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살림살이)/ 일자리

이호일 외대지부장의 자살

사이박사 2012. 12. 27. 11:27

“이호일 외대지부장, 해고 때 발생한 부채 때문에...”

유서, “아내에게 미안하다”...수석부지부장도 문상 중 쓰러져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호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외대지부장의 자살은 가계부채에 따른 생활고와 노조지부장으로서의 중압감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부장은 유서에서 명확한 자살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외대 지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지부장은 생전에 가계부채 때문에 괴로워했고 형제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청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

이 지부장은 2006년 외대지부 파업 당시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 당했다. 이후 2009년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복직했지만 해고 기간 쌓인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다. 이 지부장의 지인들은 “해고를 당해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생활규모를 유지하면서 쌓인 부채를 복직 이후에도 해소하지 못해 부채가 더욱 쌓이며 생활고에 빠졌다”고 전했다. 지부 관계자들은 “생활고 외엔 지부장에게 우울증세 등의 별다른 자살이유로 추측할 근거들이 없다”고 밝혔다.


2006년 파업을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하고 당시 지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징계해고되는 등 노조가 약화되는 과정도 이 지부장에게 압박감을 주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 지부장은 지난 11월 15대 지부임원선거에서 지부장으로 당선됐다. 지난 14대 지부장에 이은 연임이다.

한 지부 대의원은 “약화되는 노조와 지부장으로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대지부는 06년 파업 이후 별다른 현안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학교 측과 대립각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지부를 운영해 왔다.

한편 최근 5일새 4명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열사정국이 형성되자 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부장의 빈소에는 대학노조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뿐 아니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등 각계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도 화환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한편 이 지부장의 갑작스러운 자살과 장례절차가 진행되면서 지부 조합원들과 유족들의 충격이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절차를 진행하고 조문객들을 맞이하던 외대지부 수석부지부장이 26일 새벽, 갑작스러운 심근경색 증세로 빈소에서 쓰러져 긴급히 수술에 들어갔다. 지부 관계자들은 “평소 지병도 없던 수석부지부장이 지부장의 자살소식에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문객들을 맞이하다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병명과 수술경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진보진영은 이어지는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죽음에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사회각계각층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죽음을 멈추어주십시오. 여러분이 살아야 저도 삽니다”라며 이 지부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은 의원은 이어 “절망을 안겨준 민주당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향년 47세로, 슬하에 고등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의 자녀를 뒀다. 이 지부장은 유서에서 두 자녀에게 “어머니를 잘 모시라”고 적었다. 대학 2년 후배인 아내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장례는 가족들과 지부관계자들이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