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TransKorean

여성의 국제이주 역사와 그 문제점_마루야 박사

사이박사 2009. 6. 12. 11:20

‘이주여성 소외시키는 이주정책’ 비판
국경을 넘는 여성현실 갈수록 열악해져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희원
국제이주와 관련해 ‘성별’(Gender)을 고려한 정책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주여성인권연대는 필리핀 스칼라브리니 이주연구센터(www.smc.org.ph)의 마루야 아시스(Maruja M.B Asis) 박사를 초청, 지구화로 인해 가속되는 제3세계 국가의 여성이주노동을 검토하고 ‘이주의 여성화’와 관련한 정책적 방향을 제안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가사노동, 유흥업이 불러들이는 타지 여성인력

마루야 박사는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등지 제3세계 각국 여성들의 국제이주사안을 “성 인지적 관점에서 다룰 것”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사에서 국경을 넘는 여성의 이동, 노동, 정주 문제이주남성노동력의 가정유지를 위해서였을 뿐 아니라, 1970~1980년대 이후 재생산(돌봄) 틈새시장에 대거 투입되거나 국제결혼시장의 신부 이동 같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면서 국가정책과 제도 바깥에서 끊임없이 인권유린과 불법이민 문제를 낳고 변태해왔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 전통 이주국가에선 대규모 남성노동의 이주가 있은 뒤 국가적 “가족 재통합” 기제에서 여성들의 이주가 뒤따랐다. 1970년대 이후 기반시설확충 프로젝트가 완료된 걸프만 지역에서는 대규모 남성노동력 대신 현지 가사노동수급을 위한 대규모 여성 돌봄인력 수요가 창출됐다.

한편 일본과 한국 등지 동아시아에서는 유흥업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타지 여성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 끊임없는 “새로운 시장(new market)”들은 외피만 바꾸면서 지구화 역학에서 빈곤화를 담당하게 된 특정 지역의 여성들에게 잘못된 정보나 욕구, 동기, 국가 이미지 등을 제공해왔다.

‘인권유린’ 영역으로 변질된 여성의 국제이주

최근 “이주여성”문제는 더 심화되고 있다. 국경을 횡단하는 여성인구 규모는 막대한 수치를 기록하여 2000년 집계된 세계 국제이주에서 여성 비율은 49%에 육박했다. 이러한 “이주의 여성화”는 초국가주의 흐름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 “여성의 빈곤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여성들은 가족단위 이주가 아닌 노동 이주 목적으로 국경을 넘게 되는데 이는 수용국의 전업, 취업주부의 가사해방과 맞물린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성별(gender) 문제가 두드러지는 영역이 ‘국제인신매매’다. 피해자로 규정되는 인구는 대다수가 여성과 아동이며, 여기에는 노동 ‘브로커’ 등 범죄기업이 관여해 여성과 소녀들의 취약성을 이용한다. 인신매매업자들은 가족들에게 딸을 매매혼 시킬 때 신부지참금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겠다고 제의하거나, 송출비용을 대신 마련해주겠다고 하여 ‘여성상품’을 가사도우미, 판매원, 식당 등 일자리로 넘겨왔다. 성매매나 성산업 종사자, 이주 ‘엔터테이너’ 등도 전형적이다.

더욱이 외국인 가정부나 국제 매매혼은 사적 이동이 아닌 ‘수요적 요인’이 작동하는 시장이 되고 있다. 수용국 여성들의 도시집중, 독신추세와 더불어 수용국의 소외지역 남성들의 신부 수요전통 여성에 대한 바람들‘과거’에 살고 있는 송출국 신부를 ‘주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신부감 수요 폭증은 이주여성 그룹을 인신매매와 불법이주에 끝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송출국과 유입국 간 합의와 지역연대 필요

마루야 박사는 ‘노동력 이주’를 근본적으로 ‘남성이주’로 가정하기 때문에 정책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이주(이민)정책 결정에서 남성들은 주요 경제척도로 구성되지만, 여성은 그들 가족과 묶인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른 부차적 가치로 고려된다는 것이다. 국경을 넘는 하층회로 노동수요에 대한 국제역학도 불균형하지만, 정책적으로도 이주여성노동은 상당수 재생산 노동으로 산정되고 매우 좁은 경제섹터에 국한(분류)된다.

가족이주” 범주로 이동하는 여성 역시 정책상 “의존자”로 분류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언어와 기술, 문화정보, 그리고 보건 등에서 이동과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없는 등 노동이민정책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경우 노동법이 가사부문까지 다루지 않아, 가사노동자로 이주하는 여성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보상체계가 결여되어 있다. 이렇듯 주류이민자 중심 정책에서 “의존자”로 간주되는 사람들의 필요나 기여는 간과된다.

‘정주’의 문제에서도 차별고리는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숙련노동자와 전문직 이주자에게는 가족재결합을 허용하지만, 노동이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숙련 이주노동자들의 가족상봉이나 재결합을 금지한다. 송출국에서 남성가장의 위치는 해외이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의 부재를 다른 여성이 채우는 반면, 여성의 이주본국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면서 동시에 강요되는 이중성을 띈다.

마루야 박사젠더 평등한 이주정책실현을 위해서는 여성‘노동’과 ‘이동’, ‘정주’의 문제를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논의하고 “송출국의 입장에서 귀환과 정착문제를 고민해야 하며 향후 성공적 재통합 모델 개발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는 국제적 연대와 송출국과 유입국 사이 경제정책합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루야 박사는 국제적 연계의 필요성과 더불어 취약한 이주여성노동 영역에 국가가 ‘표준임금’을 책정할 것,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이주민 연합과 이주관련 NGO들의 활동을 수용하고 지원할 것 등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