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그늘
구분 | 단편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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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문열 |
발표매체 | 한국문학 |
발표일 | 1980.3 |
줄거리(사이버 문학광장 제공)
이 소설은 사법고시를 준비중이던 이영훈이 병역기피란 죄명으로 구치소에서 약 5주간을 지내며 겪은 일을 서술한 이야기이다. 예기치 않은 일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그 동안 공부해온 법 이론이 실제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관찰하게 된다. 각기 다른 죄의 특이한 사연들과 죄수마다 구형되는 형량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으며, 어떤 사건에서 법의 한계가 발생하는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구치소 내의 다양한 범죄자들의 삶과 그들이 저지른 사건, 그리고 법 적용에 따른 타당성을 현장감 있게 다룬 소설이다.
화자인 이영훈은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암자로 학생운동을 하고 있던 한 친구가 잠시 들른 것이 경찰에 알려져 심문을 받게 된다. 경찰은 이영훈이 학생운동과 관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를 구속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다가 병역을 기피한 사실을 찾아낸다. 고시생은 잠시 병역 기피를 해도 눈감아준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이영훈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날 그는 구치소로 이감된다. 그의 형과 친족은 여러 곳에 손을 써서 그를 빼내려고 노력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이영훈은 끝내 구치소로 넘어가 재판을 기다리며 한 달간 갇혀있게 되는 것이다.
이영훈은 구치소 감방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쏟아지는 험악한 말들을 듣고는 기가 꺾여버린다. 침침한 감방에 적응이 안된 이영훈을 수감자들은 발길질과 욕설을 퍼부으며 신입생 교육을 시킨다. '3대 몰수'라 하여 감방장이 그곳에서는 최고의 신분이라는 것과 연령과 관계없이 입감된 순서에 따라 서열이 정해진다는 것, 또한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자신의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신참으로서 신고식을 치루기 위한 사전 준비도 받게 된다.
신고식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폭행을 가혹하게 하는 집단 폭행에서 기합 신고, 그리고 노래로 하는 신고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이영훈은 같은 감방의 서열이 높은 수감자인 김광하의 배려로 노래 신고를 하게 된다. 노래 신고라는 것도 아무 노래나 부르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익숙한 곡에 음담패설과 우스꽝스런 가사를 붙여 부르게 했는데 노래하는 사람에게는 치욕을 느끼게 하는 가사가 많았다. 그나마 이영훈이 폭력적인 신고식을 피해 노래로 대신할 수 있었던 것도 사회에서의 그의 신분이 고려된 탓이었다. 이영훈이 고시생이었다는 걸 알게 된 김광하가 감방장을 설득해 내린 처벌이었다.
이영훈이 감방에서 처음 보게 된 사건은 김기주 씨의 느닷없는 고함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김기주 씨는 '나는 죽이지 않았어'라고 소리를 질러 데 수감자들을 잠에서 깨게 만든다. 그는 자식을 죽였다는 죄명으로 들어온 사십대의 남자였다. 심심지 않게 남들이 잠든 시각이면 꿈을 꾸듯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감방장이나 교육부장은 잠꼬대를 하듯 소리치는 김기주 씨를 아무렇지도 않게 구타를 가하는 것으로 처벌을 내리기도 한다.
김광하 씨를 통해 알게 된 김기주 씨의 혐의에는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던 어느 날 그는 삼남매를 데리고 바다 낚시를 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삼남매 모두가 물에 빠져 죽게 되고, 근처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의 불확실한 증언으로 그는 살인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이영훈은 감방에 적응할수록 수감자들의 혐의 내용과 수감자들에게 구형되는 형벌에 차츰 관심을 갖는다. 절도, 강간 치사, 폭력, 기자 사칭 공갈, 업무상 과실 치사, 예비군 훈련 기피, 공무원에 대한 증회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수감자들의 사연을 김광하 씨를 통해 흥미롭게 듣는다.
김광하 씨는 이영훈 보다 법에 밝은 사람이었다. 그도 한때는 고시생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이 공부했던 법의 허점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대단하여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이영훈과 법률에 대한 이야기로 보낸다.
