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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어때(어떠함)_거울, 번역, 결핍의 언어, 이것도저것도의 논리, 유머

사이박사 2019. 9. 10. 15:57


갈2-3_(읽기의어때)적190814_지(知)의 윤리, 웃음, 번역, 거울, 이것도의 논리.hwp


살핌, 고바야시 야스오·후나비키 다케오 엮음, 이근우·전종훈 옮김, ()의 윤리(The Ethics of Knowledge), 경당, 1997.

 

따옴(85~86): 다른 문화를 다루는 방법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푸코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지요. “거울이란 장소없는 장소인 한, 하나의 유토피아입니다. 나는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만 거기에는 내가 없습니다. 표면의 맞은편에 잠재적으로 열려 있는 비현실의 공간. 나는 내가 없는 곳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에게 나 자신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내가 없는 장소를 보여주는 일종의 그림자입니다. 거울의 유토피아. 하지만, 거울은 또 눈 앞에 존재하고, 나를 내가 당장 눈 앞에 차지하고 있는 장으로 돌려보내는 한에 있어서 헤테로토피아이기도 합니다. 거기에서 나는 나 자신을 보는 것입니다. 나에게 향해진 이 시선에서 유리 저쪽의 잠재적 공간의 깊은 곳에서 나는 나에게 되돌아오고, 내 눈을 다시 나에게로 향해 다시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내가 있는 곳이란, 요컨대 지구의 중심이 아니라 우리(서양)는 어딘가 도중에 있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따옴(86):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그 자기상대화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거울의 은유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이러한 태도는 도대체 타자와 다른 문화에 대해 정말로 흥미를 품고 있는 것인가, 바꾸어 말하면, 그것은 결국 다른 문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문화를 비교할 때에는 그러한 심각한 국면이 생겨나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옴(89~90):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번역은 중요한 기둥의 하나입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문화의 말의 ()”바꾸는()’ 것은 창조적인, 그러나 위험한 작업입니다. 우선 전통적인 개념이나 상징(과 그 배경에 있는 의미나 현실)을 이용하여 다른 의미나 사고방식을 자기 문화에 흡수하기 때문에 타자로부터 받는 자극을 없애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비유나 유추(analogy)는 본래 보수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위험을 품고 있으나 새로운 형태의 체계적 사고(서양의 근대적 의학, 지리학, 군사학 등)를 구상화하여 그것을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세계와 관련시키려고 할 때에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자의 조합에 따라 만들어진 새로운 학문의 언어와 종래의 문맥 사이의 갭이 너무 깊다는 위험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난학자가 이룩한 공적의 하나는 자기 문화와의 연계를 필요 최소한의 규모에 그치게 하고, 근대 서양문화로부터 자극을 가능한 한 받아들이려 했던 최초의 시도였던 것에 있습니다.

따옴(90): 그러나 메이지(明治) 시대가 되자, 즉 모든 문화가 고도(孤島)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는 근대국민국가의 형성이 빨라지는 시기가 되자, 서양을 조심성 있게 일본어·한자의 세계에 편입시키려는 그러한 시도는 서양주의적 근대파동양주의적 전통파의 대립으로 바뀌어 갑니다. () 전자에 있어서는 이미 개개의 학과별로 따로따로 수용되어 있던 전문지식을 가능한 한 빨리 제도화(행정, 교육제도, 보건제도, 법률제도, 문예의 세계 등)하는 것이 커다란 목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전문용어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계속되고 ᅟᅵᆻ는 일본인의 정력적인 번역활동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번역어를 기초로 하여 일본문화나 경제, 정치 등에 대한 역사의 분석도 행해져 왔습니다.

따옴(90): 그러나 그 배경에는 처음부터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그러한 번역어가 과거와 현재의 일본의 현실을 파악해 줄 수 있는가 하는 모든 번역(=비교)이 갖는 문제입니다. 그 필연적 결과가 ()유럽중심주의아니겠습니까?

