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낯선 이들과 만나 밥을 먹으면서 친목을 다지는 밥상모임

사이박사 2016. 4. 2. 19:17
[Vol.423] 2016.03.14
‘혼밥족’, ‘혼술족’을 아시나요?
 

지난 21일 오후 3시께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인스턴트 펑크’에 십여명이 모였다. 언뜻 보기에는 동호회 연말 송년모임 같지만 실상 당일 처음 만난 사이들이다. “자취를 오래 했는데 요리를 잘 못해서 친구가 해주는 음식에 숟가락만 얹어 왔다”고 말하는 정혜진(31)씨는 의류브랜드 디스플레이어다. “대학 때부터 쭉 자취를 했고, 도시락을 싸 다닐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직장인 노다희(27)씨는 옆자리 낯선 이와의 수다가 즐겁다.

 이 자리는 미국 브루클린, 덴마크 코펜하겐 등에 사는 화가, 농부, 작가, 뮤지션 등의 삶과 그들의 밥상을 소개한 <더 킨포크 테이블>(사진)의 출간에 맞춰 출판사가 마련한 ‘킨포크 서울 디너’였다. 지난해부터 20~30대 싱글족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이른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행사다. 소셜 다이닝은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낯선 이들과 만나 밥을 먹으면서 친목을 다지는 밥상모임. 누구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밥 한 끼를 제안할 수 있고, 제안에 동의하는 이들이 모여 식사를 한다. 외롭게 밥 먹는 일이 곤혹스러운 독신들이 주최자이자 동시에 소비자다. 확산 배경엔 해마다 급속하게 늘고 있는 1인 가구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 4가구 중 한가구는 1인 가구라는 소리다.

 대표적인 소셜 다이닝 업체 ‘집밥’(www.zipbob.net)의 대표 박인(28)씨도 처음에는 혼자 밥 먹는게 싫어서 페이스북에 ‘같이 밥 먹자’는 내용을 올렸다가 호응이 뜨거워 소셜 다이닝의 장터를 제공하는 ‘집밥’을 창업했다. 회원이 밥상모임의 성격과 장소, 시간을 ‘집밥’에 올리면 관심 있는 다른 회원들이 신청해 식사모임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1870여개의 밥 모임이 올라와 있고 현재 34개가 진행중이다.

 이날 ‘킨포크 서울 디너’는 일반적인 국내 소셜 다이닝과 달리 일본, 미국,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뉴질랜드, 독일 등 17개국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더 킨포크 테이블>을 일본, 미국, 한국에서 먼저 동시 출간한 ‘킨포크’ 쪽의 요구 때문이었다. ‘킨포크’(www.kinfolk.com)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디자이너, 셰프,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커뮤니티인데, 잡지 <킨포크>를 발행하고 워크숍, 디너 등을 연다.

 상업적인 광고를 배제한 이 잡지는 ‘빠름에서 느림으로, 혼자에서 여럿이,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를 슬로건으로 단출하고 소박한 밥상과 함께 나눠 먹는 밥의 기쁨을 지향한다. 미식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배제하고, 농부들의 직거래 장터 등을 건강한 밥상의 대안으로 내세운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은 잡지의 사진은 국내에서도 일찌감치20~30대 젊은 디자이너들이나 예술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던 터였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국내외의 소규모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한 서점에서는 호당 100권 이상을 수입하면 열흘이 안 돼 완판이 됐다. 인기를 감지한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에서도 올해 4월부터 수입에 나섰다. 현재 9호까지 출간된 상태다. 지난 10월에는 킨포크 워크숍이 명상센터인 ‘깊은 산속 옹달샘’(충북 충주시 소재)에서 한국의 전통 발효를 주제로 열렸고 그 내용은 킨포크 간행물에 올라갈 예정이다.

