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단독입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
김지영·오종탁 기자 입력 2019.05.17. 10:38 수정 2019.05.17. 10:45(시사저널=김지영·오종탁 기자)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씨가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90여 분짜리 녹음파일 전체를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기 직전인 2013년 2월에 서울 모처에서 녹음된 것이다. 녹음 당사자는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다. 즉 '정호성 녹음파일' 중 하나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파일은 두 개다. 하나는 1시간9분30초, 또 하나는 16분49초 분량이다. 합하면 1시간26분19초에 달한다.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재판 과정에서 파일 일부가 법정에서 공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취임사 관련 녹음파일 내용이 언론에 전부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녹음파일 속 등장인물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 등 3명이다. 이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취임사를 놓고 대폭 수정을 가했다.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취임사 관련 비선(秘線) 회의를 주도한 이는 최씨였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공식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 작성한 취임사 초안을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국정 철학과 운영 방향 등에 관한 메시지를 거침없이 제시했다. 최씨의 이날 의견은 박 전 대통령 취임사에 실제로 상당 부분 반영됐다. 특히 4대 국정 기조 중 핵심인 '경제부흥' 부분은 최씨의 메시지와 주장이 거의 그대로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녹음파일을 들으면 도대체 누가 대통령 당선인인지 헷갈릴 정도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 말을 중간에 자르고 불쑥불쑥 끼어드는 건 예사였다. 박 전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선문답(禪問答)식 발언을 정리하고 재해석해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심복인 정 전 비서관은 최씨 앞에서 잔뜩 주눅 든 자세로 최씨의 메시지를 받아 적었다. 그는 때때로 최씨로부터 불호령을 듣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최씨를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최순실, 朴 취임사 초안 보더니 "쓸모없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사 준비를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지 않았다. 정치적 동지, 학자 등으로 취임사준비위원회를 꾸린 이명박·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과 다른 행보였다. 당시 일부 언론은 박 전 대통령이 취임사를 직접 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정호성 전 비서관 녹음파일에 따르면,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 등으로 구성된 실무진이 준비한 취임사 초안은 최순실씨가 모두 갈아엎었다. 정 전 비서관 녹음파일 속 다음 대화 내용에 이 같은 정황이 담겼다.
최순실씨(이하 최): 팩트가 있어야지, 정확하게 딱 내지르는 메시지가 있어야 되는데. (초안은) 부사적이고 드라마틱도 아니고, 어떡하지. (중략) 이게(초안이) 다 별로인 것 같은데,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공약을 나누는 건….
정호성 전 비서관(이하 정): 공약이 아니라 이번에 인수위에서 죽 해 온….
최 그게 공약이지 뭐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 이건 그런 국정과제를 얘기하기엔 너무 좀 쪼그라들어가지고….
최 (한숨 쉬며) 이거 봐. (취임사 초안에서 복지 정책 관련 내용을 읽으며)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 (고용 정책 관련 내용을 읽으며) 어유…. (중략) 잘 써야지. 이건(초안은) 완전 공약 푼 거거든.
정 (역대 대통령의) 모든 연설문들이 그렇게 구성돼 있습니다. 자기가(대통령이) 인수위 동안 했던, 그리고 앞으로 5년 동안 할 국정 어젠다 그런 것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회의할 때 (취임사 구성에서) 서두, 마무리 있고 중간은 어차피 5년 동안 어떻게 갈 건지 국정기조 이런 것들을 놔야 되는데, 인수위 내용들을 다 모아서….
최 짜깁기,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요, 취임사가 아니라 저기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봐. (중략) (정 전 비서관에게) 이렇게 늘어지는 걸 취임사에 한 줄도 넣지 마.
핵심 국정기조 '경제부흥'은 최순실 작품
최씨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이었던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이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후 청와대 경제수석) 등 핵심 실무진이 작성한 초안에 대해 '별로'라고 깎아내렸다. 실무진 버전은 박 전 대통령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등 양대 선거를 거치며 국민에게 공약해 온 내용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 앞에서 초안 속 '복지 관련 서비스 통합' '고용 창출' 등에 관한 문구를 읽으며 "이런 내용이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평가절하했다. 잔뜩 주눅 든 정 전 비서관이 역대 대통령 취임사도 초안과 비슷한 구성이라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최씨는 재차 "짜깁기다" "하나도 쓸모없다"고 폄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월권 행사를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물론 제지하지도 않았다.
