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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검찰의 날, 여론의 집중을 피할 수 있는 날.

사이박사 2013. 11. 15. 17:43

검찰의 선택은 이번에도 금요일이었다

경향신문 | 정희완 기자 | 입력 2013.11.15 15:58
이번에도 '금요일'이었다.

검찰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15일, 금요일에 발표했다. 주말은 평일보다 국민들의 뉴스주목도가 떨어진다. 여론의 집중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일요일에 신문이 발행되지 않아 '속보경쟁'도 한 호흡 쉬게된다. 방송도 평일보다 뉴스 분량이 적다. 종합하면, 언론을 통해 파문이 확산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금요일에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이번 수사 결과 발표는 금요일은 피하자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금요일에 중요 사건을 발표는 경우는 박근혜 정부들어 두드러진다. "금요일은 검찰의 날"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도 회자될 정도다.

지난 6월14일 금요일, 검찰은 국가정보원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고,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이 대통령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큰 파장이 예상되는 수사발표였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는지와는 별개로 정부와 여당에게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지난 9월13일 금요일 오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 지시를 내렸다. 검찰총장에 대한 장관의 진상규명 지시는 이례적이었다.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메시지다. 이날 채 전 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2주 뒤인 9월27일 금요일 오후 5시, 법무부는 채 전 총장에 대한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법무부는 "혼외 자식 의혹이 사실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여러 참고인 진술과 정황자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세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추문을 던지는 식으로 망신을 주고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압수수색·체포 영장을 집행하면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로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에서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대한 대검찰청의 감찰 결론도 지난 8일 금요일에 내려졌다. 대검찰청은 윤 지청장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을 청구했다. 반면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됐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 결정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트위터에 "어처구니 없는 일을 공개할 때에는 금요일 오후가 적시"라며 "금요일이 두려워진다"고 썼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