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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군중의 출현] (上) 온라인서 걸어나와 ‘오프라인’을 흔들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6.08 22:34
촛불집회는 이명박 정부를 식물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정치는 촛불의 물결 속에서 익사직전이다. 더 큰 문제는 격류에 휩쓸려가면서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촛불집회 풍경을 보자. 맨 앞에선 물대포를 맞고 있는데 뒤에선 둘러앉아 기타를 치고 논다. 밤이 깊어지면 캔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0%AF%B8%F0%C2%F7&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여럿 보인다. 언제부턴가 군복을 꺼내 입은 예비군 아저씨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그들에게 '유모차 부대' '오빠 부대'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주말 낮에는 도시락으로 싸온 김밥을 나눠먹는 연인들도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미친소 반대"를 외친다. 그 옆에서 다른 무리는 "이명박 아웃"을 연호한다. 저 멀리서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구호도 들린다. 구호들 사이의 간격은 넓고도 크다.
참가자들은 A4 크기의 피켓을 들고 나온다. "우리 만난 지 100일, 헤어져 이제" "촛불 내 돈 주고 샀다"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 있단 말이에요"…. 각자 만들어온 종이 피켓들에선 비장감 대신 명랑함이 가득하다. 중간중간 욕설을 담은 글귀도 보인다.
낯선 시위대를 상대하는 경찰들도 곤혹스럽다. "여러분의 시위는 불법시위입니다"고 방송하면 뜬금없이 "노래해, 노래해"로 맞대응한다. 경찰 진압에 시위대 분위기가 격앙될 때면 어김없이 "비폭력" "비폭력"이 울려퍼진다. 경찰서에 연행되는 일도 이들에겐 '1박2일 닭장차 투어'일 뿐이다.
시위인지 축제인지 분간이 안 되는 이상한 집회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매일 저녁 벌어지고 있다.
촛불집회에는 지도부가 없다. 150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집회를 주관하고 있긴 하지만 집회 지도부가 아니라 집회장에 모인 군중을 대표하는 창구라고 보는 게 맞다.
집회장에는 대형 깃발이나 플래카드, 스피커 등이 없다. 조직이나 동원, 정치구호 등에 대한 참가자들의 거부감은 예상보다 강하다. 참가자들은 광우병대책회의 측에 마이크 사용을 자제하라고 요구했으며 '다함께'라는 정치조직이 선무차량을 끌고 나오자 이를 막았다. 시위대는 느슨해 보이지만 때론 단호하다. 차이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권위에 대해서는 냉소적이다.
시위대는 단일한 대오가 아니라 수많은 방향에서 접속한 네트워크에 가깝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끼리 공감하는 내용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게시판 글들과 현장 참가자들 얘기를 종합해 보면, "굴욕협상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가 먹을 쇠고기를 왜 정부 맘대로 선택하느냐" "이명박 대통령이 싫다" "여기 나오면 재미있다" 등이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집회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하나의 이슈로 1개월 이상 도심집회를 끌고 가는 일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촛불집회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어도 시위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발랄하고 명랑한 상상력, 깃발과 조직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네트워크형의 느슨한 연대 등은 이번 집회 참가자들이 비정치적이라는 걸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비정치적이었던 사람들이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가장 정치적인 힘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 연이어 승리한 보수세력들은 촛불집회를 보면서 배후를 운운하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로 규정한다. "촛불을 누구 돈으로 샀는지 궁금하다"(이명박 대통령)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과 서민, 어려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참가한 것 같다"(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0%CC%BB%F3%B5%E6&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국민들이 전문가 얘기보다는 연예인 얘기를 더 많이 믿는다"(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0%FC%BF%A9%BF%C1&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등의 발언은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준 대중의 우매함을 질타하던 진보진영이나 민주세력은 입장을 확 바꿔 '위대한 시민'을 칭송하면서 함께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싫어"를 외치는 이 새로운 군중이 야당 지지로 몰려가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과 어떻게 대화할지 모르는 것은 야당이나 여당이나 진보나 보수나 다 마찬가지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독문학)는 이런 혼란을 "시민들은 탈근대에 가 있고, 운동권은 근대에 서서 영문을 몰라 하고 있고, 정부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초선인 김성태 의원도 지난 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관점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대중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B3%EB%B9%AB%C7%F6&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소통구조가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옛날처럼 수직적 구조의 관점에서 촛불문화제를 지켜본다. 그러니 제대로 된 시국수습방안이 나오겠나?"
문제는 쇠고기만이 아니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7%D1%B9%DD%B5%B5+%B4%EB%BF%EE%C7%CF&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한반도 대운하, 수도물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0교시 수업 등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많은 정책들이 쇠고기 문제처럼 촛불집회를 통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를 넘지 않고는 정치를 하기 어렵게 됐는데, 도무지 저 촛불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상황이다.
