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 욕한 20대 여성 머리를 모자로 툭 치고 훈계했다면.. 정당행위일까 아닐까
경찰, 정당방위 포함 판단 기준 공개 국민일보 강창욱 기자 입력 2014.11.11 03:06지난 8월 중순 경기도 수원 팔달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한밤중에 소음을 일으킨 젊은 여성과 이웃 중년 남성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김모(23·여)씨는 친구 집에 놀러와 술을 마시고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던 중이었다. 이웃 박모(55)씨가 찾아가 따졌지만 술에 취한 김씨는 적반하장이었다. 되레 대들며 욕을 했다. 자식 같은 사람에게 욕설을 들은 박씨는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김씨 머리를 한 차례 툭 치고 격앙된 어조로 훈계를 쏟아냈다. 김씨는 잠시 후 경찰관이 등장하자 박씨에게 폭행당했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원래는 꽃으로 사람을 때려도 폭행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경찰은 박씨 행동을 처벌받지 않는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정당행위는 정당방위와 달리 자기 방어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법이나 업무, 기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행동은 폭행이라기보다 훈계"라며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4월 정당행위와 정당방위 판단 요건 등을 명시한 '폭력사건 수사지침'을 일선에 하달했다. 이후 이달 초까지 이 지침 덕에 정당행위·방위를 인정받아 처벌을 피한 사람은 841명에 이른다.
지난 9월 말 새벽 인천 남구 한 편의점 앞에서는 이모(36)씨가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 7명을 훈계하다 말대꾸하는 학생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이 행동도 정당행위로 인정됐다. 청소년 탈선을 바로잡기 위해 꾸짖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무력을 쓴 정도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월 말 세종시에서는 말다툼 끝에 얼굴과 뒤통수를 맞은 남성이 도망치려는 상대의 허리를 잡은 행동이 정당행위로 인정받았다. 상대는 쌍방 폭행으로 몰아가려 했지만 경찰은 폭행의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상대는 현행범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정당방위 판단 요건은 기존 8개 항목 가운데 상해 진단기간 부분을 고쳐 시행 중이다. 이전에는 방어를 위한 행동이라도 상대에게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었다. 지난 4월부터는 '장기간 상당한 치료를 요하는 상해'로 요건을 완화했다.
지난 8월 중순 새벽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 사는 최모씨는 집 밖 화단에서 아내와 딸의 방을 훔쳐보는 박모씨를 붙잡는 과정에서 전치 3주가량의 상해를 입혔다. 박씨는 "대변을 보려다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박씨가 전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방안을 훔쳐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다.
또 경찰은 피해자가 진단서를 제출하더라도 실제 상처 정도 등을 따져 상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진단서에 '상해'라는 표현이 있다고 다 상해로 보진 않는다는 얘기다. 상해는 폭행보다 죄가 무겁다. 8월 중순 울산 울주군에서는 모텔 주인이 가게 출입문 앞에 주차된 차를 발로 찼다. 차주는 그의 얼굴을 때려 전치 2주 상해 진단서가 나왔지만 상해죄 대신 폭행죄가 적용됐다. 진단서상 병명이 단순 타박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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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지난 4월 정당행위와 정당방위 판단 요건 등을 명시한 '폭력사건 수사지침'을 일선에 하달했다. 이후 이달 초까지 이 지침 덕에 정당행위·방위를 인정받아 처벌을 피한 사람은 841명에 이른다.
지난 9월 말 새벽 인천 남구 한 편의점 앞에서는 이모(36)씨가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 7명을 훈계하다 말대꾸하는 학생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이 행동도 정당행위로 인정됐다. 청소년 탈선을 바로잡기 위해 꾸짖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무력을 쓴 정도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8월 말 세종시에서는 말다툼 끝에 얼굴과 뒤통수를 맞은 남성이 도망치려는 상대의 허리를 잡은 행동이 정당행위로 인정받았다. 상대는 쌍방 폭행으로 몰아가려 했지만 경찰은 폭행의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상대는 현행범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정당방위 판단 요건은 기존 8개 항목 가운데 상해 진단기간 부분을 고쳐 시행 중이다. 이전에는 방어를 위한 행동이라도 상대에게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었다. 지난 4월부터는 '장기간 상당한 치료를 요하는 상해'로 요건을 완화했다.
지난 8월 중순 새벽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 사는 최모씨는 집 밖 화단에서 아내와 딸의 방을 훔쳐보는 박모씨를 붙잡는 과정에서 전치 3주가량의 상해를 입혔다. 박씨는 "대변을 보려다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박씨가 전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방안을 훔쳐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있었다.
또 경찰은 피해자가 진단서를 제출하더라도 실제 상처 정도 등을 따져 상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진단서에 '상해'라는 표현이 있다고 다 상해로 보진 않는다는 얘기다. 상해는 폭행보다 죄가 무겁다. 8월 중순 울산 울주군에서는 모텔 주인이 가게 출입문 앞에 주차된 차를 발로 찼다. 차주는 그의 얼굴을 때려 전치 2주 상해 진단서가 나왔지만 상해죄 대신 폭행죄가 적용됐다. 진단서상 병명이 단순 타박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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