그는 수감자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죄수와 죄인이 그것이다. 죄인은 자연범으로 죄수는 법정범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죄수인 법정범에 대해서 사회나 법은 비난할 수 있을지라도 개별적인 인간으로는 아무도 그를 비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죄인인 자연범도 일견 범죄의 외형을 갖추었더라도 위법성이 없거나 책임이 면제될 여지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진정한 의미의 죄인은 불과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영훈은 생각한다.
김광하 씨는 이영훈에게 명백한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박화영 씨를 무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의 범죄 행위는 사회적 정당 방위라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인 그가 노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절도를 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졌다. 사회가 잘 조직되고 법이 적절하게 운용된다면 박화영 씨와 같은 불행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땅히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할 사람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절도 행각을 벌였다면 그것은 법과 국가 제도의 '부당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래서 박화영 씨의 절도는 정당 방위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영훈은 구치소 생활이 길어질수록 수감자들이 말하는 '6조지기'에 대해 실감한다. 즉 집구석은 팔아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것이다. 이영훈이 재판을 받는 동안 그의 형은 논 두 마지기를 팔았고, 면회소에서나 감방 안에서나 죄수들은 먹을 것만 있으면 먹어댔다. 간수들은 담배나 술 따위를 불법으로 반입시켜주는 대신 정가의 열 배에 가까운 돈을 챙겼고, 형사는 심문을 하는 동안 내내 그를 구타했다. 검사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죄수를 오고가게 했으며, 판사도 구형을 다음 재판으로 자꾸 미루어버렸다.
이영훈이 이런 일에 익숙해지는 동안 자유의 개념에 대한 '켈젠'파의 오류를 경험으로 확인한다. 자유를 '이념상으로는 국가적 강제 질서가 인간의 전 행태를 포착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데서 온 반사적 이익'일 뿐이라고 하는 학설은 형벌로서 자유형의 존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유는 분명 실제적 권리이며 그 박탈은 중요한 형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영훈에게 가장 관심을 끈 수감자는 난폭한 감방장과 시골 농부 같은 권기진 씨였다. 감방장의 경우는 점점 난폭하게 굴며 수감자들이 영치받은 돈을 조금씩 빼돌리고 있었다. 자신의 행위를 감방장이라는 이유로 정당화하며 수감자들에게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한 것이다. 보다 못한 김광하와 수감자들은 교도관을 미리 매수한 후 감방장을 다른 방으로 보내버릴 구실을 만든다. 감방장이었다 해도 다른 감방으로 옮기면 신참과 같기 때문에 감방장에게는 가장 가혹한 처벌인 동시에 하극상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철저히 시골 농부처럼 행세하는 권기진 씨의 계략이 크게 작용한다.
권기진 씨는 처음 수감되던 날부터 철저하게 무식한 농사꾼으로 행세한다. 감방장이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통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감방 안의 암묵적 서열을 무시해버린다. 공판에 나가서도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 농사꾼인지를 구구 절절히 읊어대며 선처를 호소한다. 권기진의 변론은 이영훈이 듣기에도 가슴이 찡할 만큼의 눈물겨운 사연들이었다. 감방 안에서도 그의 무지한 행세는 누구에게나 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영훈만은 그의 행동에 가식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직감한다.
구치소 생활에 충분히 익숙해진 날 공판에서 이영훈에게 징역 팔 개월에 집행 유예 삼년이라는 선고가 내려진다. 공무원에 대한 증회 혐의를 받던 김광하 씨는 징역 육 개월, 시골 농사꾼 행세를 하던 권기진 씨는 징역 육 개월에 선고 유예로 가장 형량이 낮았고, 전감방장은 이 년 육 개월, 삼남매 자식을 죽인 혐의를 받던 김기주 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를 벗었다.
이 소설의 끝 부분에서 이영훈은 구치소에서 나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권기진 씨를 만난다. 그는 구치소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부인은 교양 있는 행색이었고 개인 변호사까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동석한 자리에서 그간의 사연을 이영훈에게 말하는 권기진 씨의 시나리오는 완벽에 가까웠다. 값비싼 관재용 나무를 몰래 벌채하여 돈을 번 후 무지한 농사꾼으로 완벽히 행동했던 것이다. 그의 연기력 앞에서는 사법부의 법집행도 올바르게 적용되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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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어둠의 그늘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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