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

‘참견 사회’에서 ‘원자 사회’로/‘나홀로’ 세태/ ‘혼밥’은 ‘혼자 밥 먹기’, ‘혼술’은 ‘혼자 술 마시기’의 줄임말

사이박사 2016. 4. 2. 19:14
[Vol.423] 2016.03.14
‘혼밥족’, ‘혼술족’을 아시나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머 게시글 중에 ‘혼자 밥 먹기 레벨’이 있다. 1단계 ‘편의점에서 혼자 라면 먹기’, 2단계 ‘푸드코트에서 혼자 밥 먹기’부터 시작해 6∼7단계쯤 가면 ‘세련된 요릿집·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자 먹기’가 나온다. 마지막 9단계는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다.

27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2011년 1월 1일부터 2015년 12월 22일까지 블로그(6억5851만2182건)와 트위터(79억7357만5800건)를 분석해 2016년에도 ‘나홀로’ 세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혼밥’은 ‘혼자 밥 먹기’, ‘혼술’은 ‘혼자 술 마시기’의 줄임말이다. 혼밥과 혼술은 SNS상에서 올해 1만 5485회 언급됐다. 언급량은 2014년(2244회)에 비해 7배 이상으로 늘었고, 4년 전인 2011년(807회)보다는 20배로 늘었다.

혼자 놀기에 대한 시선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혼밥·혼술의 연관 감성어로는 2015년 ‘즐기다’(771회), ‘멋있다’(240회), ‘맛있다’(218회)가 상위에 올랐다. 2014년에는 비슷한 감성어가 40∼70회 언급된 것에 그쳤고, 2011∼2013년 ‘배고프다’, ‘무섭다’, ‘싫다’ 등 부정적인 감성어가 상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해도 큰 변화다.

혼자 놀고 혼자 밥 먹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결혼 또한 인생의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미혼(未婚)은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는데 아직 안 한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비혼(非婚)은 혼인할 의지가 없음을 뜻한다. ‘비혼’은 2015년 16만604회 언급돼 2014년 (4198회)에 비해 3800% 가까이 증가했다.

이성과의 연애에 소극적인 ‘초식남’을 넘어서 이성과 아예 만나지 않는 ‘절식남’까지 등장했다. 초식남·절식남 언급량은 2011년 9873회에서 2015년 1만 4695회로 50%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홀로인 청춘들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청년실업’은 2015년 5만7731회 언급돼 2014년(2만 4152회)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청춘들은 청년실업으로 절규했고, 불안해했다. 청년실업 관련어로 ‘절규’와 ‘불안’은 각각 1910회, 790회 언급됐다. 청춘들이 가져야 할 사랑·희망·열정은 ‘고민’ (3793회), ‘아픔’(2715회), ‘무시무시한’(2247회), ‘상처받다’(1264회) 등과 함께 언급돼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나홀로’가 대세가 된 사회를 우려했다. 경제적·심리적·사회 관계적으로 빈곤함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남과 함께 하는 게 부담스럽고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노답사회’(답이 없는 사회)에서 각자 자기 보존에 급급해져 남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고 내밀 줄도 모르는 상태가 됐다”며 “SNS 때문에 혼자 있으면서도 혼자 있지 않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슬기 기자, <연합뉴스> 2015-12-27, 기사


‘참견 사회’에서 ‘원자 사회’로


“화려한 싱글족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과 같은 것이기에 어렵다.” 넷 중 한 집이 1인 가구인 시대, 경제학자 우석훈은 김수영의 시 ‘공자의 생활난’에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불가능한 작전을 구상하는 두 권의 책이 동시에 나왔다. 싱글 시대 일본의 고민을 담은 <혼자 못 사는 것도 재주>(우치다 타츠루 지음·김경원 옮김·북뱅 펴냄)와 한국 경제학자 우석훈이 쓴 <솔로계급의 경제학>(우석훈 지음·한울아카데미 펴냄)이다.

<혼자 못 사는 것도 재주>(사진)에서 일본 사회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불황과 가족의 해체를 목도하며 “혼자 돈 벌고, 밥 짓고, 혼자 놀고,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누구도 자신에게 기대지 않게 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자립해 있는 것이 아니라 고립해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전통적인 ‘참견 사회’에서 ‘원자 사회’로 변해버린 일본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젊은 세대는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히고, 공생할 수 있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린 개인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

우석훈이 그리는 한국의 모습도 비슷하다. ‘아버지들의 경제학’으로 이룬 나라가 자식 세대에겐 거의 물려줄 것이 없음을 아프게 짚는다. 한국 노동자가 일생 동안 저축할 수 있는 최대 액수는 6억원. 그중 2억5000만원이 주거비용으로, 자녀 1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3억원이 들어가고 나면 5000만원이 남는다. 누군가에게 물려주기는커녕 노후도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지금 20대 청년들 중 많아야 절반, 아니면 3분의 1 정도만이 결혼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게토화된 빈곤형 싱글 남성들 사이에선 여성혐오주의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 사회엔 여전히 출산과 육아에는 혜택을 주고 미혼자들에겐 경제적 불이익을 줘 결혼과 출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아빠 경제학’이 득세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일 두 나라에서 나온 싱글들을 위한 작전은 비슷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혼자 못 사는 것도 공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하며 “자립이란 나 없인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늘리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그는 실제 자신의 집 1층에 ‘개풍관’이라는 도장을 열어 무도 수련과 철학 공부를 함께 하는 학습 공동체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에서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미팅 시스템’을 비판하던 그는 전통적 방식의 중매까지 주선한다는 후일담이다. 앞서 나온 책 <하류 지향>에서 보듯 그는 결혼이 사회적 약자로 머물지 않기 위해 청년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
남은주 기자, <한겨레21> 2014-10-13, 기사
자세히알기
편의점 매출지형 바꾼 ‘싱글족 효과’

씨유(CU), 지에스(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3대 편의점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상품들을 분석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올해 편의점의 두드러진 특징은 1~2인 가구 소비의 증가였는데, 이는 생수 판매량에서 잘 드러난다. 그동안 편의점에서는 500㎖ 이하 생수가 주로 판매됐는데, 올해에는 대용량 생수(2ℓ)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대용량 생수 매출은 지난해 28.9%, 올해 12.4% 증가하면서 전체 생수 매출의 48%를 차지했다. 지에스25의 경우에도 자체브랜드 생수인 함박웃음맑은샘물 2ℓ가 전체 상품 중 판매수량 2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1~2인 가구가 대형마트 대신 가까운 편의점에서 장을 보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변화로 보고 있다.

라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주로 팔리던 컵라면의 비중이 줄고, 봉지라면의 비중이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컵라면 대 봉지라면 판매비율은 2010년까지 73 대 27이었는데 올해에는 약 60 대 40까지 격차가 줄었다.

1인 가구 대표 수혜상품인 도시락 매출은 씨유의 경우 55.7%, 세븐일레븐이 57.7% 증가했다. 간편조리식, 소용량 반찬 등의 매출도 20% 이상 늘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알뜰한 소비 풍토에 따라 자체브랜드(PB)상품이 강세를 보인 것도 특징이다. 씨유는 현재 총 500여종의 자체브랜드 상품을 판매중인데, 지난해 대비 32.5%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특히 올해 우유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와중에도 가격을 동결한 씨유흰우유는 전체 우유 제품 가운데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의 자체브랜드 스낵인 ‘PB 초코별’은 스낵 판매 선두인 ‘농심 새우깡’을 바짝 뒤쫓았다. (…)
유신재 기자, <한겨레> 2013-12-06,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