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 "조씨 세미나 참석 여부는 판단할 필요 없다"
문상현 기자 입력 2021. 08. 13. 06:43 수정 2021. 08. 13. 07:00 댓글 155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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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입시비리 혐의 전반에 대해 "수사·재판 과정 내내 당시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며 허위 확인서를 작성한 사람과 믿은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라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8월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정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는 모두 유죄가 유지됐다. 사모펀드 의혹 중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일부가 1심 유죄에서 2심 무죄로 뒤집히며 벌금이 대폭 줄었다. 벌금은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추징금은 1억6000만원에서 1061만원으로 감액됐다.
정 교수가 받는 혐의는 크게 세 갈래다.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증거인멸 등이다. 1심은 정 교수의 15가지 혐의 중 11가지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정 교수의 딸 조 아무개씨의 입시비리 혐의였다. 정 교수는 딸 조씨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허위 경력을 쓰고 증빙서류도 허위로 만들어 대학 입학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았다. 허위 작성 의심을 샀던 서류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경력 △서울대 인턴 경력 △KIST 인턴 경력 △공주대 인턴 경력 △단국대 인턴 경력 △부산 호텔 인턴 경력이다. 검찰은 조씨의 ‘7대 허위 스펙’이라고 지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7가지 입시비리 혐의 가운데에서도 가장 논란이 됐던 ‘동양대 표창장’과 관련해 정 교수 측은 1심에서 ‘위법수집증거’를 주장했다. 표창장 위조 증거들이 나온 동양대 강사휴게실 PC가 검찰에 제출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항소심에서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표창장 위조 시점에 PC가 정 교수 자택이 아닌 경북 영주시 동양대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표창장을 재발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딸 조씨는 동양대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사실이 없고, 정 교수가 위조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라고 판시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의 신원은 항소심의 새 쟁점이었다. 정 교수 측은 1심에서 딸 조씨의 실제 인턴 활동 증거로 2009년 5월15일 열린 공익인권법센터의 ‘동북아시아 사형제도 국제학술회의’ 세미나 영상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심은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은 조씨가 아니다’라며 조씨의 세미나 참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핵심 증인인 조씨의 동창생이 말을 바꿨다. 해당 동창생은 지난해 5월14일 정 교수의 1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세미나 영상을 보며 “영상 속 학생이 조민과 다르다”라고 증언했다. 반면 지난 7월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영상 속 여성은 90% 확률로 조민이다”라며 앞선 증언을 번복했다.
이를 근거로 정 교수 측은 항소심에서 딸 조씨가 당일 세미나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고, 따라서 인턴 확인서는 허위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할 필요가 없다. 확인서 내용이 모두 허위인 이상, 동영상 속 강의를 듣고 있는 여성이 딸 조씨인지는 확인서의 허위성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 교수 자녀 입시비리 혐의 전반에 대해 “수사·재판 과정 내내 당시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본질을 흐리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작성해준 사람들에게, 확인서가 진실하다고 믿었을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이러한 행동은)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8월11일 정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서울고법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교수 재판의 또 다른 축인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 일부는 1심(유죄)과 2심(무죄)의 판단이 엇갈렸다. 특히 법정형이 가장 높은 사모펀드 의혹 관련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일부에 대해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정 교수는 2018년 1월 초,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 아무개씨로부터 투자 정보를 들었다. 조씨가 실질 경영하던 2차 전지업체 WFM이 군산에 공장을 구입해 2018년 2월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정 교수는 동생을 통해 장내에서 WFM 주식 1만6772주를 샀다. 이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동일했다. 정 교수가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거래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거래한 것은 유가증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저해하고 이득 여부와 무관하게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재산상 손실과 시장경제를 흔드는 중대 범죄다”라고 밝혔다.
반면 2018년 2월 정 교수가 장외에서 WFM의 주식 12만 주를 추가로 매수한 것에 대한 판단은 1심과 항소심이 달랐다. 미공개 정보를 입수해 거래한 혐의에 대해 1심은 12만 주 중 2만 주는 무죄, 10만 주는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2만 주 매수 전체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주식거래 상대방에 대한 판단이 달랐다. 1심은 WFM 주식(2018년 2월 추가 매수분)을 갖고 있던 우 아무개씨가 군산 공장 가동에 대한 소식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정 교수에게 주식을 팔았다고 봤다. 매도인이 모르는 정보를 정 교수만 알고 샀으니 미공개 정보 이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정 교수가 산 주식은 ‘조씨가 실질적 대표인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우선매수권으로 산 WFM 주식을 정 교수에게 팔았다’고 판단했다. 즉 정 교수의 주식거래 상대방은 코링크PE이고, 이 회사의 실질적 대표인 조씨가 공장 가동 예정 정보를 알았던 만큼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증거능력, 법리 등에 대해 상고하겠다”
그 밖에 코링크PE가 운용한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정 교수가 14억원을 출자하면서 이를 99억4000만원인 것처럼 부풀려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한 혐의, 2015~2017년 코링크PE에 10억원을 투자한 뒤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고 연 10% 이자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은 항소심에서도 1심의 판단(무죄)이 그대로 유지됐다.
다른 한 갈래인 증거은닉 교사 혐의는 항소심에서 유죄로 변경됐다. 앞서 1심은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 김 아무개씨의 컴퓨터 저장매체 은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공동정범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행법상 자신의 형사사건을 위해 증거를 은닉하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행위’로 봤던 부분을 ‘은닉을 위한 준비 행위’라고 판단했다. 자신과 가족의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증거은닉을 ‘지시’했던 만큼 방어권 남용이라는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거지 압수수색이 임박한 상황에 지시 거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증거를 은닉하도록 지시해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팀을 이끌었던 한동훈 검사장은 항소심 선고가 나온 8월11일 “대부분 핵심 범죄들에 대해, 지난 2년 동안의 터무니없는 왜곡과 부당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수사팀은 끝까지 할 일을 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냈다. 같은 날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결국 원심(1심) 판결을 반복한 것이어서 대단히 아쉽고 유감스럽다. 여전히 증거은닉 교사 부분은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으로서 참으로 고통스럽다.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업무방해죄 법리 등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다투겠다”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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