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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금 독일은 유례없는 이상기온

사이박사 2007. 1. 12. 23:20

1.
지금 독일은 엄청나게 따뜻합니다. 제가 도착하는 날 잠깐 영하권으로 살짝 떨어진 것을 빼고는 전국이 대부분 영상 10도 전후를 나타내더니 어제 오늘은 15도를 넘어섰습니다. 독일 내의 스키장은 문도 못 열고 있고, 만년설로 유명한 티롤이나 알프스, 몽블랑의 세계적인 스키장들도 인공눈으로 근근이 버티다가 낮은 코스는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라니 얼마나 따뜻한지 이해가 되시나요? 독일가면 스키장 가겠다고 벼르던 큰 아이도 아예 꿈을 접었습니다.

 

지금 제가 앉아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도서관 창에도 따뜻한 햇볕이 가득 내리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날씨가 따뜻한 겨울을 두고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상기온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윤달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네요. 이상기온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접어두기로 하구요. 제가 궁금한 것은 윤달이 지금의 따뜻한 날씨와 관계가 있나 하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작년 7월에 윤달이 끼었습니다. 음력으로 7월이 두 번 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이 1월 이지만 따뜻한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인 거 같아요. 저는 아무리 계산해 보아도 잘 모르겠거든요.


초등학교 수준의 추리력과 산수를 동원해 보지요^^. 음력 7월이 두 번이라면.. 원래는 8월이 되어야 하는 달이 7월이 된 거지요. 그렇다면 지금 음력으로 11월은 원래 12월이었어야 하니까 추워야 되는 게 아닌가요?


다른 이야기로는 윤달이라는 것이 이미 자연의 흐름을 반영하여 계산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윤달이 낀 것으로 지금이 11월이니 안 추운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이 논리는 어느 정도 맞는 거 같기는 한데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양력 1월이 음력 11월에 걸리는 경우는 너무 흔하다는 거죠. 그리고 그해 겨울도 여전히 추웠다는 거구요.


한국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윤달로 말하자면 세계가 똑 같이 그런 기후의 영향아래 있어야 하는 데 유럽만 유난히 따뜻합니다. 한국은 추위에 폭설에 고생 많다는 뉴스를 듣고 있거든요.


원래 독일의 겨울은 악몽이거든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날씨가 추워지면 눈이 쌓입니다. 산뜻하게 확 추운 게 아니라 추적한 날씨에 바람은 애매하게 살을 뒤집어 놓는 날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춥다’가 아니라 ‘으스스하다’라는 느낌으로 겨울을 나게 됩니다. 이런 겨울이 너무 길어서 보통 11월부터 3월까지는 괴롭게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따뜻합니다. 어제는 민소매 옷을 입고 나온 건장한 여자를 보기도 했다니까요.(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카메라가 있었으면 찍어서 올리는 건데...


2.

지금 프랑크푸르트에는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원래 교포가 많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섬유박람회가 오늘부터 열리거든요. 올해의 예상 인원은 약 25만명 정도이고 토요일에만 약 9만명 정도가 박람회장을 찾을 것이라고 하네요. 하향 산업이던 섬유가 IMF를 거치면서 다시 살아나 한 5년은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중국의 물량 공세와 가격경쟁력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섬유박람회만 되면 프랑크푸르트 근처의 관광지 등에서 한국 사람들을 쉽게 만나게 됩니다. 한국식당은 늘 꽉 찬 상태이구요.


3.

지금 독일의 총리인 메르켈이 인기가 바닥입니다. 총리 취임 후 계속된 여러 가지 개혁정책들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기민당이 집권하고 메르켈이 총리가 되면 변화가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본 진행 방향은 사민당 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연정을 구성하면서 사민당의 개혁정책 계승을 약속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만큼 시스템에 의한 정치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겠지요. 메르켈이 이런 상태에서 계속해서 연금, 건강보험 개혁을 지속하기로 했답니다. 인기가 없어도 미랴를 위해 할 것을 하는 정치인을 이곳에서는 흔히 보게됩니다. 그게 기민당이라 할지라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4.

큰 아이가 독일의 남쪽 튀빙엔이라는 곳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독일 아이들과 놀면서 말도 잊지 말라는 생각으로 넣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다닐 예정입니다. 학교에 넣기 위해 교장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큰 아이를 보더니 뭐하러 왔냐고 묻고 일주일 정도 학교를 다녔으면 한다고 말했더니 그냥 넣어주네요. 그리고 나서야 큰 아이가 독일에서 낳고 자라고 공부한 것까지 알려주었습니다. 독일에서 공부한다는 말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바로 승낙했다는 거지요. 전혀 폼 잡지 않는 평교사 같은 교장을 만나는 것, 아이가 일주일 정도 앉아 있는 것이 학교에 피해가 아니라면 따지지 않고 선뜻 학교 문을 열어주는 것, 기분 좋은 일입니다.


5.

사우나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두 번이나. 가격이 한국의 찜질방 같지 않아서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꼭 찾아가야 할 지인들을 만나게 되면 그 중 한 두 번은 사우나 동행을 하게 됩니다. 저는 한국에서부터 사우나를 즐기는 편입니다. 몸이 안 좋을 때 사우나를 하면 몸이 개운해지기 때문입니다. 독일에 처음 가서는 혼탕이라는 말을 듣고 삼개월 정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몸이 너무 안 좋은 어느 날, 두 눈 감고 다니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문화는 그저 문화더군요. 두 눈 뜨고 다녀도 별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한국사람 특히 한국 여자 분을 만나게 되면 문화로만 사우나를 즐기기 어렵습니다. 저는 아까운 돈과 찌푸둥한 몸에 눈물 흘리면서도 밖으로 나오게 되더군요. 독일에서도 한국 사람을 만나면 한국문화를 따라야 하는가 봅니다^^.


6.

아..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변의 바트조덴이라는 곳에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찜질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여름 문을 열려던 것이 공사지연으로 2주 전쯤 열었습니다. 원래는 독일 사우나였는데 한국사람이 인수해서 한국 찜질방과 독일 사우나를 함께 하는 곳으로 만들었다네요. 처음 인수할 당시에는 유럽 최초 찜질방이라고 9시 뉴스에도 나왔었다는군요. 거기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잘 운영 안 되는 곳을 한국인들이 사들여 성공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그것도 독일의 전통적인 것들을요. 역시 세계 속의 한국입니다^^.

 

 

by  우리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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