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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세계화_김슬옹

사이박사 2014. 5. 21. 13:06

  • 쉽고 아름다운 한글로 즐겁게 소통해요 세종 정신으로 한글 세계화 이루기 한글학회 연구위원 김슬옹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전 미국 대사는 2010년 문화방송MBC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한글 날아오르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들은 한글의 아름다움과 창의성을 전 세계인들과 나눠야 합니다. 그것은 한국 문화의 힘에 대해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한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해서도 말입니다.”

     

    한글 세계화의 참길을 잘 보여 준 말이다. 진정한 세계화는 나누는 것이다. 물론 정신을 나눌 수도 있고 물질을 나눌 수도 있다. 돈을 벌며 나누는 것이 상품 수출이다. 젊은 시절 한국에서 봉사단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분의 애정 어린 조언이라 그런지 더 훈훈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진정한 세계화는 그야말로 정신이든 상품이든 나누는 것이다.

     

    스티븐스가 말한 한글의 아름다움은 글꼴 같은 물리적 아름다움일 수도 있고 모든 백성과 문자를 나누고자 했던 세종 정신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물리적인 상품일지라도 모든 것을 나누고자 했던 세종 정신을 품은 한글의 보편적 가치와 뛰어남이 들어 있는 것이다. 결국, 가장 손쉬운 한글 세계화 전략은 쉽고 아름다우며 소통의 즐거움도 누릴 수 있는 한글의 특성을 살려 경제 분야에서 이러한 한글의 융합적 가치를 더욱 드러내는 일이다. 한글의 미학적 특성을 살린 한글 산업화야말로 자연스러운 시장 경제 원리에 의해 폭넓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동영상을 통해 배우면 제격이다. 싸이는 ‘쉬움’과 ‘재미’, ‘단순함’의 3대 정신을 통해 전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이는 한글이 지닌 보편적 가치인 ‘쉬움, 단순함, 소통의 즐거움’과도 일치하고 있어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한글은 이런 속성을 조화시키고 융합시켜 만들어 내는 창조성이 뛰어나 그 가치는 재미와 흥미로 이어진다. 거기에다 한글은 우주와 사람의 가치를 조화롭게 하는 철학을 담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가능성을 글쓴이는 해마다 한글 시계를 개발하고 전시해 온 동서울대 시계주얼리학과 학생들 작품에서 발견했다. ‘그림 1, 2’처럼 학생들이 직접 한글 창제 정신을 담은 한글 시계를 만들어 한글 산업화의 좋은 사례를 십 년 넘게 선보이고 있다.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한글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하늘과 우주를 품은 한글의 철학을 상품으로 그대로 뿜어내 한글의 품격과 상품의 품격을 함께 높이고 있다. 그야말로 고품격 명품을 통한 한글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우주 철학과 과학을 담고 있는 한글 정신을 철저히 담으려는 노력이 한글의 예술성과 상품의 예술성을 동시에 빛나게 했다. 물론 이런 작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과 평가가 어떠한지는 모르지만, 한글 세계화를 위한 값진 전략임은 분명하다.

     
    삽입_그림 1 한글 디자인 시계동서울대 최지선 학생 개발, 정주리 교수 지도 삽입_그림 2 한글 디자인 목걸이동서울대 이태란 학생 개발, 정주리 교수 지도
     

    다음으로는 한글 캐릭터와 같은 친근하면서도 부가 가치가 높은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한글 정신과 예술성, 상업성을 철저히 결합해 누구에게나 친숙한 한글 세계화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림 3, 4’의 정단아 학생의 한글나라 자모 친구들, 김혜경 학생의 한글나라 귀염둥이 작품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 준다. 글쓴이가 개발한 ‘그림 5’의 한글 로봇형 캐릭터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이것은 한글 자음이는 15세기 자음 17자, 한글 모음이는 모음 11자를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삽입_그림 3 한글나라 자모 친구들세종대 정단아 학생 개발, 김슬옹 교수 지도 삽입_그림 4 한글나라 귀염둥이들세종대 김혜경 학생 개발, 김슬옹 교수 지도 삽입_그림 5 훈민정음 28자로 형상화한 한글 로봇 평면도자음 17자와 모음 11자, 김슬옹 작
     

