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영어과목 시간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40). 김씨는 국회에 계류중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정규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노동부와 학교측에 문의해 본 결과 상황은 달랐다.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학측과 전속계약을
맺고 해당 대학에서만 강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대학을 다니며 ‘메뚜기식’ 강의를 해야 하는 시간강사 특성상 전속계약은 그림의 떡이다.
김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열패감만 든다”고 하소연했다.
대학 사회의 대표적 비정규 교원인 시간강사. 불안정한 고용과 비현실적 급여로 고통받고 있는 시간강사들에 대해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제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생계난=서울의 사립대 등 대학 3곳에서 교양 미술을 강의하는 ㄱ씨(35·여)는 신경쇠약 증세로 최근 병원 치료를 받았다.
5년째 시간강사 일을 하는 ㄱ씨는 각 대학의 강의시간표를 기다릴 때마다 병원을 찾는다. 그는 “학교가 새 학기 강의시간표를 알려주기 전까지는 해고당했는지 재계약됐는지 모른 채 불안에 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강 직전 시간표 작성을 마치는 대학 행정 탓에 시간표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을 학기 시작 뒤에나 확인하는 강사들이 많다. 이러다 보니 다른 대학과 강의시간이 겹쳐 울며 겨자먹기로 한쪽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역사 과목을 강의하는 ㄴ씨(41)는 “학교 편의에 따라 고용과 해고가 이뤄져 ‘예고없는 실직’은 특별하지도 않다”며 “‘노조활동을 했다’는 등의 불합리한 이유로 계약연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강의를 받아도 강사들은 저임금에 시달린다. 3학점짜리 과목의 월급은 2년제 대학이 22만원, 4년제 대학은 35만원 정도. 1주일에 4과목씩 맡아도 월소득 1백50만원은 어렵다.
시간 강사는 ‘한푼이 아쉬워’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는 게 보통이다. ‘보따리 장사’라는 자조섞인 표현도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다행히 학교가 가까이 있으면 불편함이 없지만 멀리 있으면 실제 강의시간에 버금가는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할 수밖에 없다.
ㅅ씨(37)는 “이번 학기에는 서울지역 대학 강의가 작아 충청권 모 대학에 이틀 출강한다”며 “오가는 시간만 하루에 4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 학기말이면 학점평가를 위해 시험지와 리포트 채점 등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만도 며칠이 꼬박 걸린다”며 “학점평가 작업은 사실상 무료봉사”라고 덧붙였다.
◇“방학이 싫다”=정규직 교수들에게 방학은 달콤한 휴식시간이지만 시간강사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기간이다. 언론학 강사 ㄷ씨(38)는 “방학 석달간은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며 “과외·학원강사는 물론 논문대필까지 하며 생계를 잇는다”고 털어놨다.
고용보험 등 4대보험을 보장하는 대학도 드물지만, 강사 스스로 고용보험을 기피하기도 한다.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선택하도록 돼 있으나, 가입하면 보험료의 절반을 본인이 내야해 꺼리는 것이다.
한 학기가 4개월이어서 고용보험에 들어봤자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한 사람’에 대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전국의 시간강사 수를 4년제대 소속 3만3천여명 등 모두 6만4천여명으로 헤아리고 있다. 이 가운데 기혼자는 75%, 40대 연령자는 40%로 추산된다. 특히
3분의 1이 넘는 34.1%는 박사 학위를 지닌 ‘고급 두뇌’다.
◇“교육의 절반을 맡고 있지만…”=ㄹ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교양 음악과목을 전담하다 지난해말 71세로 작고했다. 학점을 후하게 주는 ‘교수님’으로 통했던 그의 신분은 사실 교수가 아닌 ‘초빙강사’였다. 40여년간 학내 최고 인기과목을 맡았지만 그는 생을 마칠 때까지 교수로 발령받지 못했다.
시간강사는 전임교수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로 치부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비정규 교원이란 하나의 직업군으로 고착됐다. 불확실한 자신의 지위를 고민하는 이들이지만 대학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실에서 낸 ‘대학교원 실태조사 분석’에 따르면 시간강사들이 전국의 대학에서 담당하는 강의 수는 전공과목의 경우 38.3%, 교양과목은 60.6%에 달한다. “대학교육의 절반을 도맡고 있다”는 강사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는 셈이다.
