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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의 뜻매김

사이박사 2019. 9. 17. 15:37


갈3-1_글줄이기(요약)의 뜻매김.hwp



<요약의 뜻매김>

 

구연상(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철학박사)

 

벼리: 요약(要約)은 본디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생생모습)

(자기) 말로 알기 쉽게 줄이기(짧게 바꿔 쓰기)이다.

 

주어진 글을 요약(要約)한다는 것은 그 글에 쓰인 낱말의 수를 줄이는 일을 뜻한다.

 

낱말의 수를 줄이는 기술을 흔히 압축의 기술로 부를 수 있다. 이는 정보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좋은 정보는 알고자 하는 내용을 확실하게 알려 주는 신호를 말한다. 좋은 정보는 알고자 하는 것이 속할 수 있는 가능성의 수를 최대한 줄인 정보를 말한다. 보기를 들어보자. 누군가 내게 내일 비가 온답니까?”라고 물었을 때 내가 오늘 참 날씨 좋네요.”라고 답했다면, 이 대답은 주어진 물음이 요구하는 확실성에 대해 너무도 많은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다. 정보의 좋고 나쁨은 불확실성의 정도를 잼으로써 결정된다.

글줄이기는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알맞게 줄이듯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는 일을 뜻할 수도 있고, 지도의 세밀함을 낮춰 지역에 대한 전체적 개관을 목적으로 하는 소축척지도(小縮尺地圖, small scale map)의 제작에 비유될 수도 있다. 옷 줄이기 방식은 모든 부분의 분량을 일정 비율로 줄이지만, 짜임새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말하고, 축척 높이기 방식은 반드시 표시해야 할 부분만을 남기고 세밀한 부분들을 빼버리는 방식을 뜻한다.

글줄이기에서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의 크기를 재는 일이다. 본디글의 길이와 줄여야 할 글의 길이를 비교해 본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한 줄로 줄일 수도 있다. 글줄이기는 글의 바탕 뜻을 군더더기 없는 짧은 문장으로 다시 표현하는 것과 같다. 글줄이기는 고쳐 쓰기이다. 고친다는 것은 맞춘다는 것이다. 긴 글을 짧은 지면에 맞도록 고치는 것이다. 불필요한 내용을 잘라 내거나 쳐내는 것은 당연하다. 글줄이기는 본디글의 뼈대를 밝혀내어 그 골격만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쓰는 일이다.

글을 줄인다는 것은 남겨진 낱말들 사이의 자리매김을 새롭게 하여 새 글을 짓는 것을 말한다. 줄인 옷이 하나의 완전한 옷이어야 입을 수 있고, 더욱 성기게 제작된 지도일지라도 그 자체로 필요한 지도의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지도가 되듯, ‘줄인 글또한 그 자체로 온전한 글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 즉 글 줄이기의 결과물 또한 글이어야 한다.

글을 줄이려는 이유는 본글의 핵심 내용을 손쉽고 빠르게 알리기 위함이다. 이런 점에서 글줄이기는 마치 광고의 일에 빗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글을 줄이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본글의 핵심 내용을 올바로 분석하고 파악하게 되어 본글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이 이해한 바를 본글의 분량보다 줄여서 적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힘은 말할 것도 없고 표현력도 크게 좋아진다.

글줄이기는 본디 글에서 펼쳐진 뜻이나 생각의 흐름 줄기를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그 본디의 뜻을 서술하는 방식은 요약하미 자신의 것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다고 주어진 본디 글에 대한 읽으미의 압축 감상문을 써서는 안 된다. 글 줄이기에서 줄여지는 바는 그 뜻이라기보다 표현 방식이다. 줄이미는 가능 한 문체의 통일을 유지하는 가운데 본디 글을 자신의 언어로 바꿔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이 더욱 짧게 줄여질수록 글의 형태는 마치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한 그루의 나무 꼴을 닮아가게 마련이지만 글 자체는 자연스럽고 힘 찬 느낌을 자아내야 하므로 글 줄이기에도 그 나름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 기술은 금기 사항을 피하는 방식으로 연마할 수 있다. 우선 줄인 글은 본디 글에 담긴 생각이나 뜻의 흐름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줄이미 자신의 주관적 해석이나 주장을 펼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즉 줄이미 자신의 군더더기 생각을 덧붙여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본글의 핵심 낱말들을 그대로 베껴 쓰거나, ‘조각 짜깁기의 방식으로 얼기설기 얽어내거나 그럴듯하게 이어 붙여서는 안 된다. 또 본글을 지나치게 독창적으로 줄이려다 낱말의 꽈배기를 꼬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글 줄이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은 줄임글이 본글보다 알기 쉽도록 쓰는 일이다. 이를 위해 줄임글 자체는 탄탄한 글 짜임새를 갖춰야 한다. 짜임새가 좋은 글은 글이 엮이는 흐름이 뚜렷하다. 글 흐름이 뚜렷하다는 것은 글 속에 담긴 생각을 잘 읽어낼 수 있다는 것, 달리 말해, 글 자체가 잘 이해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글이 이치에 맞을 뿐 아니라, 그 말하는 바가 일관성을 유지할 때만 가능하다.

 

글을 줄이는 근본 이유는 본글의 핵심 내용을 보다 손쉽고 빠르게 알리기 위함이다. 이는 이해를 위해서나 기억 또는 기록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요약의 생명은 일목요연(一目瞭然), 글의 뜻을 한 눈에 알아봄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요약의 분량은 보통 한 눈에 읽을 만큼을 넘지 않아야 좋다. 물론 본글은 줄어들수록 그 글 속에 담긴 풍요로움을 잃게 마련일 뿐 아니라 줄이미의 이해와 표현력 등에 따라 크게 오해될 수조차 있다. 주어진 글을 올바로 줄이기 위해서는 본디글의 핵심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뒤 그 내용을 정해진 만큼의 길이로 다시 서술해야 한다. 이때의 다시 쓰기’(재서술)는 글쓰미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게 아니라 본디글을 알기 쉽게 알리는 것이다.

요약문은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기 위한 게 아니므로 글줄이미가 요약문에 자신의 감상과 견해를 담고자 해서는 안 되지만, 요약문은 글줄이미가 자신이 파악한 핵심 내용을 자신의 말과 글로 다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본디글을 그대로 베껴 써서도 안 된다. 요약은 인용이 아니다! 글을 줄인다는 것은 본디글의 요점(要點), 가장 중요한 골자를 보다 알기 쉽고 짧은 형태로 바꿔 쓴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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