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뛰빼[뛰어나고 빼어남])/이경복(조각가)

할인점 홈플러스는 거리미술관

사이박사 2020. 2. 12. 21:51

[엔터비즈] 할인점 홈플러스는 거리미술관

대형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대표 이승한)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공미술이란 대중을 위한 미 술을 뜻하는 용어로 통상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는 미 술작품을 일컫는다.

삼성테스코는 삼성물산과 영국 테스코PLC의 합자회사로 현재까지 20 호점을 개점한 대형할인점이다.

삼성테스코는 97년 1호 대구점 개점 때부터 시작해 올 12월 개점 예 정인 21호 부천점까지 새 점포를 열 때마다 색다른 미술 조형물을 내 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실 할인점 앞에 미술 조형물을 세웠다는 자체가 뉴스거리는 아니다.

국내 '건축물 미술장식품법'상 건축비의 0.5~0.7%를 미술품 구입에 의무적으로 써야하기 때문.

하지만 대개의 건물주들이 법적 해당 금액에 맞춰 형식적으로 미술품 에 투자하는 데 비해 이 회사는 의무금액을 넘어선 금액을 지출하는 등 공공미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삼성테스코의 이 같은 자세는 고 객들에게 고급 문화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이미 지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50m짜리 초대형 벽화=부천시청 옆 대로변 홈플러스의 50m 초대형 벽화가 12월 개점을 앞두고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부천시청의 미술 장식품 심의위원회에 작품안이 상정되기 전부터 부천의 새로운 명물 탄생을 예고했던 작품이다.

부천시청은 이 대로변 일대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목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해오던 터라 이번 홈플러스의 미술 장식품 설치를 더욱 반기 고 있다. 홈플러스는 법정금액인 1억여 원을 넘어서는 3억원을 이번 부천점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예산으로 쏟아부었다.

공공미술가 집단인 M조형이 야심차게 작업한 벽화의 주제는 '여백'이 다. 한 변이 1m인 정사각형 패널 위에 다양한 재료를 쓴 벽화 800여 장이 부착되는 대작이다. 각 패널 위에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형상화 한 그림들이 들어간다. M조형 이경복 소장은 "만화도시 부천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모티브를 벽화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젊은 유망작가 작품 많아=삼성테스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는 사람은 이승한 대표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고 추 진한 인물로 미술 방면에 조예가 깊은 편이다. 그는 "대형할인점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변수 가운데 문화예술을 통한 휴식과 여유 등의 컨셉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테스코의 미술품은 주로 젊고 유망한 작가의 것이 많다. 그 실례 가 '홈플러스' 영등포점이다. 할인점 입구 정면에 유명작가 이불 씨 의 '사이보그'가 놓여 있다. 첨단 테크놀로지가 생명체에 가하는 유 형무형의 영향에 대한 낭만적인 해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진주빛 표면처리와 화려한 날개, 미래적인 의상이 신비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개방적 현대 조형언어를 풀어낸 새로운 시도의 공공미술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건물 위에는 구본주 씨의 '세기를 위한 기념비'가 있다. 길다란 스테인리스 아치를 따라 곡예하듯 어디론가 질주하는 인물상이다. 현대 도시인의 삶을 우화적이면서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서울과 달리 지방점의 경우엔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의 작품을 주로 설치한다. 경남 창원점에 놓인 조각가 한진섭의 '고향이야기'가 그것 . 어린 아이들의 다양한 몸동작을 표현한 작품이다. 조각 아래를 벤 취 형식으로 만들어 휴식공간의 몫도 한다. 경기도 안산점에 놓인 김 미란 씨의 '상상 속의 무한공간'은 버섯을 거대 규모로 확대한 작품 이다. 아이들이 놀이터로 사용해 버섯 윗부분은 손때로 반들반들해졌 다.

작품이 좋아도 충분한 전시 공간이 확보되지 못하면 흉물스러워지듯 홈플러스는 설계 당시부터 작품에 대한 공간을 고려하면서 바닥 패턴 과 조명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김지미 기자 jime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