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박근혜

'극우논객'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당선인 수석 대변인으로 내정

사이박사 2012. 12. 26. 11:30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2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지난 2000년 자신의 칼럼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당신 인생을 파멸시키겠어" 등 폭언한 사실을 묻는 질문에 손을 흔들며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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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5일 오후 5시 15분]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가 첫 단추부터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극우논객'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당선인 수석 대변인으로 내정한 게 원인이다.

윤 대변인은 정운찬 국무총리 등 야권 지지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반(反) 대한민국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등 극단적 언사로 야권 진영을 비판해왔다. 박 당선인이 강조해온 '국민대통합'과 맞지 않는 인사인 셈이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윤 대변인은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도 25일 오전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에 출연, "그동안 대단히 극단적인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분"이라며 "알고 한 인선인지 모르고 한 인선인지 거의 참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변인의 극우적 정치 성향과 다른 차원의 문제도 있다. 그가 언론계에서 대표적인 '폴리널리스트'로 꼽힌다는 점이다.

언론계와 정치권력 오간 '폴리널리스트'... 노태우·이회창 이어 박근혜까지?

윤 대변인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고려대 졸업 후, 1981년 <한국일보>에 입사, <코리아타임스> 정치부 기자, KBS 국제부 기자, <세계일보> 정치부장, <문화일보> 논설실장을 거쳤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블로그를 통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 외에도 2007년 7월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있다.

그는 이 사이 언론계와 정치권력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세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다 1992년 노태우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노태우 정부가 끝난 후에는 다시 <세계일보>로 복귀했다. 정치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정치권력에 몸 담았다가 업계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그는 1997년 대선 때도 '펜'을 놓고 정치권력에 복무했다. 윤 대변인은 1997년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대선후보의 언론 담당 보좌역으로 일하다가 대선 패배 후 일본 게이오대학 법학부 객원연구원으로 몸을 옮긴다. 그리고 1998년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에 재입성한다. 정리하자면, 윤 대변인은 '언론계 → 청와대 → 언론계 → 신한국당 → 언론계 → 새누리당' 순으로 언론계와 여권을 숱하게 오간 셈이다.

이처럼 정치권력과 언론계를 오가는 그의 처신을 놓고 언론계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특정정당에 몸 담았던 사람이 모든 정치권력에 대한 공평무사한 감시를 해야 할 언론계로 복귀하는 일이 너무 잦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일하던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그의 칼럼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일보> 지부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는 2002년 7월 소식지를 통해 "정치분야를 담당하는 윤창중 논설위원의 경우 칼럼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1999년부터 2002년 6월까지 윤 내정자의 칼럼을 분석한 결과, 총 80건의 글 가운데 76%인 61건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내용인 반면,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 대한 칼럼은 단 7건(8.8%)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시 공보위는 "신문칼럼이 비판적인 내용을 담게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 여당에 대한 집중적인 비판을 가해온 셈"이라며 "칼럼내용에 있어서는 김 대통령 관련 33건, 민주당 관련 21건, 노무현 대선후보 관련 5건 등이 인신공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비판의 강도를 높였지만 이회창 대선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정치제언형 글이 주류를 이뤘다"고 분석했다.

칼럼 비판 기자에게 "파멸시키겠어" 극언까지... '박근혜의 입'으로 적합?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 내정자는 지난 2000년 자신의 칼럼 '이회창식 중도통합론인가'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비판기사가 나오자 취재기자에게 "당신 인생을 파멸시키겠어"라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당시 상황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기사 화면 캡쳐
ⓒ 인터넷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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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변인이 대통령 당선인을 대신해 국정운영과 비전, 정책 등을 알리고 때로는 논리적으로 설득까지 해야 하는 대변인 역할에 적합한 지에 대한 자질 시비도 함께 제기된다.

