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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회] 인공지능 승자독식 / 강정수

사이박사 2016. 4. 2. 18:03
인공지능 승자독식[한겨레] 
민주와 인권 | 2016/03/23 21:01 산해정
[야! 한국사회] 인공지능 승자독식 / 강정수

등록 :2016-03-23 19:20수정 :2016-03-23 19:59

국제통화기금은 세계화를 국민국가 경계를 뛰어넘는 재화와 서비스의 무역, 자본과 사람의 이동 그리고 지식의 확산으로 정의한다. 2016년 2월 매킨지 앤드 컴퍼니는 세계 경제가 막대한 데이터 이동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국가와 국가 사이를 흐르는 데이터의 양은 지난 10년 동안 45배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지금보다 9배 많은 양의 데이터가 세계 각국의 국경을 넘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통적인 세계화는 적지 않은 수의 국민 경제, 기업, 시민에게 유익을 가져다주었지만 불평등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데도 일조했다. 그렇다면 데이터가 오고 가는 디지털 세계화는 어떤 유익을 주고 불평등을 낳을까.

유럽 국가들에 의해 15세기 시작된 ‘대발견 시대’는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 패권 국가를 탄생시켰다. 17세기 초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세계의 지배자로 우뚝 섰다. 1733년 영국인 존 케이의 작은 발명품 ‘플라잉 셔틀’은 영국의 경제 지위를 강화시켰다. 플라잉 셔틀은 베틀에서 베를 짜는 노동을 인간의 영역에서 기계의 몫으로 바꾸었다. 이를 통해 당시 베틀의 노동생산성은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연관기술의 발전은 1764년 실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니 방적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현재 시각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플라잉 셔틀과 제니 방적기는 당시 영국 섬유산업이 세계 경제를 석권할 수 있었던 주요 수단이었기에 영국 정부는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노동생산성의 차이는 경제 패권을 유지케 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데이터는 디지털 세계화 시대에 특정 국민 경제 또는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열쇠다. 1998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였던 베리언과 샤피로는 <정보가 지배한다>라는 책을 통해 “전통 경제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작동한다면, 신경제를 이끄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다”라고 주장했다. 네트워크 효과는 전화, 이메일, 카카오톡처럼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규모가 증가할 때 개별 소비자의 유익도 함께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수록 해당 서비스의 매력은 증가하며, 매력 높은 서비스에 더욱 많은 이용자가 몰린다. 결국 이 서비스는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이용자를 빼앗아오는 수준으로 발전한다. 이를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승자독식 현상이라고 부른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이 이를 즐기고 있다.

승자독식은 이용자를 그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특정 서비스가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능력을 진화시키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키는 경우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포토, 넷플릭스, 우버가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용자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이들 서비스로 흐르는 데이터의 규모는 더 폭발적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는 이들 서비스의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을 살찌운다. 이렇게 진화한 기계학습은 다시 서비스를 똑똑하게 만들고, 높아진 서비스 품질은 더 많은 이용자 데이터를 빨아들인다. 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는 서비스뿐 아니라 그 내부에서 작동하는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을 빠른 속도로 진화시킨다. 나아가 해당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일반과 노동 생산성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18세기 플라잉 셔틀이 영국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영국의 세계 패권을 가능케 했다면, 21세기 이용자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세계 경제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미 미국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추격 불가능일 수 있다.

강정수 (사)오픈넷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