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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부동산을 알았다

사이박사 2012. 8. 30. 16:55

노무현은 부동산을 알았다

[이태경의 고공비행]<65> 분양가 상한제가 없어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8-29 오전 11:17:16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이 시리즈로 연재하는 [대선쟁점 일문일답] 중 부동산 정책편을 주의 깊게 보았다. 부동산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이야기를 조목조목 알기 쉽게 정리해 준 좋은 글이었다. 다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면서 참여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지나치게 늦게 부활시키고 금융규제 강화에 실기하는 바람에 낭패를 겪었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에 대해서는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

홍 소장은 분양가상한제의 의의와 효과에 대해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매수 열기입니다. 매수 열기가 살아나면 가격이 오르고, 그것이 위축되면 가격이 내립니다. 1990년대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자로 하여금 기존주택을 매수하지 않고 기다리면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주었습니다. 이 기대는 기존주택에 대한 매수열기를 위축시켰고, 결과적으로 1990년대 부동산시장은 크게 안정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홍 소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1990년대 우리나라 주택가격 안정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1991년과 1997년 사이 가계소득지수가 100에서 197로 상승할 때 서울시 아파트가격지수는 100에서 103으로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정부가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되 분양가 상한제라는 안전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이 좋은 제도를 지나치게 늦게 부활시켰습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가 정말 홍 소장이 말한 것과 같은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먼저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매수 열기"라는 홍 소장의 평가는 지나치게 단선적이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생산가능인구, 도시화 정도, 산업구조의 변화, 각종 거시경제(금리, 환율, 무역수지, 경제성장률, 1인당 실질구매력, 실질 GDP, 실업률 등)지표, 토지 및 주택 수급 등의 요소들에 의해 큰 틀에서 결정된다. 거기에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미친다. 주택 가격도 당연히 위에서 열거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 프레임'은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대평가하고,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마음대로 결정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극단적인 공급자 우위의 비현실적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참여정부 내내 지속된 고분양가 행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의 창궐로 말미암아 부동산 가격이 버블 세븐 위주로 상승했고, 그 결과 공급자들이 기존의 분양가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시세 보다 한참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해도 이를 시장에서 구매할 수요가 형성되었던 탓이다.

홍 소장이 90년대 내내 아파트 가격이 안정된 이유를 분양가 상한제로 꼽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와 가격 안정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을지언정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90년대에는 토지공개념 3법으로 상징되는 강력한 투기억제 및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장치들이 온존했고 1기 신도시 공급으로 인해 수급도 일정정도 균형을 찾은 상태였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90년대의 아파트 가격 안정을 분양가상한제의 시행에서 찾는 건 논리적 비약이다.

홍 소장이 '매수열기'의 중요성을 간파한 건 평가할 만하다. '매수열기'를 다른 말로 바꾸면 투기심리로, 이를 잠재우는 가장 좋은 정책수단은 분양가상한제가 아니라 보유세-그중에서도 토지보유세-이다.

금융규제 실기(失機)에 대한 변론

한편 홍 소장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금융규제의 실기를 들고 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확실히 참여정부는 경제의 금융화, 부동산의 금융화 경향, 부동산 영역에서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 등을 뒤늦게 깨닫는 바람에 부동산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건 비단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정부가 공통으로 범한 정책실패였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뒤늦게나마 취한 금융관리(LTV 및DTI관리)덕분에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붐 앤 버스트(BOOM AND BURST)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런 대목에 대해서는 홍 소장이 관대한 평가를 내리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홍 소장은 참여정부가 금융규제에 둔감했던 이유를 보유세 만능론에 경도됐고 사대주의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보유세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분명하지만 보유세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보유세 만능론에 경도됐던 건 아니다. 그렇게 주장한 사람이나 단체도 없다.

홍 소장의 박한 평가와는 달리 참여정부는 아니 노무현은 부동산 문제가 토지 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부세를 도입했다. 또한 노무현은 부동산 정책은 세제, 공급, 금융, 주거복지 등이 유기적이고 총체적으로 조합되지 않으면 소기의 정책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참여정부 말기에 완성된 부동산 정책이 이를 입증한다. 노무현은 누구보다 부동산을 정확히 알고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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