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9일 전두환 군사정권을 규탄하는 시위 도중 최루탄을 맞고 목숨을 잃은 고(故) 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모교인 연세대에 새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9일 서울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새로 제작된 기념비 제막식을 가졌다. 기존 추모비는 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이듬해인 1988년 9월 14일 교내에 세워졌지만 20여년이 지나면서 벽체가 갈라지는 등 훼손이 심했다. 기념사업회는 이 열사의 연세대 86학번 동문 등 각계 후원을 받아 새 추모비를 제작하기로 하고 이경복 석재 조각가에게 작업을 의뢰했다.
이 열사 개인에 대한 추모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킨 열정을 기억하자는 취지에 따라 ‘기념비’라는 명칭이 붙었다. 충남 보령에서 가져온 5t 오석(烏石)을 원석으로 삼아 높이 약 1.4m, 길이 약 3m로 제작됐다.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날짜, 사망일(7월 5일), 장례일(7월 9일), 사망 당시 나이(22세)를 함축한 ‘198769757922’라는 숫자와 함께 이 의미를 설명한 문구가 새겨졌다. 기념비 바닥은 완만한 브이(V)자 형태로 약간 구부러지게 설계됐다. 이 열사의 죽음과 6월항쟁으로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음을 상징한다.
한편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을 당시 신었던 운동화도 복원이 완료돼 이날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에 전시됐다. 기념사업회는 운동화 복원을 기념해 11일 오후 6시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억과 보존 1: 운동화 프로젝트’라는 기획 특별전을 시작한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제막식에 참석해 새 기념비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념비에 새겨진 '198769757922'라는 숫자는 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날짜(1987년 6월 9일), 사망일(7월 5일), 장례일(7월 9일), 사망 당시 나이(22세)를 의미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