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TransKorean

이주의 여성화_개념 설명

사이박사 2009. 6. 12. 11:41

아시아 이주 70%가 ‘여성’
국제포럼서 이주여성인권 행동전략 채택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은아

길을 걷다가 한두 번쯤 봤을 법한 현수막,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후불제 가능)”. ‘후불제가 가능하다’는 말처럼, 이 현수막은 한국에서 이주여성 인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한편으론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우리사회 인권지수’가 버젓이 걸려있는데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한 국제포럼에서 이주여성들이 모여 외친 구호들을 보면 이 상황은 너무도 잘 설명이 된다. 지난 9월 25일에서 28일까지 3박 4일간 서울에서 아시아 이주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아시아 이주여성 국제포럼’에서 나온 구호들이다.

“이주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주노동자는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와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Migrant Forum in Asia, MFA)이 주최한 이번 국제포럼에는 방글라데시, 미얀마,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13개국에서 약 50여 명의 이주여성인권활동가들이 참가했다.

“쟤네 엄마는 18만 달러짜리래요”

이 포럼에 참가한 이혜경 배재대학교 교수는 “이주의 여성화란 우선 양적인 의미로는 이주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한국의 경우 이주의 50%가 여성(아시아 전체는 70%가 여성)”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질적인 측면에선 “여성이 국가간 이주에 있어 남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 주체적인 노동자 신분으로 이주하는 취업이주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분과 포럼에선 여성들이 이주과정에서 겪는 인신매매 위험성과, 산업재해모성보호 문제,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겪는 폭력, 그리고 WTO의 GATS(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이주노동자 상품화의 위험성 등의 문제에 대해 소그룹 형식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에서 이주여성들의 인권문제는 이주여성노동자 문제뿐 아니라 국제결혼을 통한 경우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적 상황만은 아니었다. 대만에서 참가한 한 활동가는 대만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자녀가 학교에서 겪은 사례를 들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부모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다른 아이들이 그 학생을 가리키며 “쟤네 엄마는 18만 달러짜리 베트남 여자래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주여성들이 겪는 인권침해의 문제는 아주 중첩적이다.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가부장제 사회 속 여성으로 불평등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임금체불과 강제출국 위협,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법이나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참가자들은 노동력 송출국과 고용국 간 협력을 통해 이주여성 인권실태 연구 및 관련법을 정비해야 하며,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정부, 이주여성 인권문제 각성해야

이렇듯 이주여성들이 겪는 인권 실태에 고발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제는 현실적인 대응과 문제를 풀 대책이 나와야 될 시급한 시점이나 아직 사회적으로 그 관심이 충분치 못한 시점이다. 앞으로 사회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더욱 거세게 불거져 나와야 할 것이다.

국제포럼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이주여성 인권 관련한 성명과 행동전략을 채택했으며, 한국 정부에 “노동사무소의 미흡한 대응으로 자살한 이주여성 사례에 대해 책임 있고 성의 있는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안전한 송금채널과 송금관련 사기 등 피해에 대한 보호장치”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 자료들은 향후 구체적인 활동계획까지 수립되어 올 12월에 열리는 WTO 각료회의와 내년에 예정된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5년 평가회의에서 아시아 이주여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행동전략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사입력: 2005/10/04 [00:24]  최종편집: ⓒ www.ild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