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批評)의 뜻매김>
구연상(숙명여대교수/철학박사)
가) 우리 전통에 나타난 “비평(批評)”의 뜻
다산 정약용, 『文集』(卷二十), 書, 答仲氏 따옴
“其善者書頭批評,以示印可之意, 其有疑者,別作一錄,使得益加刪潤若何”
“잘 된 것은 서두(書頭)에 비평을 써서 인가(印可)를 표해 주시고, 그 가운데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별도로 기록하여 산삭하거나 윤문할 수 있게 해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산 정약용, 『經世遺表』(卷一), 春官禮曹 第三, 貢擧院 따옴.
“其考閱之跡,如批評八家文,下方批曰本房,具銜姓,有數行評語,又列書諸考官銜與姓,具爲評目,皆硃書,一井一字,無上ㆍ中ㆍ下ㆍ次ㆍ外ㆍ更等第。雖在黜落之科,題品諄復,使作者曉然知黜落之所以然,丁寧剴切,藹然有師弟子訓誨之意.可見大國場屋之簡嚴,考試之詳謹,爲擧業者,足以不恨”
“고열(考閱)한 자취가 팔가문(八家文)을 비평한 것 같았고, 아래쪽에는 본방(本房)이라 기록한 다음, 직함과 성씨를 갖추었고 두어 줄의 비평한 말이 있었다. 또 여러 고시관의 직함과 성씨를 열기하여 모두 비평한 조목을 만들었는데 모두 주서(硃書)로, 한 정간(井間)에 한 글자씩 쓰고, 상ㆍ중ㆍ하ㆍ차ㆍ외ㆍ갱(上中下次外更)의 등급은 없었다. 비록 낙방된 것이라도 품제(品題)한 것이 간절[諄復]하여 그 글 작자가 낙방하게 된 까닭을 환하게 알도록 하였으며, 분명하고 친절하여 스승이 제자를 온화하게 훈도(訓導)하는 뜻이 있었다. 중국 장옥(場屋)의 엄숙함과 고시하는 데에 자상하고 신중한 것을 볼 수 있으며, 과거 공부를 하는 자도 한스럽게 여기지 않을 만하다고 하였다.” |
나) 비평(批評)은 비교(比較)+평가(平價)가 한데 다물린 낱말이다
① 비(批)자는 ‘손으로 쳐서 바로잡다’는 뜻
② 평(評)자는 言(말씀 언)자와 平(평평할 평)자가 짝을 이룬 것으로서 평(平)자는 干(방패 간)자 사이로 八(여덟 팔)자를 그린 것으로 ‘고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말(言)[평가]할 때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루[공정(公正)]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③ 비(比)자는 두 사람이 우측을 향해 나란히 서 있는 모습
④ 교(較)자는 車(수레 차)자와 交(사귈 교)자―본디는 爻(효 효)―가 짝을 이룬 것으로서 ‘마차에 쓰이는 가름대’를 뜻한다. 가름대란 말과 마차를 연결하기 위해 끈을 통과시켰던 나무를 말한다. 가름대는 양쪽에 줄을 이어 말을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⑤ 가(價)는 사람인변(亻(=人)☞사람)에 賈(가)가 짝을 이룬 것이고, 賈(가)는 貝(패☞재산)와 덮을아(襾(=西, 覀)☞덮다)部의 짝을 이룬 것이다. 가(價)는 물건(物件)을 사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일을 뜻한다.
비교는 여럿을 나란히 맞대거나 견주어 놓은 뒤 그것들을 어떤 점(잣대)에서 서로 한데 비기거나 가루어 그것들 가운데 어느 것이 ‘더하고 덜한지’를 알아보는 일이다. 이때 그것들을 재기 위한 잣대는 그것들 모두에게 고루 들어맞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평가는 그렇게 비겨 잰 값을 매기는 일이다. 이 값은 흥정값일 수도 있고 본디값일 수도 있다.
비평은 “비김값매김”인 셈이다.
비평글 쓰기의 징검다리
* “징검다리”는 ‘징검바늘로 바느질을 하듯 돌을 징거 만든 다리’ 또는 ‘징을 박듯 징검돌들을 듬성듬성 이어 놓은 다리’를 말한다. 이는 한자로는 “도과교(跳過橋)”,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뛰어 지나는 다리”이다.
비김의 첫걸음은 주어진 글(text)의 말바(말하고자 하는 바)를 올바로 알아낸 뒤 그것의 올그름(옳고 그름)을 제대로 밝혀내는 일이고, 그 다음 걸음들은 주어진 글 자체를 넘어서지만 그것에게 함께 짜인(context) ‘지으미(지은이)의 삶’과 그 밑바탕에 숨겨 짜인(hypertext) ‘모아리(사회)와 그때(시대)의 모습’ 등을 밝혀내는 일이며, 마지막 걸음은 앞서 밝혀진 모든 알속(내용)을 모두 모아 ‘나와 우리’의 삶의 잣대(관점)로써 다시 평가(平價)하는 일이다.
첫째 징검돌: 본디 글이 말하고자 한 바의 줄임(요약)과 나눠밝힘(분석)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새로움은 무엇인가?
② 물음거리들: 내세운 바(주장), 보는 눈(관점), 갈라 나눔(주제), 따짐의 방식(방법) 보기) 채만식의 작품들: 식민지 조선인, 식민지 지식인의 눈, 겹 현실, 채만식의 알레고리
둣째 징검돌: 지으미가 뜻하고자 한 바(의도, 목적)의 풀어내기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지으미는 그 작품을 왜 썼는가?
② 물음거리들: 그가 살았던 상황, 그가 몸소 겪었던 일들, 그가 뒤쫓은 바(세계, 꿈) 보기) 채만식의 삶: 글로써 먹고 살아야 했던 식민지 지식인
셋째 징검돌: 밑바탕(사회문화적 맥락이나 역사적 배경 등) 드러내기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그때는 어떤 때였는가?
② 물음거리들: 지으미의 삶을 지배하던 그때(당시)의 모여살이 모습(사회상), 문화 수준 등 보기) 일제강점기: 일제가 조선(대한제국)의 민족문화를 말살하던 때
넷째 징검돌: 앞 돌들을 한데 아울러 두루 비겨 나가면서 글의 값을 매김
① 가장 물어볼만한 물음: 이 글은 어떤 점에서 가장 높은 값을 매길 수 있는가?
② 물음거리들: 나 또는 우리는 이 글의 어떤 점을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고, 그 까닭은 무엇인가? 거꾸로 이 글은 나 또는 우리에게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문제점(의미)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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