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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공용어_벵골어 그러나 실재는 영어(언어의 미래다)_박민정

사이박사 2014. 5. 16. 15:29

벵골, 나의 금빛 방글라

 

방글라데시의 공용어는 벵골어이다. 벵골어는 벵골 지역에 사는 벵골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 벵골은 남아시아 동북부를 이르는 말로 이는 인도식 발음이고 방글라데시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발음은 ‘방갈’ 혹은 ‘방글라’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데시’는 나라를 뜻한다. 따라서 방글라데시는 ‘방글라 민족이 사는 나라’ 혹은 ‘방글라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혹은 ‘나의 금빛 방글라’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사진
 
 
 
방글라데시의 지리와 역사
 

방글라데시는 인도, 네팔과 국경을 접하면서 갠지스 강 유역에 위치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문명이 발달했다. 힌두교와 불교 왕국이 세워져 있던 벵골 지역을 서기 1000년경 이슬람인들이 침략하여 왕권을 빼앗고 이 지역 사람들을 이슬람교로 개종시켰다고 한다.

 

15세기 이후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많은 서양 강대국의 침략을 당했으며 18세기 후반부터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때부터 영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어, 현재 벵골어가 유일한 공용어로 지정되어 있긴 하지만 어휘, 문장, 발음, 문법 등 다양한 측면에 영국식 영어가 침투해 있다.

 

1947년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할 때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이 따로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동파키스탄이라 하여 파키스탄의 1개 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동파키스탄과 서파키스탄은 인도를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도 갈라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 언어가 서로 달라 많은 마찰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파키스탄 정부가 우르두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고 벵골어는 정책적으로 억압하자 동파키스탄은 전쟁을 일으켰고 승리를 거두어 1971년에 지금의 방글라데시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이런 까닭에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자신의 민족어를 지켜 냈다는 자부심이 높으며 매년 2월 21일을 모국어의 날로 지정하여 축제를 벌이고 있다.

 
 
 
유일한 공용어 벵골어, 그러나 실세는 영어

 

방글라데시는 벵골어를 유일한 공용어로 정하고 있다. 인구의 약 98%가 벵골인이며 벵골어를 쓴다. 그 외에 소수 민족이 각 민족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하려면 벵골어를 배워야만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 왔고, 국제어로서 영어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지식인과 사회 지도층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자녀들을 영어권 국가로 유학 보내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모국어인 벵골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고 영어를 잘하는 것에 오히려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공문서들이 벵골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작성되고 있다. 이는 문어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구어에서도 영어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할 날이 올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어린아이들이 강가에 앉아 웃고 있는 사진

 
 
 
자랑스러운 벵골어, 흔들리는 벵골어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모국어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파키스탄의 언어 억압 정책에 맞서 전쟁을 치러 이기고 그들의 언어를 수호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영어를 구사할 수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피 흘리며 지켜 낸 언어에는 이제 영어식 표현이 많으며 상당수의 벵골어 고유 단어가 영어 단어로 대체되고 있다. 영어 단어에 방글라데시어로 ‘­되다’와 ‘­하다’를 뜻하는 말만 붙이면 모든 말을 알아듣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을 뜻하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티처’teacher를 더 많이 사용하고 발음도 현지식으로 ‘띠철’에 가까운 소리로 바뀌었다. 그뿐 아니라 간단한 일상어도 영어가 벵골어를 대체해서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모국어가 혼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마땅한 언어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립 이후 현재까지 정세가 불안하고 시위와 폭동이 끊이지 않아 언어 정책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과 젊은이들도 경제 성장에만 우선순위를 두어 언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모국어를 연구하는 학계의 위상 또한 높지 않아 연구와 발전이 미흡한 실정이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다리로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


언어는 역사이며 미래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사회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극빈층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들을 안고 있다. 연일 정쟁 관련 소식이 뉴스를 채우고 있으며, 언어 및 문화에 관한 소식들은 접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는 벵골어가 이렇게 혼탁해져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모국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언어는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보루이다. 언어는 밖에서의 핍박으로부터 언어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독립을 쟁취했던 방글라데시 인들이 지금은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내팽개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 과거에 그랬듯이 그들의 언어가 방글라데시를 하나로 묶는 힘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자료
위키피디아- 벵골어 www.wikipedia.org
 
글_박민정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파견을 받아 방글라데시 다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 강사로 일하고 있다.
 
사진_ 방글라데시 한국국제협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