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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_주민번호 문제

사이박사 2009. 6. 12. 13:18

새터민 출생지는 하나원?
거주지에 따른 주민번호 부여해야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정은
최근 중국대사관이 잇따라 새터민에 대해 비자발급을 거부하자, 새터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주민등록번호 문제가 크게 회자되고 있다. 한국인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았지만, 주민등록번호만 보아도 탈북자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여행을 가거나 회사업무로 중국 출장을 가야 하는데 발이 묶여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로선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또한 지금 피해를 보는 게 아니더라도 구직 시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규정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새터민들의 주민등록번호 문제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1만여 명의 새터민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 체계상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미흡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새터민들의 주민등록번호는 행정구역 상 (주민등록지가) 일치하기 때문에 비슷한 것인데, 저희도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했었지만…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통일부 정착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새터민들이 ‘탈북자임’을 식별할 수 있는 동일한 숫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쓰는 것은 주민등록번호 체계 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시에 소재하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무소)의 소재지를 새터민들의 ‘출생지’로 간주해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때문에, 주민번호 뒷자리가 동일한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실 새터민들의 출생지를 어디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새터민들의 주민등록번호는 바뀔 수 있다. 단지 통일부가 행정 편의 상의 이유로, 하나원을 새터민들의 출생지로 간주해 번호를 부여해 온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 주민등록번호에는 체계가 있다. 앞자리 6자리는 생년월일이며, 뒷자리 1번째는 성별을 표시하고, 이후 네자리는 출생지역을 알린다. 이 네 자리가 시군읍동에 해당하는 번호이기 때문에, 출생지가 같은 경우 뒷자리 2번째에서 5번째 숫자가 같은 것이다. 6번째는 그 지역에서 생년월일로 신고된 순서로, 대략은 1, 2다. 마지막 번호는 1에서 9까지 순서로 이뤄진다.

이 체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민번호 뒷자리만 보아도 이 사람이 새터민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새터민 한명의 생년월일을 알고 있을 때 그의 주민등록번호를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나원 출신’ 반길 새터민은 없다

현재 새터민들이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보면, 안성시에 위치한 하나원이 수천명 탈북자들의 출생지로 되어있다. 따라서 새터민들이 쓰는 주민등록번호는 ‘하나원 출신’을 증명해주는 번호로서, 수천 명에 해당하는 새터민들이 동일한 특정 지역에서 출생한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에 입국한 후 불과 10주동안 머무르는 하나원을 반드시 이들의 ‘주민등록지’로 간주할 이유는 없다. 10주 후면 모든 탈북자들은 지정된 거주 지역으로 흩어진다. 즉, 거주지를 기준으로 ‘출생지’로 삼아도 되는 것이다. 새터민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터를 잡게 된 거주지가, 하나원보다는 출생지에 가까운 의미일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도 거주지를 기준으로 주민등록 발급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원 소재지로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하는 것보다 (행정 상) 까다롭고, 시간이 더 드는 문제라서 탈북자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증이 빨리 발급돼야 거주할 임대주택 문제나 정착지원금 등” 행정절차가 효율적으로 처리되는 반면, 거주지를 정하고 난 후 거주지 기준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게 되면 “시간이 걸려 새터민들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새터민들이 싫어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새터민 안필혁(가명, 38세)씨는 “그렇지 않다. 행정 처리에 있어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를 누가 이해하지 못하겠는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안씨는 “하나원 출신이라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거주지로 주민등록번호를 받는데 시간이 걸린다하더라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탈북자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한 실무자는 “새터민들의 주민등록번호 문제는 중국비자 발급 거부된 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북한이탈주민을 한국 사회가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차별이 조장되고 제도화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너무나도 인식이 미흡한 것 아니냐” 라고 비판했다. 또 "새터민들에게 차별의 원인이 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편의보다 차별구제가 중요하지 않은가

이미 수천 명에 해당하는 새터민들에게 발급한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새터민들이 주민번호로 인해 차별과 낙인을 경험하게 된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행정상 복잡하고, 번거롭다” 이유로 새터민들의 인권과 차별문제를 눈감을 수는 없을 듯하다.

또한 통일부 관계자가 밝힌 “새터민들을 위한 행정이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만약 하나원을 출생지로 할 것인지, 거주지를 출생지로 할 것인지에 대해 새터민 당사자들을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해보면 결과는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북자임을 증명하는 ‘하나원 출신’ 번호를 새터민들이 반길 일은 없다.

새터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해 적응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탈북자’라는 낙인이다.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로 한 이상, 그들은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대우 받기를 원하고 평등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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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16 [02:30]  최종편집: ⓒ www.ildaro.com

 

 

주민번호로 차별받는 새터민
‘탈북자’ 식별 가능해 인권침해 발생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정은
한국에 정착하는 탈북자에게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가 ‘탈북자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특정한 일련의 번호로 띠고 있어, 인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지 2년이 넘는 안필혁(가명, 38세)씨는 현재 한 물류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중국어에 능통하고, 중국 지리에 밝아 회사에서 일하면서 업무상 중국으로 출장가는 일이 잦았다. 2년간 일하면서 회사로부터 능력과 공로를 인정받았고, 올해는 그의 인솔 하에 상하이로 회사 연수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선발대로 떠나게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평소 같으면 당일에도 받을 수 있었던 중국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사 직원에 따르면 “주민번호 뒷자리를 보고 탈북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중국대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회사 일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고, 그는 회사 인사과로 불려가 문책을 받았다고 한다. 또 인사과 직원이 “그러면 이제 당신은 계속 중국에 가지 못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일자리를 잃어버리지 않을지’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안씨는 “선발대였던 내가 가지 못하면서 아무도 못 갔고, 이 일 때문에 회사 일에 손해가 많았다"며, “중국대사관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 한국 정부의 처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를 넘어서, 그들이 한국으로 유입되기 전 머물렀던 해당국가와의 외교적 문제를 야기해오곤 했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탈북자의 존재가 반가울 리 없는데, 한 탈북지원단체 활동가에 의하면 “2006년부터 중국 현지에서 공안들이 탈북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 한해 이를 식별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들어서부터 중국 대사관에서 탈북자에 대해선 비자발급 자체를 불허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정착하게 된 새터민의 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했다.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은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일정 기간 머물고 난 다음 거주할 지역으로 옮긴다. 이때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는데, 이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끝자리 한자리만 빼고 거의 동일한 번호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한 5천여 명이 (뒷자리가) 비슷한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탈북자 지원단체에서 일하는 한 실무자는 “이제는 경찰들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 중에도 탈북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알 정도”라고 말했다. 또, 주민등록번호만으로 탈북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코드화 한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한편 이런 주민등록번호로 인해 각종 주민번호 도용사고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 한해 동안 한 탈북자 모임 내에서는 회원들 간에 주민등록번호 도용사건이 몇 건이 발생했다. 탈북자 김덕현(가명, 21세)는 휴대폰 요금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나와서 확인해본 결과,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한 탈북자의 생년월일만 알면 1시간 이내에 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도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는 탈북자들은 정부가 '탈북자' 식별이 가능한 주민번호를 발급한 것에 대해서 이렇게 항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단 우리를 주민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으면, 이런 데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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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3/13 [01:01]  최종편집: ⓒ www.ild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