 21일 디너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잡지 <킨포크>의 열렬한 팬들이다. 최근까지 화장품업체에서 마케팅과 크리에이티브 총괄을 맡았던 김명주(40)씨는 “킨포크 영문판을 보고 반했다”며“(킨포크 정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아야 세상은 덜 척박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소셜 다이닝에 처음 참여한 유혜린(26)씨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공간에 온기를 나누고 나눠 먹는다는 게 너무 좋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이들은 연어가 들어간 누룽지, 귤차, ‘할머니의 호박죽’ 등 자신만의 레시피도 공개해 공유했다. 이날 행사는 킨포크 누리집에서 소개됐고 이후 간행물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박미향 기자, <한겨레> 2013-12-24,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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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서 노숙자와 밥먹는 경찰…“누구나 혼밥은 싫어”

주유소 마당에 주저앉아 노숙자와 함께 밥을 나눠 먹는 미국경찰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27일 미국 NBC 방송의 뉴스프로그램 ‘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른 오전, 플로리다 주 오캘러 경찰서에서 일하는 에리카 헤이는 주유소 마당에 혼자 있는 노숙자를 보고 먹을 것과 커피를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갓돌에 나란히 앉아 함께 음식을 먹었다. 이 장면을 우연히 본 티아나 그린이라는 여성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이 경찰관을 모르지만, 이분을 존경한다”며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는 멋진 친절이었다”고 적었다.

또 “누군가 이 경찰관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이 남자의 인생에서 뿐 아니라 만나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서 다른 하루를 만들어줬다는 걸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20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관인 헤이는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동네라 이 지역의 노숙자라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그는 누군지 몰랐다” 며 “그가 혼자 거기 있어서 음식을 좀 가지고 그에게 갔다. 누구도 혼자 먹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집이 없는 사람에게 외로움은 최악의 것이다. 그들은 모든 이들로부터 고립됐고, 어떤 형태의 상호 작용이든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미희 기자, <연합뉴스> 2015-07-27,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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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현상은 관음증…음식은 나눠 먹어야!”

‘먹방’의 시대다. ‘먹고 마시는 방송’이 대세다. 전국의 맛집을 구석구석 찾아내서 맛있게 먹는 ‘먹보’가 뜨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대중의 스타가 됐다. 한국인 유전자에 있는 식탐 탓일까, 아니면 한국의 정신문화적 코드에 ‘풍류’가 있기 때문일까? 먹방의 카메라를 로마시대로 옮겨보자. 연회 참석자들은 알프스에서 실어온 얼음과 다양한 포도주로 가볍게 목을 축인다. 알프스의 얼음을 식탁으로 옮겨오기까지는 얼음이 녹기 전에 로마 귀족의 식탁에 올리기 위해 노예들의 촌각을 다투는 질주가 필요했다. 내장을 꺼내고 소시지로 배를 채운 돼지, 거위의 내장, 양의 고환, 송아지 췌장, 곰 엉덩이 살, 달팽이 튀김 등 진귀한 산해진미가 대중욕탕을 다녀온 귀족들의 식탐을 자극했다. 로마의 미식가들은 더 많은 음식을 맛보기 위해 억지로 구토를 해 위장을 비우고 다시 먹기를 반복했다. 먹는 자가 곧 상류층이었고, 최고 지배계층이었다. 이런 탐식의 문화는 ‘미식’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됐다. 또 권력은 음식문화 코드를 복잡하고 정교하게 다듬어 일반인들이 흉내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

지난달 21일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종교음식 전문가인 김현진(45·사진)씨는 “먹방 현상은 음식의 왜곡된 관음증 때문”이라고 정의한다. (…)

최근 각종 종교와 음식의 연관 관계를 서술한 <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난달)을 낸 김씨는 “먹방에 좌우되는 음식문화가 아니라 자신만의 레시피와 음식 코드에 따라,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의미있는 식탁을 차려주는 음식문화를 창조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나만의 식탁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를 위한 식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외 계층에겐 먹고 마시는 것이 생존의 문제이자, 기본적인 삶의 과제입니다. 인간의 만찬이 풍성해지는 것은 함께 나눔에서 시작돼요. 강자만 포식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누어 먹는 날, 우리도 신들의 향연에 함께할 수 있어요.”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한겨레> 2016-01-07,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