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버들치마을 S아파트 단지. 2010년 지어진 이 단지에선 6월 중순 전용면적 153㎡ 아파트가 8억6208만원에 팔렸다. 그런데 같은 시기 168㎡ 아파트는 3500만원가량 저렴한 8억2732만원에 매매됐다. 위치는 같은 18층이었다. 다른 조건은 같은데도 넒은 아파트가 더 낮은 가격에 팔린 ‘가격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30일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홈페이지(http://rt.mltm.go.kr)에 따르면 이처럼 덩치 큰 아파트의 ‘굴욕’이 최근 신도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강촌마을의 K아파트는 5월 말 124㎡짜리가 5억원에 팔렸는데, 6월 초엔 135㎡가 4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또 성남시 분당구의 S아파트 133㎡(6층)는 지난 4월 8억95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172㎡(15층)는 5000만원 이상 낮은 8억4000만원에 팔렸다. 면적 차이가 10평이 넘는데도 가격 역전의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산동구 마두 1동의 이정미 공인중개사는 “최근 3개월 새 대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며 “모두 씀씀이를 줄이는 상황에서 관리비며 누진 전기료 등 부담으로 찾는 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팍팍한 불황 그림자가 ‘축소지향형’ 주택 거래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1년간 매매 가격 추이를 보면 대형(135㎡ 이상)의 약세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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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통념을 깨는 건 매매뿐만이 아니다. 전셋값 실거래가의 경우 지난달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B아파트 131㎡(19층)가 3억9000만원, 164㎡(17층)가 3억5000만원을 기록해 신세가 바뀌었다. 용인시 기흥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황금알’ 대접을 받았던 대형 아파트의 공급 과잉으로 이런 기현상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2006년 전후로 건설업체가 이윤 좋은 대형을 많이 지었지만 이후 경기침체로 인기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최근엔 설계 발달로 굳이 넓은 면적이 필요 없어졌다”며 “59㎡(옛 25평)도 4베이 설계(전면에 방+방+거실+방 배치)를 통해 사용 공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나타나는 대형의 굴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 홀로 가구’의 확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전체의 25%(454만 가구)에 이른다. 2035년엔 ‘세 집에 하나꼴’로 늘어날 전망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변화와 부동산시장 침체를 함께 감안하면 당분간 중소형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황정일 기자
주택 실거래가 홈페이지 2006년부터 부동산 매매 시 ‘실거래 가격’ 신고가 의무화됐다. 아파트를 사고팔 때 계약서에 실제 대금보다 낮은 금액을 기재해(다운계약서) 탈세하는 것을 막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매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가 개설한 실거래가 인터넷 사이트(http://rt.mltm.go.kr)를 방문하면 전국 아파트·연립·단독 등의 매매·전세 가격을 쉽게 조회할 수 있다.
30일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홈페이지(http://rt.mltm.go.kr)에 따르면 이처럼 덩치 큰 아파트의 ‘굴욕’이 최근 신도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강촌마을의 K아파트는 5월 말 124㎡짜리가 5억원에 팔렸는데, 6월 초엔 135㎡가 4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또 성남시 분당구의 S아파트 133㎡(6층)는 지난 4월 8억95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172㎡(15층)는 5000만원 이상 낮은 8억4000만원에 팔렸다. 면적 차이가 10평이 넘는데도 가격 역전의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산동구 마두 1동의 이정미 공인중개사는 “최근 3개월 새 대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며 “모두 씀씀이를 줄이는 상황에서 관리비며 누진 전기료 등 부담으로 찾는 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팍팍한 불황 그림자가 ‘축소지향형’ 주택 거래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1년간 매매 가격 추이를 보면 대형(135㎡ 이상)의 약세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그래프 참조]
대마불사 통념을 깨는 건 매매뿐만이 아니다. 전셋값 실거래가의 경우 지난달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B아파트 131㎡(19층)가 3억9000만원, 164㎡(17층)가 3억5000만원을 기록해 신세가 바뀌었다. 용인시 기흥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황금알’ 대접을 받았던 대형 아파트의 공급 과잉으로 이런 기현상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2006년 전후로 건설업체가 이윤 좋은 대형을 많이 지었지만 이후 경기침체로 인기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최근엔 설계 발달로 굳이 넓은 면적이 필요 없어졌다”며 “59㎡(옛 25평)도 4베이 설계(전면에 방+방+거실+방 배치)를 통해 사용 공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푸대접’ 현상은 분양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 구역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 조합원이 몰리고 있다. 성동구의 왕십리 뉴타운 1구역은 최근 계약을 마친 조합원의 80% 이상이 중소형을 낙점했다.
최근 나타나는 대형의 굴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 홀로 가구’의 확산 때문이다. 2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1인 가구는 전체의 25%(454만 가구)에 이른다. 2035년엔 ‘세 집에 하나꼴’로 늘어날 전망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변화와 부동산시장 침체를 함께 감안하면 당분간 중소형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황정일 기자
주택 실거래가 홈페이지 2006년부터 부동산 매매 시 ‘실거래 가격’ 신고가 의무화됐다. 아파트를 사고팔 때 계약서에 실제 대금보다 낮은 금액을 기재해(다운계약서) 탈세하는 것을 막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매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국토해양부가 개설한 실거래가 인터넷 사이트(http://rt.mltm.go.kr)를 방문하면 전국 아파트·연립·단독 등의 매매·전세 가격을 쉽게 조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