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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로 차별받는 새터민

사이박사 2009. 6. 12. 14:12

주민번호로 차별받는 새터민
‘탈북자’ 식별 가능해 인권침해 발생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정은
한국에 정착하는 탈북자에게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가 ‘탈북자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특정한 일련의 번호로 띠고 있어, 인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지 2년이 넘는 안필혁(가명, 38세)씨는 현재 한 물류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중국어에 능통하고, 중국 지리에 밝아 회사에서 일하면서 업무상 중국으로 출장가는 일이 잦았다. 2년간 일하면서 회사로부터 능력과 공로를 인정받았고, 올해는 그의 인솔 하에 상하이로 회사 연수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선발대로 떠나게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평소 같으면 당일에도 받을 수 있었던 중국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사 직원에 따르면 “주민번호 뒷자리를 보고 탈북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중국대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회사 일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고, 그는 회사 인사과로 불려가 문책을 받았다고 한다. 또 인사과 직원이 “그러면 이제 당신은 계속 중국에 가지 못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일자리를 잃어버리지 않을지’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안씨는 “선발대였던 내가 가지 못하면서 아무도 못 갔고, 이 일 때문에 회사 일에 손해가 많았다"며, “중국대사관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 한국 정부의 처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를 넘어서, 그들이 한국으로 유입되기 전 머물렀던 해당국가와의 외교적 문제를 야기해오곤 했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탈북자의 존재가 반가울 리 없는데, 한 탈북지원단체 활동가에 의하면 “2006년부터 중국 현지에서 공안들이 탈북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한해 이를 식별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들어서부터 중국 대사관에서 탈북자에 대해선 비자발급 자체를 불허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정착하게 된 새터민의 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했다.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은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일정 기간 머물고 난 다음 거주할 지역으로 옮긴다. 이때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는데, 이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끝자리 한자리만 빼고 거의 동일한 번호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한 5천여 명이 (뒷자리가) 비슷한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탈북자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한 실무자는 “이제는 경찰들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 중에도 탈북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알 정도”라고 말했다. 또, 주민등록번호만으로 탈북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코드화 한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런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각종 주민번호 도용사고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 한해 동안 한 탈북자 모임 내에서는 회원들 간에 주민등록번호 도용사건이 몇 건이 발생했다. 탈북자 김덕현(가명, 21세)는 휴대폰 요금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나와서 확인해본 결과,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한 탈북자의 생년월일만 알면 1시간 이내에 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도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는 탈북자들은 정부가 '탈북자' 식별이 가능한 주민번호를 발급한 것에 대해서 이렇게 항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단 우리를 주민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으면, 이런 데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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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13 [01:01]  최종편집: ⓒ www.ild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