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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회창 ‘국민께 드리는 말씀’ 곳곳 모순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는 꽤 장황한 내용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읽었다. 그는 정계 은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출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불확실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바로잡기 △좌파정권 10년 종식 △법 기강 세우기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내세운 출마 명분은 대부분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다. 또 지나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대북 정책=이 전 총재는 이날 “북핵 폐기와 무관하게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을 비판했다. 이 전 총재의 대결주의적 대북관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실용적 대북관에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남북 경협 및 대북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후보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이나, 한나라당의 ‘평화비전’도 이 전 총재가 인식하는 것과 달리 ‘핵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전 총재의 대북 원칙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전 총재가 말한 “북핵 폐기와 무관하게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부분은, 한나라당이 남북 경협이 아닌 식량·의약품 원조 등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북핵 폐기와 상관없이 지원하겠다는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핵폐기 없이는 북한의 대북 지원을 모두 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현재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및 금강산·백두산 관광 등 활발한 남북 교류를 통해 진행된 남북 화해 무드를 냉전시대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하며 6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총재의 이러한 대북관은 본인이 회견문에서 말한 ‘한-미 동맹 강화’와 모순돼 미국의 대북정책을 반대하는 꼴이 된다.
■ 좌파정권 종식=이 전 총재는 연설문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좌파정권 종식”이란 말을 반복했다. 이는 ‘잃어버린 10년’과 함께 한나라당 및 보수층의 구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현 정부가 좌파인지, 그리고 ‘좌파정권 종식’이 그의 출마 명분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정일 경희대 교수는 “보수 세력에서 ‘좌파정권 종식’ 구호를 들고 나오는데, 정확하지도 않고 대단히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국민기만적 구호”라며 “국민의정부-참여정부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노력한 부분도 있는데 시대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도 “참여정부를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자유무역협상(FTA), 비정규직법 통과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 등을 보면, 좌파정부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 법 기강 확립=이 전 총재는 ‘법대로’라는 예전의 별명을 상기시키듯 ‘법치혁명을 이뤄내겠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해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드러난 현상을 강압적으로 억누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연설문 다음 단락에서는 “힘없는 약자, 저소득층, 소외된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이라고 말해 묘한 모순을 던져주고 있다. 또 “사회 곳곳의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봉합하는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엄단’만 강조했다.
■ 한나라당 탈당=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탈당의 소회를 언급하면서,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나름대로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고자 고민하고 노력도 했으나, 거대한 당 체제 안에 안주하고 자만에 빠졌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자칫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당에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이 전 총재는 또 연설문에서 “지난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혈혈단신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그는 그때 대대적인 당의 환영 속에 전국구 1번을 받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함께 데리고 들어왔다. 이를 그는 ‘혈혈단신’으로 표현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대부분의 당직자들이 감정적으로 분해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그는 끝내 당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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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7일 (수) 22:41 한겨레
사실관계 틀리거나 시대상황과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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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는 꽤 장황한 내용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읽었다. 그는 정계 은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출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불확실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바로잡기 △좌파정권 10년 종식 △법 기강 세우기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내세운 출마 명분은 대부분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다. 또 지나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대북 정책=이 전 총재는 이날 “북핵 폐기와 무관하게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을 비판했다. 이 전 총재의 대결주의적 대북관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실용적 대북관에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남북 경협 및 대북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후보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이나, 한나라당의 ‘평화비전’도 이 전 총재가 인식하는 것과 달리 ‘핵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전 총재의 대북 원칙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전 총재가 말한 “북핵 폐기와 무관하게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부분은, 한나라당이 남북 경협이 아닌 식량·의약품 원조 등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북핵 폐기와 상관없이 지원하겠다는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핵폐기 없이는 북한의 대북 지원을 모두 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현재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및 금강산·백두산 관광 등 활발한 남북 교류를 통해 진행된 남북 화해 무드를 냉전시대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하며 6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총재의 이러한 대북관은 본인이 회견문에서 말한 ‘한-미 동맹 강화’와 모순돼 미국의 대북정책을 반대하는 꼴이 된다.
■ 좌파정권 종식=이 전 총재는 연설문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좌파정권 종식”이란 말을 반복했다. 이는 ‘잃어버린 10년’과 함께 한나라당 및 보수층의 구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현 정부가 좌파인지, 그리고 ‘좌파정권 종식’이 그의 출마 명분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정일 경희대 교수는 “보수 세력에서 ‘좌파정권 종식’ 구호를 들고 나오는데, 정확하지도 않고 대단히 무책임하고 정략적인 국민기만적 구호”라며 “국민의정부-참여정부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노력한 부분도 있는데 시대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도 “참여정부를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자유무역협상(FTA), 비정규직법 통과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 등을 보면, 좌파정부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 법 기강 확립=이 전 총재는 ‘법대로’라는 예전의 별명을 상기시키듯 ‘법치혁명을 이뤄내겠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의 도로를 점령해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드러난 현상을 강압적으로 억누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연설문 다음 단락에서는 “힘없는 약자, 저소득층, 소외된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이라고 말해 묘한 모순을 던져주고 있다. 또 “사회 곳곳의 갈등을 치유하고 분열을 봉합하는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엄단’만 강조했다.
■ 한나라당 탈당=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탈당의 소회를 언급하면서,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나름대로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고자 고민하고 노력도 했으나, 거대한 당 체제 안에 안주하고 자만에 빠졌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자칫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이 아닌 당에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이 전 총재는 또 연설문에서 “지난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혈혈단신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그는 그때 대대적인 당의 환영 속에 전국구 1번을 받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함께 데리고 들어왔다. 이를 그는 ‘혈혈단신’으로 표현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대부분의 당직자들이 감정적으로 분해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그는 끝내 당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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