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다스리기)/외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의결 비판

사이박사 2012. 6. 29. 11:45

“김장훈, ‘독도는 우리땅’ 하면 뭐하나…
군사협정 체결하는 정부가 있는데”

등록 : 2012.06.28 21:08 수정 : 2012.06.29 10:24

김관진 국방부 장관(왼쪽)과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이 2010년 1월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실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일 군사정보협정 ‘몰래 의결’
“MB정부 ‘뼛속까지 친일’ 확인…일 군국주의 부활 부추겨”
“비밀부친 을사늑약 망령 떠올라” “일본 영향력 커질 것”
시민단체 등 거센 반발…민주적 절차 무시도 도마에

일본 우익의 위안부 소녀상 ‘말뚝 테러’로 반일감정이 고조된 가운데 정부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몰래 의결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명박 정부의 친일 성향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 “을사늑약의 망령이 떠오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8일 성명을 내어 “이명박 정부는 일본 우익보다 더 큰 모욕을 우리 국민과 위안부 피해자에게 줬다”며 “위안부 문제에도 법적 해결이 아닌 인도적 해결만 운운하더니 날치기 군사협정을 강행해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정체성을 확인시켰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트위터에 “일본을 위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한 매국 이명박-새누리 정권”이라고 비난했고, 박찬종 변호사는 “왜 쉬쉬하며 비공개하는가? 해괴하다”며 “어째 1905년 ‘을사늑약(보호조약)’을 비밀에 부쳤던 망령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니 그의 시각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는 미국 외교전문이 지난해 9월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또 이 대통령이 2008년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당시 후쿠다 야스오 총리에게 “기다려 달라”(hold back)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주일 미 대사관의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친일파 청산 노력’에 대한 내용을 빼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 “핵무장 일본에 기밀 갖다 바치는 일” 협정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일본에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의 약어로 기계가 아닌 사람을 통해 수집한 정보) 등 핵심 군사기밀을 갖다 바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일본 자위대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를 우리는 빤히 알고 있기 때문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김장훈씨 같은 사람들이 제 돈 내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아무리 광고하면 뭐 합니까? 일본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또 주장할 걸 알면서도 군사협정 체결하는 정부가 있는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번 협정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일본의 영향력을 키울 위험성이 크다”며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이번 협정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하나도 급할 것이 없고 최대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안을 정식으로 논의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천 민주당 의원은 “헌법 제60조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며 “군사정보조약인데도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겠다는 이 정부는 위헌정부”라고 비판했다.

이경미 윤형중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