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슬기맑힘,뜻매김),말글책

최한기_밖으로 달리는 마음(外馳)

사이박사 2013. 1. 14. 12:17

 

 

신기통 제1권
체통(體通)
통에는 득실이 있다

기(氣)는 천지의 용사(用事)하는 바탕이요, 신(神)은 기의 덕(德)이다.
대기(大器 우주)에 함유(涵有)되어 있는 것을 천지의 신기라 이르고, 사람의 신체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형체(形體)의 신기라고 한다.
대저 하늘과 사람의 신기는 이미 내가 생명을 받은 처음부터 서로 통하고 서로 연접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떠나지 않는다. 오직 사람의 지각만은 원래 스스로 획득하는 것이라, 보는 관점에 따라 주장이 같지 아니하고, 주장에 따라 통하는 것이 또한 다르다.
심학(心學)을 한다는 사람은 마음만을 지키고 외부의 사물과 경험을 소홀히 하며, 술업(術業)을 하는 사람은 밖으로만 달리고 안을 잃는지라, (현실 사물에만 매달리고 그 근원인 마음의 신기를 무시하는 것) 하늘과 사람이 서로 통하는 것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말한다 하여도, 그것은 옛사람의 말꼬투리를 주워모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하도다, 지각(知覺)의 갈라 나누어짐이 터럭끝만한 차이에서 시작되어 잘못됨이여.
신기(神氣)를 확실히 체득(體得)한 뒤에야 바야흐로 하늘과 사람의 서로 통하는 것이 진실로 여기에 말미암고, 힘을 오로지하여 공부한 것도 여기에 달려 있으며, 지각이 가야 할 바른 길과 따라야 할 바른 법도가 곡진히 드러나고 두루 통하여 곳곳에 모두 사무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보아서 아는 것과 통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모두 나로부터 얻어지고 나로부터 행하여, 장래의 학문과 학자를 계발(啓發)하여 인도하는 데 이를 따름이다.
그런데 저 하늘과 사람의 서로 통하는 신기는 더하거나 덜 수 없고, 또한 떠나거나 초월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일 이 기를 버리고 하늘과 사람을 통하려고 궁구한다면 근거로 삼아 접촉할 것이 없고 다리를 놓아 줄 매개자도 없어, 부질없이 제 혼자 이치를 궁구한다는 문목(門目)에만 시달려 수고로울 뿐, 꼭 사용해야 할 방편(方便)에 있어서는 아무런 실속 있는 효과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뜻을 함께 하여 좋아하는 무리에게 전하여 주는 것이 기(氣)에 있으면, 하늘과 사람이 서로 통하는 도에 방해되지 않으리라.


 

 

神氣通卷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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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體通
通有得失

氣者。天地用事之質也。神者。氣之德也。大器所涵。謂之天地之神氣。人身所貯。謂之形體之神氣。夫天人之神氣。已自我生之初。相通而相接。終始不違。維人之知覺。旣是自得之物。從其所見而所主不同。從其所主而所通亦異。心學之人。守內而遺外。術業之人。外馳而內失。天人之相通。縱能言之。不過掇拾古人緖論。甚矣。知覺之歧分。謬於毫釐也。見得乎神氣。然後方知天人之相通。亶由於此。功夫之專力。惟在於此。知覺之正路。可循軌轍。曲暢傍通。無往不達。然所見所通。所作所行。皆自我得之。自我行之。至於開來學而已。若夫天人相通之神氣。不可使之增減。亦不可使之違越。如或捨斯氣。而究通天人。末由接注。無有媒妁。徒自勞於窮理之門目。無實效於須用之方便。任他傳授於同志所好之類在氣。不妨乎天人相通之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