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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라리 담장이고 싶다.

사이박사 2006. 3. 26. 17:31

 

 

 

 

 

 

담장은 하나의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는 적어도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다른 것이다.  담장은 나와 자연을 경계 지으며 자연 속에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준다. 자연 세계와 나의 세계는 담으로 단절되지 않고 담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교감한다고 한다. 나의 세계는 자연과 동화되고 그것이 담에 표현되는 것이다. 즉, 밖의 세계와의 차단을 위한 담장이 아니고, 나지막한 담장을 통해서 담장 너머의 풍광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자연 친화적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연과 함께 동화되어 자기의 세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을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담장이다. 마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거주하는 어느 곳이던지 우리는 먼저 담을 돌아 대문에 이르게 되고, 그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또 하나의 담장을 만나게 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우리에게 담장이란 단지 외부와의 차단을 위한 기능뿐이 아니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나 스스로를 찾아내는 경계이기도 하다. 그 경계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동화가 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담장은 나를 보호하고, 더불어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즉 담장이란 나와 외부와의 단절이 아니라 나와 동화되는 사람들을 가르기 위한 방법이다.

담장을 살펴보자.

이 집의 끝과 저 집의 끝이 맞닿아 있다. 담과 담은 서로 상응을 하면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서양의 담장이 하나의 경계를 표시한다면 우리의 담장은 나눔과 경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담장은 그 집의 권세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사대부가의 담장은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민초들의 담은 대개가 맞닿아 있다. 끄트머리를 맞물려 한없이 이어진다. 있으나 마나한 경우가 대부분인 이 담장들은 굳이 담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궁을 살펴보자. 끝없이 담장과 담장이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 적당한 건물들이 배열되어 있다. 왜 민초들이 사는 집과 다른 궁궐의 담이 연결되어 있을까? 그것은 한 사람을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자 한 사람을 위한 집이고 그 사람을 위한 사람들이 거주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기에 그 신비함을 더하기 위해 담을 넘어 볼 수 없도록 높이 쌓고 그 대신 수많은 문을 내놓았다.

담장은 또한 아름다움의 표현 방법이다. 굳이 담을 쌓는다고 하면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리 담장의 멋이다. 그 담장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과 동화가 된다. 결국 담장은 나와 자연을 연결해 주는 하나의 고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막음과 단절이라는 차원이 아닌, 나를 자연으로부터 보호하고, 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그런 깊이가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담장이다.

 

이런 담장은 기원의 발로이기도 하다. 경복궁의 교태전이나 창덕궁의 낙선재 등을 둘러보면 담장의 무늬가 거북이 등의 무늬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장수를 하는 거북이처럼 오랜 세월을 무병장수하라는 기원이다. 또한 자경전에는 십장생화를 그렸거나 담에 수복(壽福) 등의 글자 문양을 넣어 장수를 기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궁이나 대갓집 그리고 민초들이 생활을 하는 집의 담장들은 나름대로 각기 다른 모습들을 보이면서 사람들에게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민초들의 담장은 싸리로 담을 만드는가 하면, 적당한 짚과 진흙을 섞어 쌓는다. 길가는 사람이 안이 들여다보일 수 있을 정도의 높으면 그만이다. 그래야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결국엔 이웃 모두가 같은 동질의 부류이기 때문에 굳이 남다르게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같기 때문이다. 결국 담장은 하나의 땅을 구분 짓는 구조물에 불과한 경우도 있으며, 굳이 담을 쌓아 어차피 공개가 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사생활을 조금은 가려보자는 뜻이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담장은 곧 인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담장을 갖고 있다. 어떤 이는 첩첩이 높게 담장을 쌓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어느 누구는 아예 담장을 허물어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마음에 담장을 갖고 있는가? 인간이 마음에 담장을 만든다고 하면 가장 바람직한 담은 궁궐의 튼튼함을 바탕으로 민초들의 낮은 담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오늘 나는 나의 담장을 만들고 싶다. 아주 낮고 속이 깊은 그런 담장을..

(사진설명)

맨위 : 순천 한 절집의 장독대를 둘러친 담

둘째 : 경복궁 교태전 후원의 담장

셋째 : 창덕궁 낙선재의 안담

넷째 : 경복궁 자경전의 담장

아래 : 자경전 외벽의 꽃담

출처 : 우리 전통을 찾아서~
글쓴이 : 다시래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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