    이러한 한글 융합 노력에 이야기와 상상의 힘을 보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글 디자인과 이야기를 결합한 ‘그림 6’과 같은 성신여대 학생들의 작품도 주목해야 한다. 이야기로 인해 한글 디자인의 영혼을 느낄 수 있고 디자인으로 인해 이야기는 살아 움직인다. 결국, 한글에 담긴 창조성을 다양한 표현의 창조성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사진관에서 웃음으로 빵 터진 우리 가족 철이는
    오늘 무척 신이 났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구입하신 멜빵바지를 모두 세트로 맞춰 입고서
    사진관을 찾았습니다.
    “자, 찍습니다.”
    사진관 아저씨가 큰 소리로 외치자 철이는 매우 긴장이 됐습니다.
    뒤를 돌아 엄마, 아빠를 쳐다봤더니 엄마는 여유롭게 웃음을 짓고,
    반면 아빠는 철이와 같이 매우 긴장해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계셨습니다.
    ‘찰칵’
    며칠 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찾아온 엄마는 웃음보가 터지셨습니다.
    “부전자전이라더니 둘 다 표정이 왜 이러는 거야.”
    아빠와 철이 모두 입이 이상하게 벌어져서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요.
    아빠와 철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듯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문화 콘텐츠로서의 한글 세계화의 좋은 예도 있다. 서울시는 2013년 세종대로와 한글가온길을 중심으로 한글 이야깃거리스토리텔링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다가 발견의 놀이를 더한 ‘그림 7’과 같은 한글 숨바꼭질도 만들었다. 이런 융합 노력은 한글의 가치를 세계인들과 나누는 바람직한 전략이기도 하다.

     
    삽입_그림 7 한글 숨바꼭질: 삶의 나무김영철 작
     

    또한, 다양한 글꼴 개발은 한글의 융합 가치를 드러내는 한글 세계화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한재준 교수가 강조했듯이 한글은 꼴 미학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단순한 점과 선으로 무궁무진한 꼴을 생성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글꼴 연구와 개발은 매우 미진한 편이며 이런 일을 하는 이들은 열악한 경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래서는 한글 세계화는 어렵다. 이제는 꼴의 미학을 전제로 하지 않는 문자 소통은 의미 없는 세상이 되었다. 생성과 창조와 융합의 꽃인 한글이 제값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이다. 함께 공유하는 글꼴 개발자는 정부가 지원해야 하며 개성 있는 상업 글꼴을 개발하는 이들은 한글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삽입_그림 8 산돌 글꼴의 한글아씨 나뭇가지체폰트클럽
     

    한글은 세종의 융합 정신에 의해 다목적용으로 창제되었고 세종은 그런 특성을 살려 중요한 한글 세계화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세종은 중국이 천 년 이상을 노력해도 적지 못하던 한자음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적기 위한 보편적 표기 체계를 만들어 《동국정운1448, 세종 30》과 《홍무정운역훈1455, 단종 3》을 통해 그것을 입증하였다. 이런 노력은 한글 덕에 외국어 교육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도 마련했다. 또한, 석가와 불교 이야기를 한글로 풀어내고 노래함으로써〈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찬란한 불교문화 콘텐츠를 처음으로 세상에 제대로 드러내어 만백성이 그 문화를 나눌 수 있게 하였다.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문자이자 사람의 말소리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리를 가장 잘 적을 수 있는 인류의 문자이다. 문자가 어려워 생기는 불평등 문제를 없애 주는 평등 문자이며, 또한 창조성이 뛰어난 예술품이기도 하고 온갖 문화를 녹여내는 문화 콘텐츠이며 상업용 글꼴과 디자인 등으로 경제 가치를 창출해 내는 문화 상품이기도 하다. 한글 세계화란 쉽게 말해 이러한 복합 매체로서의 한글을 한국 이외의 지역이나 외국인에게 알리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며 상품으로 팔기도 하는 것이다.

     

    한글의 보편적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두루 증명되었다. 좋은 것은 나누는 것이 동서고금의 이치다. 우수한 것은 당연히 공유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비경제 분야에서는 한글의 보편적 우수성을 나누어야 하고 경제 분야에서는 한글을 산업화, 상업화하여 시장 원리에 맡기면 그만이다.

     

    이제 한글 세계화를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한글’을 ‘한글학’ 차원에서 더 깊이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다행히 극동대학교가 세계 최초로 ‘한글학과 한글 세계화’라는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 이러한 학문 기반 강좌가 대학마다 개설되어야 하며 가능하면 융합 전공과인 한글학과를 만들어 인재를 키워야 한다. 더불어 한글융합학회, 한글융합연구소, 한글산업연구소를 만들어 한글 세계화의 이론적 기반을 튼실하게 쌓고 나눠야 한다. 정부는 한글 브랜드 학교 같은 인재 양성 교육을 지원하고 한글 관련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융합할 수 있는 한글청을 만들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글_김슬옹
    한글학회 연구위원. 《한글 우수성과 한글 세계화》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