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批評)의 글감>
구연상(숙명여대교수/철학박사)
살핌글: 바오 닌의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 - 사랑과 슬픔을 그리듯 전쟁을 기술하며…-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바오닌의 전쟁의 슬픔은 베트남현대문학의 주목할 만한 전쟁소설 가운데 하나이다. 베트남문인회 최고상을 수상하였으며, 이 작품은 또한 세인들에게 대단한 반향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파멸되고 또한 이별의 슬픔을 겪어야 했던 두 연인, 낀과 풍의 달콤하지만 씁쓸한 사랑 이야기로 이 작품 전반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부대원의 목숨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고귀한 병사들의 형상이 이 작품 속에서 두드러지게 묘사되지만, 그 속에선 살인마가 되어버린 병사들의 처절한 고뇌, 정신적 피폐, 도박, 홍마초 중독과 정욕 등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전쟁 그 이후 평화로운 삶을 되찾은 병사들의 운명 속에서, 작가는 전쟁의 상흔으로 남겨진 고통은 단지 육체뿐만이 아닌 그들의 심혼 속까지 깊이 파고들어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의 이 작품에 대한 시각은, 프랑스와 미국 식민주의를 격퇴한 영웅적인 베트남민족의 저력을, 단지 나약하고 고립적이며 고독에 방황하는 병사들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하는 점에서, 이 작품의 진실성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었다.
바오닌은 이 작품에서 전쟁의 필요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 속에 내재하는 전쟁의 상처와 사랑 그리고 그 비애를 투영하려 했던 것이다. 전쟁의 슬픔은, 죽은 자이든 산자이든, 그가 누구이건, 민간인이건 군인이건, 영웅이건 비겁자이건, 어느 편에 속하였던 간에, 전쟁으로 짓밟히고 부서져 버린 운명들의 처절한 외침이 되고 싶었다.
많은 서양의 평론가들이 말하듯, 바오닌은 전쟁의 슬픔을 반영할 때 인간본질에 관한 그 무언인가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았고, 그 원인이 무엇이든, 어떤 형태의 전쟁이건, 그 슬픔을 함께 나누려하였고,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베트남 평론가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바오닌의 그런 인간본질에 관한 성찰이야말로 전쟁의 슬픔이 가지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적과 동지가 뒤엉키고, 정의를 위한 전쟁의 당위성과 명분 없는 비인도적인 전쟁의 의미를 동일시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 베트남문학에, 인간의 운명 앞에서의 독특하고 감성적인 소리를 가져다주었으며 그것은 또한 다른 작가들에 비해 연약해 보일 수 있는 그만의 예민함의 목소리일 것이다.
중국의 고행건 작가의 말처럼, 문인은 만인의 대변인도 아니며 정의를 대신하지도 않는다. 그의 목소리가 비록 나약해 보일지라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한 인간의 소리가 아닐 까싶다.
비평의 징검다리
첫째 징검돌: 본디 글이 말하고자 한 바의 줄임(요약)과 나눠밝힘(분석)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전쟁은 무엇을 부수고 무너뜨리는가?
② ‘나’는 무슨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가?
③ 물의 아이는 누구인가? 이런 아이는 얼마나 많을 것이며, 또 그들을 기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④ 전쟁의 슬픔은 무엇이고, 전쟁(미군)에 대한 분노는 어디에 있는가?
⑤ 강물이 흐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고, ‘나’는 왜 날마다 강을 바라보는가? 강바닥에는 누가 있는가?
둣째 징검돌: 지으미가 뜻하고자 한 바(의도, 목적)의 풀어내기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우리는 전쟁의 고통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하는가? 삶의 본질은 무엇인가?
② 슬픔은 우리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가?
셋째 징검돌: 밑바탕(사회문화적 맥락이나 역사적 배경 등) 드러내기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베트남 전쟁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② 가족은 어떻게 생겨나고, 가족의 의무는 무엇인가? 세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본능인가, 아니면 사랑인가?
넷째 징검돌: 앞 돌들을 한데 아울러 두루 비겨 나가면서 글의 값을 매김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우리는 지으미의 말하려는 바에 동의할 수 있는가?
② 비밀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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