윤 대변인은 지난 2000년 6월28일자 기명 칼럼 '이회창식 중도통합론인가'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비판기사가 나오자 취재기자에게 "당신 인생을 파멸시키겠어"라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은 그의 칼럼에 대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대통령 당선을 위한 정치방침을 공개적으로 조언한 것"이라며 "이 글은 '시론'이기보다는 이 총재의 정치보좌관이 작성해 올리는 '보고서'라고 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또 "윤 위원(대변인)은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의 부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새천년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과 함께 게이오 대학에서 연수를 받은 후 지난해 문화일보에 들어왔다, 당시 권노갑 상임고문의 영향력 행사에 의해 입사했다는 문화일보 노조의 반발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거칠게 항의했다. 2000년 7월 7일자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윤 내정자는 칼럼이 나온 다음날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당 기자는 "점잖게 시작한 대화는 곧바로 욕설로 이어졌다"며 "(윤 대변인이) '말로 해서는 안될 X', '네 인생 힘들어질 거다' 등등 욕설과 협박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건으로 취재차 방문한 <문화일보> 노조 사무실에서 우연히 만난 윤 대변인이 자신에게 "당신 인생을 파멸시키겠어"라고 발언하며 법적 대응을 거론한 일도 밝혔다. 

대통령 당선인 수석 대변인이 언론인 시절 자신의 칼럼을 비판한 기자에게 이 같은 대응을 했다는 점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향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대해 윤 대변인이 이처럼 감정적 대응을 앞세울 경우 정부와 언론 관계를 위기로 몰고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경력은 오히려 큰 자산... 언론계 복귀 못할 정도로 부도덕하지 않아"

 윤창중 당선인 수석 대변인이 2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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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해당 기사에 대한 반박 칼럼도 실었다. 그는 2000년 7월 26일 실린 '언론의 권력과 '테러리즘' 제목의 칼럼에서 "언론을 감시한다는 <미디어오늘>은 바로 그럴 권력이 있기 때문에 1백% 왜곡기사를 써도 괜찮다는 말인가"라며 "언론사 논설위원의 시론을 이렇게 왜곡해 개인의 명예와 인격, 그리고 직업적 전문성을 마구잡이 식으로 공격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감시 기능인가"라고 되물었다.

본인이 언론계와 정치권력을 오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세계일보> 내 경영진 간 불화과정에서 이유도 없이 두 차례 사실상 해고를 당한 것"이라며 "언론계를 떠난다는 것이 억울했지만 생활인이었기 때문에 다른 직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그런 경력을 비난하는 쪽은 실업자의 고통에 대해 알고 있는가"라고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했다.

그는 또 "필자는 언론인으로서 이 같은 경력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큰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의 미천한 경험은 내가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현실과 이상간의 균형을 맞추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한다, 정·관계에 있으면서 나는 언론계에 복귀하지 못할 정도로 부도덕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역설적으로 반박 칼럼을 통해 자신의 '폴리널리스트' 행보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 셈이다.

그의 이 같은 생각은 청와대행을 택했던 후배 기자에게 한 조언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변인처럼 신문사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직 신문기자는 "청와대로 간다고 하니 회사 사람들은 많이 말렸는데 윤 내정자는 '갔다가 별 볼일 없으며 언제든지 돌아오라'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내가 '그랬다가는 엄청 욕먹을 것'이라고 걱정하니 윤 내정자는 '<오마이뉴스>와 <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 등 몇 군데 매체로부터 2주 정도 욕 먹으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더라."  

이에 대해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본인의 언론 활동을 소신으로 했다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인수위로 간다면 그 의도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행보를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 대변인이 지난 21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토크쇼에서 "인수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보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영혼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건 치욕적인 거에요"라고 잘라 말한 것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는 24일 인선 발표 직후 블로그에 "박근혜 당선인의 첫 번째 인사(人事)인데, 이를 거절하는 건 참으로 힘들었다"며 말을 바꿨다.

김 교수는 "해당 방송을 보면 (윤 대변인은) 자기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말을 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믿을 수 없는 인사가 인수위의 수석 대변인 자리에 앉은 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윤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에서 2000년 <문화일보> 논설위원 시절 <미디어오늘> 기자에게 폭언했다는 보도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말씀하신 언론매체(미디어오늘)에서 그런 글을 썼는데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라고 해서 저를 비판한 그 글의 양과 똑같은 양으로 반박한 일이 있다"면서 "폭언 여부는 처음 듣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디어오늘> 기자가 (윤 대변인의) 폭언에 대해 기사를 쓴 적도 있다"고 거듭 물었을 때도 "천만의 말씀이다, 그 분과 통화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화일보> 공보위가 지난 2002년 자신의 칼럼에 대해 공정성 논란을 제기했던 것에 대해서는 "당시 제가 쓴 글을 기계적으로 분석해서 몇 건이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고 몇 건이 한나라당을 비판했다고 분석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