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슬기맑힘,뜻매김),말글책/책걸림

[스크랩] <소설의 위기인가, 한국소설의 위기인가>

사이박사 2007. 2. 26. 12:19
뉴스: <소설의 위기인가, 한국소설의 위기인가>
출처: 연합뉴스 2007.02.25 15:46
출처 : 책
글쓴이 : 연합뉴스 원글보기
메모 :

2007년 2월 25일 (일) 15:46   연합뉴스

<소설의 위기인가, 한국소설의 위기인가>

 

"소설 시장 여전히 강세..한국소설 시장 응전력 자성해야"

'세계의문학' 봄호 '문학의 위기' 진단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2000년 대 들어 '소설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 소설 향유층과 신세대들이 더 이상 소설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 문학인들과 출판사들의 하소연이다.

과연 이 시대 소설은 위기를 맞고 있는가. 다음 주 출간되는 계간 문예전문지 '세계의 문학'(민음사 펴냄) 봄호는 특집으로 꾸민 '누가 문학을 읽는가'를 통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진단했다. 결론은 '소설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소설의 위기'라는 것.

먼저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는 '2000년대의 한국소설 독자Ⅱ'라는 기고문을 통해 "독자들은 즐기기 위해 또는 뭔가 도움을 받기 위해 책(소설)을 읽는데" 한국소설의 주류를 이루는 작품들은 "여전히 민족적ㆍ국가적인 측면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교수는 "1990년 대 들어 소설의 사회적 기능이 전세대와 크게 달라지고 문학잡지와 평론의 사회적 위상이 급격히 낮아졌다"며 이에 따라 "문학 박사학위를 가진 '엘리트 독자'조차 (정통문학과 같은) '현장의 소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 교수는 이어 "내면성의 문학과 리얼리즘의 근대소설 전통이 빈사 지경으로 독자를 잃어버린 데 반해 탈근대의 상황에서도 대중적 낭만주의는 자신의 형태를 변형해 유연하게 이어가고 있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예로 들었다.

천 교수는 "이 작품이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평단의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주류 비평이 가진 형식주의 지향성과 윤리적 둔감성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며 공지영의 인기와 평단의 냉대 사이의 거리는 바로 현재 한국문학과 독자들 사이의 거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소설이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원초적 민족주의를 들이대는 일은 유치하다"며 오히려 이를 계기로 "'왜 한국소설을 읽어야하는가'라는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통계로 본 소설 독자'라는 기고문을 통해 "소설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소설 시장의 판매 현황을 볼 때 소설은 여전히 힘이 세다"고 주장했다.

백 연구원은 한국출판연구소가 작년 9월 한달 동안 국내 성인 남녀 1천명, 초ㆍ중ㆍ고 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6 국민독서실태' 조사를 꼼꼼하게 분석한 뒤 "청소년들의 소설 선호도는 4년 전과 거의 다를 바 없으며 성인독자층의 소설 선호도 조사에서도 소설은 보편적으로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장르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소설은 건실한 것으로 나타났고 문화콘텐츠산업의 기반으로서 소설의 범용성과 부가가치가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소설의 위기'를 '한국소설의 위기'로 진단했다.

아울러 "판매량 상위권에 외국소설이 많다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한다는 나라에서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일본 소설이 인기를 끄는 현상도 궁극적으로는 '일본'이 아니라 '소설'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는 징표"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끝으로 "지금 단계는 소설의 엔터테인먼트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일종의 조정국면"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이제 독자의 기대에 엇박자를 치는 한국 소설의 시장 응전력과 작가 양성 시스템을 자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jslee@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