대통령 취임사는 새 정부 5년의 청사진을 담는다. 최고 권력자의 집권 구상과 국정 철학이 압축돼 있다. 단순한 연설문 그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런 취임사 작성에 박 전 대통령은 지극히 사적 관계인 최순실씨를 아무 거리낌 없이 참여시켰다. 공식 실무진이 작성한 초안을 쓸모없는 종잇장으로 만든 최씨.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구축' 등과 관련한 핵심 내용을 정립했다. 이 중 취임사 순서로도, 중요도로도 첫 번째였던 경제부흥은 최씨의 즉흥적인 발언이 거의 그대로 취임사에 반영됐다 해도 무방하다.
최 나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 여기서 넣을 게 뭐가 있어요? 그걸 이렇게 넣고 가면 될 것 같은데, IT 강국 그걸….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key)를 과학기술·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
박 그게 핵심이에요.
최 그게 핵심이다, 그걸 넣어 경제부흥…. (중략) 제가 보기에는 취임날엔 잔잔한 얘기보다 큰 테두리를 가지고 팍팍 꽂히는 얘기로. '내가 이런 걸 어떻게 만들어가고 국민에게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그런 게, 굉장히 강한 메시지가 나가야지, 이건(초안은) 지금 너무 아니에요. (중략) 나는 경제부흥 일으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21세기에는 IT와 경제, 정보통신 분야, 그다음 '미래창조' 얘기한 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우리 경제 나아가야 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경제부흥, 과거하고 패러다임 바뀌었듯이 지금은 그런 과학적인 미래창조과학부 어떻게 해 나가겠다는 것 구체적으로 쓸 필요 있어요.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가…. 빌 게이츠 하나로도 세계가 밥을 벌어먹고 나라가 자산이 높아질 정도로 그렇지 않냐. 사람 하나 키우는 것이, 미래 산업을 키우는 것이 굉장한 국가적인 자산이고 경쟁력 있는 시대에 왔기 때문에 나는 그런 거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런 인재와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단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고 지금은 그걸 실천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사실 경제부흥 얘기를 여기서 잡다하게 안 해도 IT 경쟁력, 빌 게이츠 얘기 하나만 해서 우리나라가 그런 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굉장한 거잖아요. 그런 꽂히는 얘기를 좀 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이날 최씨의 발언은 며칠 후인 2013년 2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 전 대통령이 천명한 취임사에 실제로 반영됐다. 다음은 박 전 대통령의 2월25일 취임사 일부다
첫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개인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인재들을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로 키워 미래 한국의 주축으로 삼겠습니다.
앞서 검찰이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 담긴 다른 녹음파일을 분석해 2017년 12월 공개한 바에 따르면, 경제부흥이란 키워드를 처음 만들어낸 이도 바로 최씨였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이 최씨 입에서 탄생한 것이다.
자기 말 안 적는 정호성에게 호통치기도
성격이 직선적인 데다 확신에 차 있던 최씨는 박 전 대통령 말까지 자르며 논의를 주도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천천히 해야 된다" "잘(조심해서) 얘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근 중 이렇게 직언할 수 있는 이는 최씨 외에 거의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되기 전 장관과 청와대 수석 등의 대면 보고도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녹음파일을 들어보자.
박 그러니까, 그, 성공했기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성공한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국민이 많아지면 대한민국이 행복한 거고 또 대한민국이 성공하는 거다.
최 대통령님, 좀 천천히 해야 돼요.
(중략)
박 단군 할아버지가 얘기한 게(홍익인간, 이화세계 등 고조선 건국이념) 이렇게 지금 맞아 들어가고 있지 않나. 그 얘기를 살짝 하는 게 어때요.
최 잘 얘기하셔야….
박 잘못하면 종교 또….
또 박 전 대통령이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추상적인 표현을 늘어놓으면 어김없이 최씨가 끼어들었다.
박 교육이 자기의 꿈과 끼를 이렇게 발견하고 그 진로를 찾을 수 있는 행복교육이 되면 또 그걸로 평가를 받는 그런 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 그리고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거란 거죠. 왜냐면 창의력과 아이디어와.
최 (말을 자르며) 그렇지, 경제를 잘하려면 아이디어와 사람을 키워야…. 그게 바탕이 없으면 그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기본이 교육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이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중점적으로, 경제부흥의 가장 기본적인 틀로 그것을 바꿔보려고 한다. 말 하나를 써도 그렇게 멋있게 쓰는 게 낫지. 지금 (박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게 그거잖아. IT강국과 미래창조를 하고 경제부흥을 일으키시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라는 것 아냐. 사람인데, 어떤 사람이냐면 자기의 끼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발휘했는데 스펙 쌓기나 그런 게 아니라 능력….
박 학벌이 아니라 능력….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지시를 하는 대목도 있다.
박 그러니까 이거네.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다음 편안한 평국.
최 부국, 정국, 평국. 또 하나는 그럼 뭐라고….
