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4호 |
경쟁을 넘어 고독과 친구 되기 |
유 지 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
거리, 지하철, 엘리베이터…. 어디서나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SNS에 접속하는 모습은 일상적 풍경이다. 이렇게 공기처럼 퍼진 소셜미디어 소용돌이에 휘말려든 중년 남성이 고뇌에 사로잡혀 갈등하는 영화가 등장했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2017, 마이크 화이트)에서 브래드(벤 스틸러)는 ‘카페인 증후군(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앞글자를 딴 신조어)’에 시달린다. SNS에 뜬 성공한 동창의 모습에 20여 년 전, 보스턴에 있는 명문대학을 졸업한 그는 현재 비영리단체에서 공익적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그가 SNS로 찾아본 동창들은 물질적 자본에서 그를 압도한다. 이를테면, 백악관에서 일한 경력에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하버드대 겸임 교수도 하는 동창, 헤지펀드로 거부가 된 동창, 일찍이 큰돈을 벌고 은퇴해서 젊은 여성과 하와이에서 사는 동창도 있다. 이렇게 한때 같이 공부했던 동창들은 대부분 성공해서 잘 사는데, 그는 명분 있는 일을 하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해, 닥쳐올 아들 대학 학비를 걱정하며 열등 콤플렉스에 빠져든다. 세상과 접속하며 고독을 친구로 이렇듯 무한 정보 접속이 가능한 SNS 시대, 자기 자신과의 관계는 본질적 토대로 작동한다. 압축 성장을 해 온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에는 대가족 관계를 중시하며 외로움을 꺼리는 관습이 그 잔영을 드리우고 있다. 유독 세대차이가 심한 이유도 그 여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즐기는 욜로(YOLO)식 생활양식은 자신에게 몰입하는 삶의 방식으로 뜨고 있다. 먹기, 영화보기, 여행가기를 일컫는 신조어, 혼밥, 혼영, 혼행 등은 SNS 정보와 접속하며 혼자 삶을 즐기는 현상이다. 4인 가족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는 1인 가구 통계가 보여주듯이, 1인 중심용품이 ‘1코노미’란 신조어를 파생시키며 번창하는 중이다(201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의 27.2%를 차지하며, 18.8%를 차지하는 4인 가구를 넘어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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