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바[우리말답게 바로쓰기]

논문은 앎짜기이다

사이박사 2019. 5. 3. 09:09

<논문은 앎짜기이다>

 

1. “논문(論文)”의 낱말 뜻

 

()’은 천문(天文), 인문(人文), 비문(碑文) 등에 보이는 것처럼 서로 엮이거나 매이거나 새겨진 무늬와 같은 것을 뜻한다. ‘천문은 해와 달과 별이 하늘에서 엮이거나 매이거나 새겨진 무늬를 살펴 그 나타남과 말미 그리고 까닭 등을 알아내고 글로써 적어나가는 일을 뜻한다. 황도(黃道)는 해가 하늘에서 다니는 길을 나타내는 말로서 천문도(天文圖)에서 누렇거나 붉은 물감으로 그려놓은 금을 뜻한다. 천문은 하늘과 그 안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있는저마다의 탓과 까닭을 밝히는 일을 맡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인문은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일들의 탓과 말미와 까닭 그리고 그 뜻을 캐물어 밝히고, 그에 따른 바름과 좋음의 길을 찾는 일을 맡아야 할 것이며, 비문은 죽은 이의 살아온 길을 돌에 글로써 새겨넣는 일을 맡는다.

()’은 누군가의 말과 글 또는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를 제 나름의 잣대로써 가름한 뒤, 저가 왜 그렇게 가름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가름이 왜 올바른지를 밝히는 일이다. 논문은 논하는 바를 글로써 적는 일, 또는 그렇게 해서 적힌 글 자체를 말한다. 논문은 잉글리시로는 페이퍼 또는 저널이라고 한다. 저널은 일기의 뜻으로 논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차례차례 또는 가지런히 적어내는 일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보고서(報告書)라고 말하는 리포트는 어떤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거나 어떤 사실을 자신이 보고 들은 그대로 적는 것이거나 특별히 요구된 조건에 따라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의 글을 써내는 일을 말한다. 논문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는 좀 더 뒤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고, 다음으로 대학생이 왜 논문쓰기를 해야 하는지부터 함께 생각해 보자.

 

2. 논문은 알림짜기이다

 

논문이 다른 모든 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문제 발견물음 묻기그리고 올바른 대답() 내놓기로써 이뤄진다는 데 있다.

문제와 물음은 다르다. 문제(問題)물음거리로서 덩어리와 같고, 물음은 누군가 그 물음거리에 대해 물음의 글월로써 마련한 글월, 또는 그러한 글월로써 묻는 일이다.

보기) 교육문제는 그 안에 교육에 걸린 수많은 문제들을 한데 뭉뚱그려 부르는 말이다.

보기)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요구하는 말이다.

물음은 어떤 사람이 물음거리(문제)에 대해 그 물음거리(문제)가 왜 생겨났고, 그래서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등을 글월의 형태로 마련한 말이다. 문제는 그것이 물음으로 물어질 때 비로소 올바른 대답 찾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올바른 물음으로 물어질 때에만 풀릴 수 있다.

논문은 주어진 글을 자기 말로 짧게 줄이거나(요약) ‘본디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갈라 나눠 따져 밝히거나(분석) 그것을 다른 것들에 빗대어 값매김하는 것(비평) 등을 아우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논문의 밑바닥(초석)은 글쓰미가 찾아낸 물음거리(문제)와 그에 대한 물음이고, 그 용마루는 지으미가 내세운 대답(對答: 갚음말)이며, 그 기둥 뼈대는 대답의 올바름에 대한 증명(밝혀 알림)이다.

논문은 글쓰미가 스스로 던진 물음에 대한 올바른 대답(갚음말=)’저가 보는 바(나의 견해)’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짜 알리는 글쓰기이다. 논문은 알림 짜기 글쓰기이다.

 

3. 논문 짜임새의 특징

 

1) 일관성(一貫性): 물음거리에 대해 하나의 물음만을 묻는다.(하나로 꿰기)

2) 통일성(統一性): 줄이기(요약), 나눠 밝히기(분석), 비김값매김(비평) 등을 나의 내세움말(주장=물음에 대한 올바른 대답)’에로 모아들이는 일(한데 모아들이기)

3) 체계성(體系性): 자신이 물음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고, 그 대답의 올바름을 증명해 나가는 흐름을 바르게 맞춰 나가는 일.(뼈대 맞추기)

 

4. 논문의 얼개

 

1) 논문 이름과 글쓰미 이름 그리고 소속: 마련된 형식에 따라 적는다.

 

2) 들어가기: 글쓰미가 찾은 문제(물음거리)를 설명하고, 그것의 중요성이나 가치를 평가하며, 그에 대한 물음을 구체적으로 묻고, 그에 필요한 일들을 한다.

물음거리의 무엇임, 물음 자체의 뜻바, 묻고자 하는 바

물어보는 곳(학문 영역), 물음과 탐구의 방법

물음과 대답의 차례 등

 

3) 풀어내기: 물음에서 물어진 바를 확정하고, 그 물음에 쓰이는 개념들을 뜻매김(정의, 定義)하며, 글쓴이가 내세우는 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들(이론, 사례, 통계 자료)을 분석하며, 그 분석을 토대로 물음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마물러 내세운다.

물음과 대답에서 쓰일 주요 개념들에 대한 뜻매김과 그 개념의 역사를 제시하고, 내세움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이론들을 설명함

내세움말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사례나 자료 등에 대한 분석

사례에 대한 분석 결과를 설명된 개념과 이론에 기초하여 내세움말로 바꿈

 

4) 끝맺기: 글쓰미가 이 논문에서 이룬 바를 논문의 흐름에 맞춰 줄인다.

들어가기에서는 물음거리와 물음 그리고 탐구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줄인다.

풀어내기에서 줄일 것은 글쓰미의 내세움말에 결정적으로 중요했던 개념과 이론(1단락), 사례 분석의 결과(1단락), 그리고 내세우고자 하는 바(1단락)가 된다.

 

5) 참고문헌: 각주에서 따온 논문, , 그 밖의 자료들을 정해진 형식에 맞춰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