도 없이 이 세상의 생(生)을 마쳐 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뜀) 오히려 상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왁자하게 마치 축제 소동을 일으키는 습관이 생겨 버렸습니다. (뜀)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은 지위 높은 유지들이 아니라 하층 계급에서 끌려나온 무덤 파는 천한 인부들이었으며, 그들은 돈을 받고 대신 관을 메어 주었습니다. (뜀) 수도사들은 엄숙하게 긴 기도 같은 것을 외지도 않고, 방금 말한 사람들의 손을 빌어, 파둔 구덩이가 있으면 아무 데나 즉각 관을 묻어 버렸습니다.
따옴(25.2): 하층 계급이나 중산 계급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는 더 비참한 양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들 대부분이 가난한 탓인지,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선지, 저마다 자기 집이나 구역 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매일 몇 천 명씩 감염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간호는커녕 아무런 도움도 얻지 못한 채 거의 살아나는 일 없이 모두 죽어 갔습니다. (뜀) 이웃 사람들은 시체에서 풍겨 오는 악취로 누가 죽었다는 것을 먼저 알게 되는 형편이었으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따옴(25.3): 특히 아침때 거리를 지나가면 죽어 간 사람들을 헤아릴 수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관이 오면 거리에서 넣게 하는 것입니다만, 관이 부족해서 널빤지에 얹어서 들고 가는 일도 흔했지요. 게다가 한 관에 둘, 혹은 세 사람의 시체를 넣은 일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더욱이 아내와 남편, 형제 두세면, 또는 아버지와 자식을 함께 넣은 관 같은 것은 헤이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따옴(26.2): 어느 성당이고 날마다 끊임없이 시체가 산더미처럼 운반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묻을 묘지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옛 습관대로 각자 제 무덤에 묻히고 싶어하지만 어디나 꽉 차서 성당마다 묘지에는 커다란 웅덩이가 파져서 그 속에 몇 백씩이나 시체가 잇달아 들어갔습니다. 그런 구덩이 속에는 배에 짐을 싣듯이 몇 층으로 시체를 포개 놓았습니다만, 구덩이는 금방 가득 차서 밖으로 넘쳤습니다.
따옴(26.3): [시골의 사람들도] 도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재래의 습관을 등한시하게 되고, 신변의 일이나 일과를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뿐 아니라 마치 죽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축이고 토지고 과거의 노고가 가져온 성과를 일체 돌보지 않을 뿐더러 현재 있는 것을 온갖 지혜를 다 짜서 소비해 버리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바람에 소, 노새, 양이나 산양, 돼지나 닭을 비롯해서 인간에게 충실한 개까지 집에서 좇겨나 제멋대로, 거둬들이기는커녕 베지도 않고 버려져 있는 밭을 헤매고 다니는 형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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