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1.04 20:00 수정 : 2013.01.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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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3일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14일 헌법재판관 퇴임식때의 모습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
이동흡 소장 지명 ‘내부 표정’
“…, 어떻게 그런 일이…, 하아! …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어떻게 되돌릴 방법이 없나요? 하아….” “참, 허! 참…, 세상사, 참….” “너무 멘붕이라 말이 안 나와… 아니, 박근혜는 원래 인사를 이렇게 하나? 탕평한다며? 탕평!”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새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헌법재판소 연구관들은 4일 하나같이 한숨부터 내쉬었다. 연구관들은 얼마 전까지 함께 일했던 이 후보자의 내정 소식에 다들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 헌재 사람들은 거의 절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왜 그리들 싫어하는가? 한 고참 연구관은 “하나하나 따져보면 자잘한 일들이 쌓여서 그런 것일 텐데, 주변 사람들이 다 질릴 정도로 자기 이익만 챙기고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금만 쓰려고 해서 뒷말이 있었다거나, 외부 강연 등 개인적인 일에 연구관들을 동원해 소장에게 질책을 들었다는 따위 일화가 여럿이다. 심하게 닦달받은 기억을 지닌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의 보수 성향을 두고도, “성향이라기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성향을 바꾸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 후보자는 유신 체제에서 억압 수단이었던 긴급조치 1·2·9호의 헌법소원 사건을 맡은 주심이었다. 그는 2011년 10월 이 사건 공개변론이 있은 뒤에도 1년 가까이 사건을 묵히다 퇴임했다. 헌재가 이 사건의 평의와 선고를 미룬 데는 주심인 이 후보자의 의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안에선 이를 두고, 당시 이미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파다했다. “헌재 소장이 되려고 재판관 재임 중 온갖 사건에서 한번도 빠짐없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쪽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자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 안팎의 평가는 박하다. 한 연구관은 “공부는 많이 했다. 그런데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그냥 공부만 한 사람이다”라고 평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참여정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법원 쪽 대표로) 이 후보자가 나왔는데, 그때 (법원 쪽과 맞붙을 일이 많았던) 검찰이 안도했다”고 말했다. 여러 헌재 사람들이 “대체 왜 하필 이동흡이냐”라고 반문하는 이유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