한국 비정규직교수 노조에 따르면 한 지방사립대의 정규직 대 비정규직 교수의 강의 분담률은 53%대 47%. 하지만 이 대학이 교원급여로 배정한 예산은 6백억원대 40억원으로 시간강사 급여가 정규교수의 2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비정규직교수 노조’(강사노조)는 시간강사라는 용어부터 ‘비정규교수’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병태 노조 사무처장은 “시간강사라는 분류는 정규직 교수와의 차별대우를 위해 학교 측에서 만들어낸 자의적 개념”이라며 “교수로 취급해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순·이호준기자 quansoon@kyunghyang.com〉

대학 사회의 대표적 비정규 교원인 시간강사. 불안정한 고용과 비현실적 급여로 고통받고 있는 시간강사들에 대해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제책 마련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불안과 생계난=서울의 사립대 등 대학 3곳에서 교양 미술을 강의하는 ㄱ씨(35·여)는 신경쇠약 증세로 최근 병원 치료를 받았다.
5년째 시간강사 일을 하는 ㄱ씨는 각 대학의 강의시간표를 기다릴 때마다 병원을 찾는다. 그는 “학교가 새 학기 강의시간표를 알려주기 전까지는 해고당했는지 재계약됐는지 모른 채 불안에 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강 직전 시간표 작성을 마치는 대학 행정 탓에 시간표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을 학기 시작 뒤에나 확인하는 강사들이 많다. 이러다 보니 다른 대학과 강의시간이 겹쳐 울며 겨자먹기로 한쪽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역사 과목을 강의하는 ㄴ씨(41)는 “학교 편의에 따라 고용과 해고가 이뤄져 ‘예고없는 실직’은 특별하지도 않다”며 “‘노조활동을 했다’는 등의 불합리한 이유로 계약연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강의를 받아도 강사들은 저임금에 시달린다. 3학점짜리 과목의 월급은 2년제 대학이 22만원, 4년제 대학은 35만원 정도. 1주일에 4과목씩 맡아도 월소득 1백50만원은 어렵다.
시간 강사는 ‘한푼이 아쉬워’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는 게 보통이다. ‘보따리 장사’라는 자조섞인 표현도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다행히 학교가 가까이 있으면 불편함이 없지만 멀리 있으면 실제 강의시간에 버금가는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할 수밖에 없다.
ㅅ씨(37)는 “이번 학기에는 서울지역 대학 강의가 작아 충청권 모 대학에 이틀 출강한다”며 “오가는 시간만 하루에 4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 학기말이면 학점평가를 위해 시험지와 리포트 채점 등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만도 며칠이 꼬박 걸린다”며 “학점평가 작업은 사실상 무료봉사”라고 덧붙였다.
◇“방학이 싫다”=정규직 교수들에게 방학은 달콤한 휴식시간이지만 시간강사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기간이다. 언론학 강사 ㄷ씨(38)는 “방학 석달간은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며 “과외·학원강사는 물론 논문대필까지 하며 생계를 잇는다”고 털어놨다.
고용보험 등 4대보험을 보장하는 대학도 드물지만, 강사 스스로 고용보험을 기피하기도 한다.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선택하도록 돼 있으나, 가입하면 보험료의 절반을 본인이 내야해 꺼리는 것이다.
한 학기가 4개월이어서 고용보험에 들어봤자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한 사람’에 대해 지급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전국의 시간강사 수를 4년제대 소속 3만3천여명 등 모두 6만4천여명으로 헤아리고 있다. 이 가운데 기혼자는 75%, 40대 연령자는 40%로 추산된다. 특히
3분의 1이 넘는 34.1%는 박사 학위를 지닌 ‘고급 두뇌’다.
◇“교육의 절반을 맡고 있지만…”=ㄹ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교양 음악과목을 전담하다 지난해말 71세로 작고했다. 학점을 후하게 주는 ‘교수님’으로 통했던 그의 신분은 사실 교수가 아닌 ‘초빙강사’였다. 40여년간 학내 최고 인기과목을 맡았지만 그는 생을 마칠 때까지 교수로 발령받지 못했다.
시간강사는 전임교수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로 치부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비정규 교원이란 하나의 직업군으로 고착됐다. 불확실한 자신의 지위를 고민하는 이들이지만 대학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실에서 낸 ‘대학교원 실태조사 분석’에 따르면 시간강사들이 전국의 대학에서 담당하는 강의 수는 전공과목의 경우 38.3%, 교양과목은 60.6%에 달한다. “대학교육의 절반을 도맡고 있다”는 강사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는 셈이다.
한국 비정규직교수 노조에 따르면 한 지방사립대의 정규직 대 비정규직 교수의 강의 분담률은 53%대 47%. 하지만 이 대학이 교원급여로 배정한 예산은 6백억원대 40억원으로 시간강사 급여가 정규교수의 2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비정규직교수 노조’(강사노조)는 시간강사라는 용어부터 ‘비정규교수’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병태 노조 사무처장은 “시간강사라는 분류는 정규직 교수와의 차별대우를 위해 학교 측에서 만들어낸 자의적 개념”이라며 “교수로 취급해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순·이호준기자 quanso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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