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 후보는 특히 “우리나라는 투표일이 공휴일로 정해져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관공서에만 해당하는 사실이어서 “박 후보가 투표일 휴무를 책임질 수 있느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상수종 YTN 정치부장이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많다고 운을 뗀 뒤 민주당이 내건 현수막을 많이 본다. ‘(투표가) 오후 6시에 종료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입니다라는 현수막인데 명백한 거짓말 아니냐공격을 하더라도 사실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우리나라는 투표일이 공휴일로 정해져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투표시간이 더 길지만 그 나라는 휴일로 정하지 않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며 “우리같이 투표하는 날을 휴일로 했다는 나라는 투표시간이 더 적다. 그렇기 때문에 오후 6시 종료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라고 밝혔다.

박 후보의 발언은 마치 투표일이 모든 국민에게 공휴일이기 때문에 굳이 투표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일을 법정공휴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다. 규정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은 관공서의 공휴일이다.
 

   
▲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대통령령은 법규명령으로 법률의 하위에 있다. 해당 규정은 일반 국민에 대한 구속력은 없고 관공서에만 영향력이 미친다. 관공서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국공립학교를 의미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홈페이지에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온 국민이 반드시 쉬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일반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맺은 계약이나 협정에 따라 약정휴일로 할 것인지 여부, 휴일로 할 경우 유급으로 할 것인지 여부를 정해 노사 당사자가 따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명이와 함께하는 선거이야기' 코너의 '선거일은 왜 빨간날이 아닐까?' 내용의 일부. 선관위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거일은 관공서가 쉬는 날이지 사기업은 적용받지 않는다”며 “(모든 유권자가 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재보궐 선거 투표시간이 오후 8시까지인 것은 (투표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하면) 출근하는 사람이 투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선거일 역시 재보궐 선거와 다를 게 없기 때문에 투표시간을 두 시간 늘리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9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총선에서 직장인의 절반이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은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투표일 휴무’를 책임질 수 있느냐며 발끈했다. 민주노총은 22일 논평을 내어 “박 후보의 주장이나 새누리당이 대대적으로 선전한 ‘투표일은 휴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직접 뱉은 말이니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현재 노동자가 법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휴일(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주도록 한 유급휴일),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5월 1일 노동절뿐이다. 직장인들이 보통 토·일 주 2회 쉬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주 40시간 노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기준법 1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가 노동시간 중 선거권을 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 조항은 법 시행 이후 단 한 건의 처벌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투표시간 연장 △투표일 유급휴일 지정 △참정권 행사를 방해한 사업주에 대해 선관위나 노조 등 제3자도 신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나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건설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건설산업연맹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일을 유급휴일로 정하거나 안 되면 투표시간이라도 연장할 것을 촉구했다.
 

   
▲ 건설산업연맹은 2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과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했다. ⓒ조현미 기자

한편 투표일이 왜 모두가 쉴 수 있는 공휴일이 아닌지는 다음 선관위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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