따옴(91): “역유럽중심주의서양적이 아닌(non-western)” 문화의 담당자 자신이 서양이라는 이상을 자신의 사회문화적 발전의 척도로 삼는 것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즉 자신의 실체를 그 이상과 비교하는 것인데, 거기에서 발생하는 것은 결핍의 언어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은 아직 없다”, “은 충분하지 않다”, “가 없다”, “가 뒤떨어져 있다등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한 열등감으로 가득찬 언어는 결국 일상적으로는 이해되지 않으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간주되거나, 불안이나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한국의 현실을 서양의 거울에 비춰 볼 때, 우리의 삶은 그들의 삶에 갖춰져 있는 것들이 빠져 있는 결핍(缺乏) 투성이의 모습이 될 것이다. 우리가 거울로부터 들려오는 저 낯선 말들에 들어맞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찾아보려 할지라도, 그 말 자체가 이질적인 것으로서 전혀 다른 세계에서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사회가 선망하는 이데아 현상이니 커뮤니티 관계를 찾아볼 수 없고, 마침내 사람들은 우리에게는 이데아가 없다, 커뮤니티를 건립해야 한다.”라고 말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이데아또는 커뮤니티라는 말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우리말에 새로 들여온 낱말들로 말미암아 우리 자신에게 매우 동떨어진 세상, 또는 아주 뒤떨어졌거나 열등한 것처럼 느껴진다. 본디 말과 삶은 한몸맞짝으로서 서로 살림의 방식으로 함께 자라거나 줄어드는 법이지만, 잉글리시 낱말들이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쉴 새 없이 우리말 가운데 속속들이 파고드는 바람에 우리는 말과 삶이 찢어져 갈라진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로써 우리말의 마름질 힘은 크게 떨어지고, 우리는 저마다의 전문 영역에서 거의 독백에 가까운 방식으로 말한다. 우리말이 독백의 언어가 되면, 우리 사회의 소통 언어는 더는 우리말이 될 수 없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일부 학문 분야는 더 이상 우리말이 학문어가 아니다! 아니 갈말(학술어)의 경우, 우리말은 한 번도 학문어였던 적이 없었다! 이는 우리가 학문적 문제를 스스로 묻고, 그 물음에 대해 스스로 올바른 대답을 찾아나가 마침내 앎의 짜임새를 일관된 우리말로 갖출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ᄉᆞ)]

 

 

따옴(94): “이것인가 저것인가, 진리는 하나밖에 없다.”라는 논리는 한정된 분야에 있어서는 불가결한 세계 해석의 방식으로서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으나 세계에 대한 모든 지식이 타당한 논리는 아닙니다. 다른 한편 이것도 저것도라는 논리도 인간이나 문화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예를 들면 그것을 확대해석하여 적용한 것과 같은 “(자연재해인) 한신(판신 阪神) 대지진은, (인간에 의해 초래된) 2차 세계대전과 같은 큰 재해였다.” 등의 말을 들으면 나는 불쾌감을 느낍니다.

 

따옴(95.2): 유머와 여행은 이것인가 저것인가=분명하고 원리적인 사고·행동양식이것도 저것도=모호한, 지금·이곳이라는 순간에 구애받는 자세의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또 다른 이것도 저것도의 논리와 나아가서는 비교문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따옴(95~96): 최근 웃음을 생각한다라는 명제는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 그처럼 인류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시대에 웃음, 유머를 생각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그러한 시대에 만담가가 동경도 지사에 선출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머의 근본적 요소의 하나는 개방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종래의 지식에 기초한 논리적·체계적 논증구조를 일시적으로 해체하면서 우리의(단편적인, 또 어떤 의미에서는 비논리적인) 연상, 상상력을 발동시켜 새로운 발상, 인식을 얻는 길을 열어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유머의 또 하나의 불가결한 전제는 그 회화적·사교적 성격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상대가 서로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 그리고 그 상대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려 하지 않으면(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일은 실패로 끝납니다. 혹은 다른 말로 하면 단편성, 비논리성, 연상성, 회화성이 지식이나 논리성, 판단능력으로 지탱되지 않으면 웃음은 우리들의 입가에서 얼어붙어 버리거나, 웃는 쪽이 오히려 울고 싶은 기분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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