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슬기맑힘,뜻매김),말글책/책걸림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

사이박사 2007. 2. 3. 23:39
글번호 96  | 2007.02.02 추천 0  | 조회 222  | 스크랩 0

"처음에는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해. 허나 어느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게지.

 

 

그러면 그 사람은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그 다음에는 그런 감정마저 서서히 사라져 결국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 하게 되지. 무관심해지고 잿빛이 되는 게야. 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지는 게지.

 

이제 그 사람은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 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