탐사기획팀 최현수 팀장, 김남중 우성규 이도경 기자, 이민옥 한영롱 대학생 인턴기자, 사진=호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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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풍경을 보자. 맨 앞에선 물대포를 맞고 있는데 뒤에선 둘러앉아 기타를 치고 논다. 밤이 깊어지면 캔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미친소 반대"를 외친다. 그 옆에서 다른 무리는 "이명박 아웃"을 연호한다. 저 멀리서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구호도 들린다. 구호들 사이의 간격은 넓고도 크다.
참가자들은 A4 크기의 피켓을 들고 나온다. "우리 만난 지 100일, 헤어져 이제" "촛불 내 돈 주고 샀다"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 있단 말이에요"…. 각자 만들어온 종이 피켓들에선 비장감 대신 명랑함이 가득하다. 중간중간 욕설을 담은 글귀도 보인다.
낯선 시위대를 상대하는 경찰들도 곤혹스럽다. "여러분의 시위는 불법시위입니다"고 방송하면 뜬금없이 "노래해, 노래해"로 맞대응한다. 경찰 진압에 시위대 분위기가 격앙될 때면 어김없이 "비폭력" "비폭력"이 울려퍼진다. 경찰서에 연행되는 일도 이들에겐 '1박2일 닭장차 투어'일 뿐이다.
시위인지 축제인지 분간이 안 되는 이상한 집회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매일 저녁 벌어지고 있다.
촛불집회에는 지도부가 없다. 150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집회를 주관하고 있긴 하지만 집회 지도부가 아니라 집회장에 모인 군중을 대표하는 창구라고 보는 게 맞다.
집회장에는 대형 깃발이나 플래카드, 스피커 등이 없다. 조직이나 동원, 정치구호 등에 대한 참가자들의 거부감은 예상보다 강하다. 참가자들은 광우병대책회의 측에 마이크 사용을 자제하라고 요구했으며 '다함께'라는 정치조직이 선무차량을 끌고 나오자 이를 막았다. 시위대는 느슨해 보이지만 때론 단호하다. 차이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권위에 대해서는 냉소적이다.
시위대는 단일한 대오가 아니라 수많은 방향에서 접속한 네트워크에 가깝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끼리 공감하는 내용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게시판 글들과 현장 참가자들 얘기를 종합해 보면, "굴욕협상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가 먹을 쇠고기를 왜 정부 맘대로 선택하느냐" "이명박 대통령이 싫다" "여기 나오면 재미있다" 등이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집회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하나의 이슈로 1개월 이상 도심집회를 끌고 가는 일은 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촛불집회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어도 시위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발랄하고 명랑한 상상력, 깃발과 조직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네트워크형의 느슨한 연대 등은 이번 집회 참가자들이 비정치적이라는 걸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비정치적이었던 사람들이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가장 정치적인 힘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선과 총선에 연이어 승리한 보수세력들은 촛불집회를 보면서 배후를 운운하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들로 규정한다. "촛불을 누구 돈으로 샀는지 궁금하다"(이명박 대통령) "일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과 서민, 어려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참가한 것 같다"(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0%CC%BB%F3%B5%E6&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국민들이 전문가 얘기보다는 연예인 얘기를 더 많이 믿는다"(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0%FC%BF%A9%BF%C1&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등의 발언은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준 대중의 우매함을 질타하던 진보진영이나 민주세력은 입장을 확 바꿔 '위대한 시민'을 칭송하면서 함께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이명박 싫어"를 외치는 이 새로운 군중이 야당 지지로 몰려가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과 어떻게 대화할지 모르는 것은 야당이나 여당이나 진보나 보수나 다 마찬가지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독문학)는 이런 혼란을 "시민들은 탈근대에 가 있고, 운동권은 근대에 서서 영문을 몰라 하고 있고, 정부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초선인 김성태 의원도 지난 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관점의 전환을 촉구했다. "김대중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B3%EB%B9%AB%C7%F6&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소통구조가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옛날처럼 수직적 구조의 관점에서 촛불문화제를 지켜본다. 그러니 제대로 된 시국수습방안이 나오겠나?"
문제는 쇠고기만이 아니다. 검색하기 href="http://search.daum.net/search?w=tot&q=%C7%D1%B9%DD%B5%B5+%B4%EB%BF%EE%C7%CF&nil_profile=newskwd&nil_id=v20080608223406812" target=new>한반도 대운하, 수도물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0교시 수업 등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많은 정책들이 쇠고기 문제처럼 촛불집회를 통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를 넘지 않고는 정치를 하기 어렵게 됐는데, 도무지 저 촛불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상황이다.
탐사기획팀 최현수 팀장, 김남중 우성규 이도경 기자, 이민옥 한영롱 대학생 인턴기자, 사진=호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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