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살림살이)/ 일자리

비정규직의 설움_한겨례

사이박사 2013. 1. 14. 15:04

나이 어린 정규직이 ‘이놈저놈’ 욕설
작업 밀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
내 자식도 이런 세상에 살까 눈물이…

등록 : 2013.01.13 20:05 수정 : 2013.01.14 11:35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3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박아무개(37)씨가 3일 오후 작업대 근처 간이탁자에 앉아 쉬고 있다. 박씨는 “눈치가 보여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쓰는 휴게실을 이용하지 않는다. 울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3 기획 격차사회를 넘어 ③ 울산 현대차 3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울분

정규직 반장 멋대로 퇴근 연기
24시간 꼬박 연속근무한 적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번 설문에서 ‘본인이 겪은 차별을 적어달라’는 주관식 질문에 501명 가운데 302명이 응답하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고싶은 말이 많았던 탓이다. 그들이 적은 하소연, 부르짖음 혹은 절규를 정리해봤다.

▷ 제 나이가 40이 넘었으나 현장에서 처음 대하는 원청직원이 (내가) 사내하청이라 그런지 반말을 많이 함. 직영 작업자의 불량은 실수고, 하청 작업자의 불량은 시말서 감임.

▷ 하청업체니까 그 자체를 아래로 보고 그리고 말을 할 때 상당히 과격하게 한다.

▷ 원청노동자가 잔심부름 시킴. 커피 심부름. 쓰레기통 비우기

▷ 대화 중 말을 잘라 버리거나 아예 단답형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주말 8시간 근무 중 반장(정규직) 임의대로 퇴근을 계속 연기해, 24시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정규직이 해야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 인원에게 떠넘겼다가 문제가 생기자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욕설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 작업을 하다 불량이 나면 정규직 조, 반장이 불량한 태도로 직접 지시하거나 훈계를 한다. 정규직한테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작업을 하다 공구가 고장이 나서 정규직 조장에게 수리를 요구해야 할 때 정규직들은 당당하지만 우리는 눈치를 보게 된다. 정규직 조장은 (정규직들한테 말하는 것과 달리) 우리에게만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훈계하거나 눈치를 준다.

▷ 작업 도중 라인을 세웠을 때 정규직 조 반장이나 관리자들이 와서 일일이 왜 세웠는지 추궁하고 따질 때 사람이니 실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업체라고 너무 무시한다. 반면 정규직이 작업 도중 잠시 라인을 세웠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 산재자 자리에서 근무할 당시 산재자가 복직을 신청하면 저희로서는 당연히 자리를 비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지만, 업체 소장은 그럴 때마다 “니가 작업 및 직영 관리자들에게 잘 못하니 자리를 빼앗기는 거다”라며 도리어 혼을 냈습니다. 또, 작업 불량이 날 경우 직영들의 경우는 수정하고 끝이지만, 저희의 경우 시말서를 쓰게 강요를 당합니다.

▷ 공구함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정규직은 바꿔주고 업체는 재료가 없다는 이유로 안 바꿔줍니다.

▷ 정규직 조장이 작업공구를 늦게 바꿔준다. 맨아워 협상 후 꺼리는 작업을 준다. 정규직은 이름을 부르지만, 우리는 ‘야!’ 라고 부른다.

▷ 내 공정이 편하면 같은 조 정규직들에게 언제 공정을 빼앗길지 몰라 늘 불안함. 실제로 3번 강제로 양보한 적 있음. (어떻게 양보했냐면) 정규직이 내 다음 공정인데도 장비와 자재를 들고 와 앞에서 일하면서 방해함. 그 조나 반에서 쫓겨날 수 있기 때문에 아무 말 못함.

▷ 분명히 정규직 공정인데도 정규직이 하기 귀찮아 하면, 비록 볼트 1, 2개 작업하는 것이지만 비정규직에게 넘겨 버린다.

▷ 내 작업이 아니라도 직영이 시키면 해야 한다. 내 작업이 밀린다는 이유로 직영의 눈치를 본다. 화장실을 마음대로 가지 못 한다.

▷ 맨아워 협상(M/H·생산인력 투입 협상)이나 신차 투입 시 정규직이 꺼려하는 작업, 힘든 공정을 우리가 맡아 함. 

