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자각의 용광로…‘새 민주주의’ 만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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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앞 ‘밤샘 만민공동회’ 열기 쓰레기 줍기등 작지만 큰 헌신 감동
40여일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는 언제나 예상 밖이었다. 참여한 이, 지켜본 이 모두 놀랐다. 지난 10일 집회가 모든 이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것은 21년 만에 모인 최대 인파 때문만이 아니다. 2008년 6월의 ‘촛불항쟁’은 1987년 민중항쟁이 이뤄낸 민주주의에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정치와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광장은 시민들이 토론하고 소통하고 서로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거대한 민주주의의 배움터였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알려진 컨테이너 벽 앞에선 지난 10일 자정께부터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스티로폼을 쌓아서 벽을 넘을지 말지를 두고, “폭력시위라는 오해를 받는다”는 쪽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수시간의 논쟁 끝에 ‘스티로폼 연단을 쌓아 의지만 보여주자’는 결론이 났고, 시민들은 이에 흔쾌히 승복했다. 무려 50만명이나 되는 인파가 모인 시위가 불상사 없이 끝난 데는, 이렇듯 시민들 스스로 참여해 의사결정을 하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김성조(41)씨는 “지도부가 있었던 87년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풍경”이라고 감개무량해했다. 토론과 참여는 촛불집회 초기부터 싹텄다. 지난 5일 저녁 시작된 72시간 국민행동 때도 시청앞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토론이 이어졌다. 만민공동회를 떠올리게 하는 소규모 집회도 무수히 열렸다. 경찰과 대치할 때는 시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비폭력’을 주장하는 다수가 분노한 소수를 설득해냈다. 현장 경비를 맡은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시민들이 새로운 시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집회 현장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자발성과 수준 높은 질서의식도 주목할 만하다. 주최 쪽이 다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을,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발적으로 나누어 해냈다. 유인물과 양초를 스스로 준비해 나눠줬고, 시민기자단과 의료지원단도 스스로 꾸려 활동했다. 둘셋씩 짝지어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중·고·대학생들은 시민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10일 밤 태평로에서 만난 고등학생 성아무개(17)군은 “지금 여기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게 있는 것 같아 나왔다”며 “여기서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다른 학생들이 쓰레기를 줍는 걸 보고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이나 직장동료 등 씨줄날줄의 각종 모임의 참가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세대·지역·계층간 융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심지어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가 등장하는 집회였지만 부모와 자녀의 공존이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한겨레 관련기사]
▶“계속 촛불”-“지켜 보자” ‘집단 지성’ 시동 |
기사등록 : 2008-06-11 오후 07:19: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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