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路] "문대통령은 왜 그렇게 북한에 집착합니까"
조소영 기자 입력 2021. 07. 31. 08:19 댓글 574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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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금강산 그림 앞에서 악수하며 밝게 웃고 있다.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한동안 침체돼 있는 듯했던 청와대가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로 인해 조금은 활기를 띠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판문점 채널은 물론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이렇게 단절된 남북 통신선은 끊어진 지 413일 만인 지난 27일 전격 복원됐다. 청와대는 이날(7월27일) "올해 '4·27 판문점선언 3주년'을 계기로 정상 간 친서들이 오갔고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통신선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신선 복원 소식에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희망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왜 그렇게 임기 내내 북한과 접촉하고 싶어 안달이냐'는 것이다.
남북 정상은 지금까지 총 세 차례(2018년 4월27일, 5월26일, 9월18~20일) 만났고 2019년 6월30일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합치면 네 차례 대면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연락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대북전단에 북한이 예민하다는 것은 세간에 일정 정도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건물을 무너트리는 것과 같은 행위는 적어도 남한 국민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북한은 종종 문 대통령을 원색적인 단어로 비난해 남측의 분노를 산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자존심도 없이' 북한을 향해 줄곧 손을 내밀어왔다. 2017년 임기 초부터 시작한 이런 대화의 자세는, 외양상 온도차는 있을지라도, 한 순간도 변함이 없었다.
이런 문 대통령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가 참여정부에서 일하며 느꼈던 '진한 아쉬움'을 우선 떠올려 보는 게 도움이 된다. 참여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던 시기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10월이었다. 노 대통령 퇴임을 4개월 여 앞둔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조금 더 빨리 북한과 대화할 수 있었다면 참여정부 때 남북관계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고스란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영됐다.
취임할 당시 한반도 상황이 북핵과 미사일 위기로 최악이었던 점도 한몫을 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서로 '핵버튼' 자랑을 하면서 으르렁거렸다. 상황이 이러한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겠냐는 국내외 시선마저 있었다.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공동입장하는 남과 북 선수단을 향해 손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 뒷쪽에 자리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 아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2018.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그러나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끊임없는 시도로 결과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은 김 총비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단일팀이 결성돼 치러졌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평화'였다.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 '부모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부친 문용형·모친 강한옥씨는 6·25전쟁 당시 함경남도 흥남에서 '흥남철수 배'(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거제로 피란했다. 거제주민들은 피란민들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문 대통령 부모도 그 덕에 남한에 정착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어머니에게 효도했던 때로 지난 2004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이산가족상봉을 신청, 북한에 있던 이모를 모친과 만나게 했던 때를 꼽아왔다. 2019년 문 대통령은 추석 당일인 9월13일 이산가족을 다룬 KBS 특집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긴 세월동안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남쪽정부든 북쪽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문 대통령에게 북한은 자신의 부모를 비롯해 모든 이산가족들이 가고 싶고, 가야만 하는 염원의 장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던 때는 지난 2018년 8월20일부터 진행된 1차 상봉과 8월24일부터 진행된 2차 상봉까지 아직 한 차례뿐이다.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각각 두 차례씩 상봉이 이뤄졌다.
결국 문 대통령에게 북한은 '한반도의 온전한 평화'를 위한 극복의 대상이자 협력의 대상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 한반도 운전자론(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해법은 남북이 쥔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남북 간 하나의 시장협력)와 같이 언뜻 허황돼 보이는 정책들은 모두 일련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 76주년 광복절에도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평화를 말할 것이다. 그렇게 당하고도 또 북한에 매달리냐는 소리가 나오겠지만 개의치 않을 것이다. 지난 6월 공개된 미국 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내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지금의 평화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평화"라면서 남북관계 진전에 또 한 번 의지를 보였다.
다음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평화가 없다면 다른 어떤 것도 이루기 어렵다'는 이 생각을 그대로 갖고 갈지는 알 길이 없다. 굳이 통일을 해야 하냐는 의견은 갈수록 늘어나고, 일자리와 집값부터 해결하라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일이다. 그래서 더 야속하다. 어느새 임기 9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 그렇고, 그의 진정을 온전히 받아주지 못한 북한 지도자도 그렇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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