▷ 맨아워 협상은 저희 업체에서 하는 게 아니라 (현대차) 사업부 대표, 대의원, 사업부 부장 관계자들이 모여서 하는 겁니다. 저희는 거기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구요. … 불만을 제기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참아야 되고 넘어가야 된다는 게 정규직 정서입니다. 일례로 “왜 물량을 더 뽑아야 되냐?”고 하면 “직영이 그렇게 하니까. 니가 맨아워 협상 하든가”라고 합니다. … 그냥 비정규직은 아니 하청은, 현대자동차라는 성 안에 사는 직영이라는 군주 아래에 세금 내는 평민일 뿐입니다. … 저희보다 더 못한 처우를 받는 2차, 3차 업체는 말할 것도 없겠죠.

▷ “니네(비정규직)가 정규직 되면 힘든 일은 누가 하노?” “니네가 (비정규직) 나가야지 우리가 (정규직) 나갈 수 없는 거 아이가.”(맨아워 협상으로 인원 감축시) “니가 확인을 안해서 불량 난 채로 차가 나갔다. 그런 식으로 하면 촉탁직 집어 넣겠다.”(나와 연결작업 하는 정규직이 불량을 냈을 때) “그마히 받음됐지, 많이 받았네.”(자기 연봉은 8000만원 넘게 나왔고 전 3000만원 나왔을 때)

▷ 평상시에는 같이 이야기하며 잘 지내지만 맨아워나 자기들의 이익이 걸려 있는 문제는 철저히 비정규직들을 배제하거나 무시한다. 2년 미만만 사용할 수 있는 촉탁계약직을 쓰는 데 합의한 것 만으로도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 거라 생각된다. 촉탁계약직 대부분이 업체계약직이었다가 이번에 촉탁계약직으로 계약했다. 촉탁 계약직 대부분이 25~30세의 젊은 층이다.

▷ 제일 첫 번째는 고용불안입니다. 매년 인원 축소와 신차종 투입 시 제일 첫 타겟이 사내하청 인원이기 때문입니다.

▷ 상시적인 고용불안으로 인하여 인생 설계를 할 수가 없고 인생에 희망이 없음. 

▷ 같은 주말 특근을 들어와도 직영들은 3명당 1명씩 여유인원을 줘서 4시간 정도의 휴식을 취할 수 있으나 업체의 경우 6, 7명당 1명의 여유 인원을 주어 고작 1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근(수당)도 직영의 경우 33.5시간치를 받으나 업체는 27.5시간치를 받게 돼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생깁니다.

▷ 저는 하청업체 10년차입니다. 직영들과 임금 차이도 상당히 많이 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이 단종될 시 저희는 계약이 종료가 되고 다시 다른 업체에 재입사(신규)가 되면, 근속연차 시급이 항상 최저임금으로 돌아갑니다.

▷ 업체 변경시 근무환경과 강도는 그대로인데 사장과 업체명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근속연수, 임금, 연월차 등이 없어지거나 축소된다. 나보다 근속연수가 짧은 정규직이 임금 등에서 갈수록 큰 차이로 많이 벌고, 난 퇴직금 정산에서도 손해가 심하다.

▷ 가정(돈 문제로 인해 부부싸움이 빈번함)을 두고 있는 우리는 생활을 영위해 가기가 힘들다. 월급을 받을 때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너무 커서 화가 난다.(성과급, 귀향비, 모든 수당 등등) 힘든 일은 비정규직이 다하고 성과급이나 월급으로 나오는 돈은 정규직이 다 받아가고 말도 안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 학자금 지원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가족수당, 기타수당도 없다. 격려금, 상여금 차등이 난다.

▷ 학자금이나 성과금이 나올 때 많은 자멸감에 사로잡힌다.

▷ 계약해지에 대한 불안이 제일 크다. 노동강도는 정규직 두배, 어려운 작업만 한다. 주인과 종이지 인간 대 인간이 아니다. 노조 가입했다고 그날부터 감시, 협박, 회유, 동료간 이간질 들어왔다.

▷ 노조 조끼를 벗으라고 하는데도 내가 벗지 않으니 노조원하고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다른 라인으로 옮기라고 하였다.