박 이건 꼭 할 건 아니고….
최 정국이 평국 아닌가요?
박 정국이 바른 거죠, 바른 거.
최 평국은?
정 (조심스럽게) 문화나 이런 건 평국에 좀 가까울 수 있습니다.
최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 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좀 상의를 해 보세요.
박 예예예.
(중략)
최 내일 어떻게 발표하실 거 좀 정리를 해 줘야 될 것 같은데, 얘기 안 하셨죠?
박 거기만 안 했어요.
최 하아(한숨)….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정 전 비서관은 그야말로 '고래 사이에 낀 새우'였다. 정 전 비서관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함께 1998년 4월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보좌하며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다. 그러나 녹음파일 속 정 전 비서관은 잔뜩 얼어 대화에 자유롭게 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씨로부턴 '정 과장'으로 불리며 최씨 지시를 실시간으로 이행하는 등 부하 직원 같은 취급을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최 딱 심플하게 해 보라 그러세요. 김팀(대통령 취임식장 디자인 담당자로 추정)한테 전화 한번 해 봐.
정 예.(바로 전화)
김팀 여보세요?
정 김팀, 잠깐만요.(최씨에게 전화 바꿔줌)
최 (김팀에게) 여기 청와대 기와 있잖아요. 두 개 넣는 건가요. 하나만 딱 넣어가지고 양 가장자리 날개 있는 거 심플하게 만들어 보라 그러신 거 한번 해 보세요.
(중략)
최 두 페이지씩 만들면 충분하지. 경제부흥을 2.5, 그다음에 국민행복을 2.5, 그다음에 자랑스러운 걸 2.5 하면 7.5잖아. 앞뒤로 하면 되겠네. 북한 프로세스 그걸 1.5 정도 하고, 여길 1.5 하면 되겠다. 그러니 경제부흥을 좀 많이 해야 되지 않겠어?
정 예. 그게 또 하다 보면 혹시 또….
최 그러니까 정 과장이 일정을 정해 놓고 해야 된다니까. (중략) 그러니까 정 과장님, 페이지를 안 정해 놓고 하면 말이야 이런 일이 생긴다고 늘어지는 결과가. 내가 경제 쪽에서 2페이지 쫙 마감하고 그다음에는 2페이지 정도 이걸 넘어가고 그다음에 2페이지 넘어가야지 압축이 되지. 페이지 꼭지 정해 놓지 않으면 이렇게 늘어져서 이상한 말을 앞뒤에 갖다 붙이고 억지로 되는 페이지가 나오니까. 딱딱 해서. 맞춰놓으세요.
정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씨는 간간이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의 발언을 받아 적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묵인했다.
최 (취임사 관련 메시지를 늘어놓다가 가만히 있는 정 전 비서관을 발견하고 답답해하며) 좀 적어요.
정 예.
(중략)
최 그런 말을 넣어야 된다니까. 못 적었지?
정 받아썼습니다.
(중략)
최 문화만 할 수 있는 가치는, 빨리 써요 정 과장님! (중략) 저 안 쓰고 있잖아. (중략) 여기서부터 써야 돼, 정 과장님. 함께하고자 한다!
崔, 검찰에 "연설문 작성 부담스러웠다"
이번 녹음파일은 박근혜 정권 출범부터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씨 입김이 국정에 반영됐던 사실을 또 한 번 입증한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박 전 대통령, 최씨와 수시로 연락하며 두 사람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 기밀 문건 등이 최씨에게 전달된 시기는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12년부터 2016년 4월까지였다. 구체적으론 2012년 30건, 2013년 138건, 2014년 2건, 2015년 4건, 2016년 6건 등 총 180건이다. 검찰 수사로 확인된 것일 뿐 실제론 더 많이, 더 오래 기밀 문건을 최씨가 받아 봤을 가능성도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최씨와의 회의나 통화 내용을 수시로 녹음했다. 그 파일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물증이 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최순실씨의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에 따르면, 최씨는 연설문 작성 개입이 정 전 비서관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수사검사가 '처음에는 어떤 경위로 대통령의 연설문 및 말씀자료에 의견을 주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이 반듯하고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다 보니까 잘하려고 제 의견을 구해서 수정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제 입장에선 수시로 연설문과 말씀자료를 보내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했다"며 "저도 제 개인적인 일정이 있는데 정 전 비서관이 수시로 자료를 보내오면 그것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고도 했다.
한편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현재는 사임)는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서 대통령에게 걸맞은 얘기를 조언한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기조를 정했다는 주장은 박 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1200만 주권자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최순실 90분 녹음파일' 전체 육성과 '13분 요약 파일' 인용 시 반드시 출처를 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튜브 '시사저널TV'를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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