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2-2_(읽기의어때)적190909_도시히코(박철은)_가능세계의 철학, 무엇이든 다 된다(발리 투도, Vali Tudo), 뒤샹, 케이지.hwp
살핌: 미우라 도시히코 지음, 박철은 옮김, 『가능세계의 철학―필연과 가능으로 읽는 ‘존재’와 ‘세계’(1997)』, 그린비, 2011.
따옴(4.1): 20세기 문화를 특징짓는 최대의 키워드는 어쩌면 “무엇이든 가능하다”일지도 모릅니다.
따옴(4.3): 1917년 마르셀 뒤샹이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이미 제작된 변기를 ‘미술작품’으로서 제출했습니다. 그때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족쇄로부터 해방되었던 것입니다.
[⇒ 뒤샹은 ‘남이 만든 상품’, 말하자면, [앞선 예술관에 따를 때] ‘예술작품일 수 없는 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내놓았다. 이는 상품과 작품이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나의 예술작품을 ‘작품’이게 해 주는 것은 그것이 내보이는 세계이다. 이때 이 세계는 ‘지으미’에 의해 세워진다. 어떤 지으미가 하나의 대리석 덩어리로써 등신불을 스스로 조각한 것과 다르미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등신불 상품을 ‘자신’의 것으로 내놓는 것은 그 유래에서 크게 다르다. 지음 과정이 빠진 것은 작품일 수 없다!(ᄉᆞ)]
따옴(4.3): 존 케이지는 피아노 앞에 피아니스트를 그냥 앉혀서 아무런 소리 하나 내지 않는 행위를 ‘음악작품’으로서 상연했습니다.
[⇒ ‘소리없음’은 음악의 기초(밑감)이지 음악 자체는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그 기초를 만나게 해 준다는 것은 ‘더 깊은 음악’을 들려준 것이로 볼 수도 있다. 눈에 띄지 않은 바를 드러내 주었다.(ᄉᆞ)]
따옴(5.1): 루치오 폰타나는 캔버스를 찢어 놓기만 한 작품을 계속 생산해 냈고, 개념미술 예술가들은 매일 그저 날짜를 쓰거나 거리에서 물건을 부수거나 사과를 방치해서 서서히 썩게 하는 등의 행위를 그대로 ‘미술작품’이라 칭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 찢기, 부수기, 썩히기 등은 ‘예술적 제작(빼어남+뛰어남)’의 바탕이 되는 것들(자연물, 재료)을 주제화하는 행위(=알아 하기)이다.
따옴(6.1): 기존 예술의 틀에서 벗어난 표현행위가 예술로서 인정되고, 인간 행위는 그럴 만한 맥락만 주어지면 무엇이든 예술일 수 있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일반화되었던 것입니다.
[⇒ 예술은 꼴을 빚어내는 기술인데, 이때의 빚음은 빼어나고 뛰어난 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끝없는 ‘못 갖춘 꼴들’에 그칠 수도 있고, ‘이미 꼴을 갖추고 있는 것’을 ‘다른 맥락’으로 옮겨놓는 것일 수도 있다.(ᄉᆞ)]
따옴(7.2): 신흥 종교뿐만 아니라 하위 문화 전체에 있어서 이 ‘규제 철폐’ 의식이 여기저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뜀) 인터넷에서의 헤어누드, 메시지나 스토리에 구속되지 않는 난센스 만화, 정상적 성행위 이외의 동성애나 페티시즘, 변태적인 여러 형태의 도착을 취급하는 포르노 표현, 전화방이나 이미지 클럽 등 다양화하는 성풍속 산업...
[⇒ “무엇이든 예술일 수 있다.”라는 말은 어떠한 규제든 철폐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ᄉᆞ)]
따옴(7.2): 1920년대부터 남미에서 실천되고 있던 ‘발리 투도(Vali Tudo: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의미의 포르투갈어)’ 격투기 대회가 90년대에 들어 세계적으로 개최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깨물기와 눈 찌르기 이외에 무엇이든 OK라는 발리 투도에 의해 복싱이나 유도 등 규칙에 속박된 스포츠 격투기를 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었던 무술의 본질이 명확하게 되었습니다.
[⇒ “무엇이든 다 된다.”는 것은 무엇이든 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마치 홉스의 자연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자연상태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을 크게 떨어뜨리고, 법과 국가를 통해 사람들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처럼 격투기 또한 그 과정에서 규칙(rule)이 만들어진다.(ᄉᆞ)]
[사이] 백남준 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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