▷ 무조건 노동강도가 높다. 작업자들이 기피하는 공정만 한다. 고용불안, 멸시(호칭이 없다. 야, 어이 등등), 저임금, 복지혜택(하나도 없다), 노조활동(탄압과 감시, 순찰 당하는 건 기본이다)

▷ 10년간 현대자동차에 근무해도 소속감과 애사심이 없음. 정규직들과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이 있음. 우리 아이가 정규직 부모의 아이들과 또 다른 차별을 받을까 염려됨.

▷ 직업에 대한 편견(학교에서 자녀에게 부모님 직업 물어볼 때), 대출, 보험, 산재, 의료비, 학자금

▷ 통근버스 같이 못타는 것. 필요할 때 마음껏 쓰고, 안되면 (우리를) 버릴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든다.

▷ 출퇴근 및 식사시간 심지어 운동시간까지 정규직 직원들의 차별을 받아야 한다. 또 자전거 주차하는 문제까지도 기득권을 행사하면서 다른 곳에 주차하라고 합니다.

▷ 명시적, 암묵적 차별을 아직까지 겪은 적이 없음.

▷ 정규직은 아침 먹을 때 식당 이용 가능하나 비정규직은 가서 못 먹음. 작업 시간에 정규직은 많은 여유 인원을 사용하여 편안하게 화장실 이용이나 휴식을 하면서 일하지만 비정규직은 인원이 부족함. 야근 시 정규직은 평소 많은 인원을 사용해 보다 편히 일하지만 비정규직은 인원 변동이 없음. 산재시 직영은 보험으로 받고 나머지는 회사와 노조가 임금을 보전해 주지만, 비정규직은 산재 신청 시 자기공정 계약해지 한다고 협박을 해서 산재 신청도 현실적으로 힘듦.

▷ 1. 출입증, 사원증 차별 2. 탈의실 편의시설(직영:안마의자, 안전화 소독기, 쇼파 등등) 차별 3. 현장작업 시 물품(장갑지급 개수. 안전화 지급일자 등등) 차별 4. 노동강도(직영 2, 3명이 할 일을 하청 1명이 함) 5. 주말 특근 시 직영은 돌아가면서 한 타임(2시간)씩 쉬면서 일함. 하청은 그런 거 없음. 6. 성과급 2012년 직영 2500만원 이상, 하청 1500만원. 7. 직영 입사 처음 시급 5800원, 본인 10년차 이상 시급 5655원 8. 노조활동(직영 입사시 자동 노조 가입, 하청은 본인이 신청) 9. 노조활동(하청노조가 모여 있으면 불법이라 함) 10. 연월차 사용시 눈치 보임(못 쓸 때도 많음) 11. 각종 복지혜택 12. 각종 수당 및 명절 보너스 13. 출퇴근 통근버스(직영만 있음) 14. 자동차 구입시 할인혜택

▷ 똑같은 현대자동차를 만들지만 나는 현대자동차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항상 소외받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불법이라고 판결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를 보며 이 나라는 법치국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며 법과 상식도 통하지 않는 현대자동차를 보며 항상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법보다 자본(돈)이 우선되는 사회. 돈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믿는 현대자동차. 불법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의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선심성으로 자비를 베푸는 듯한 모습으로 신규채용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큰 실망을 하고 허탈감마저 든다.

▷ 너무 많아서, 적으라 하시니 뭐부터 써내려가야할지가 더 고민이네요. …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작업적 임금적으로도 많이 차별을 받지만 더 큰 것은 인간적 차별입니다. 저보다 2, 3살 어린 정규직에게는 큰 소리 한 번 못 내고 눈치를 보면서, 저희 비정규직에겐 ‘이놈, 저놈’, 거기에 쌍욕까지 해가며 핏대를 세웁니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참고 일합니다. 오히려 더 웃음으로 화답하죠. 위 내용보다 더 치욕적이고 힘들게 일하는 비정규직이 많을 것입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내용과는 달리 정말 힘겹고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걸러지지 않고 세상에 알려졌으면 합니다. 현대자동차 다닌다고 하면 다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사는 줄 압니다. 고강도의 업무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먼 미래에 내 자식이 이런 세상을 살까 이제 5개월 갓 넘긴 애기를 보며 눈물이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