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붐은 '7분'이 꽃피웠다.
글쓴이 류수근
우리는 한 사람의 순간적인 판단과 행동에 의해 역사의 물줄기가 뒤바뀌는 경우를 역사 속에서 드물지 않게 접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만약 그때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가정을 해보곤 합니다.
지난 2000년 '쉬리',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빅히트와 함께 일본 열도에 불기 시작한 '한류(韓流)' 바람.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처럼 장기간 '한류 열풍'으로 온통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 '쉬리'와 'JSA'의 개봉을 직접 지켜본 필자는 당시 일본인들로부터 "영화 정말 실감나더라." "이영애 정말 예쁘더라." "송강호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는 등의 칭찬을 들으며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졌습니다. 그러나 찬사 끝에 붙곤 하던 곁말에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과 기타쵸센(北朝鮮: 일본에서 북한을 일컫는 말)의 절박한 상황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기타쵸센은 무서운 존재다."라는 등 남북 대치상황과 관련된 얘기였습니다.
'쉬리'와 'JSA'가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데는 무엇보다 영화가 완성도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이겠지만 남북의 대치상황에 대한 일본인의 호기심과 북한에 대한 적대감 등이 작용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2003년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방송되면서 불어 닥친 '한류붐'의 확산과 절정 분위기는 필자에게 '쉬리'나 'JSA' 때와는 확연히 다른 감회를 주었습니다.
'겨울연가'의 주제는 남과 북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인에게 공통주제일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브라운관 속 '가상의 주인공'들이 일본인들, 특히 외로운 중년 여성들의 마음에 현실로 자리잡는 데는 한 연기자의 순간적인 판단과 사려깊은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배용준이 일본팬과 처음 만난 공항에서의 7분간'. 바로 브라운관에서만 흐르던 드라마 속 '가상의 이미지'를 '현실의 이미지'로 바꾸면서 '일체화'하는 데 성공한 '역사적인 이정표'였습니다.
2004년 4월3일 오후 도쿄 하네다 공항, '겨울연가'속의 준상 역으로 일본 안방팬을 사로잡은 배용준이 일본에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공항밖에는 5000여 명의 팬이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죠.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꽤 많은 팬이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됐지만 이처럼 인산인해를 이룰 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었습니다.
이럴 경우 일본의 톱스타들은 무표정하게 총총히 공항을 빠져나가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공항 앞에 대기한 승용차에 황급히 올라탄 뒤 팬들에게 특별한 반응없이 홀연히 떠나곤 했죠. 물론 차창은 굳건히 닫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배용준은 달랐습니다. 잠시 관계자들과 상황을 점검한 뒤 공항 밖으로 모습을 나타낸 그는 팬들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하고
승용차에 올랐고, 창문을 열고 선그라스 너머로 미소를 머금은 채 연방 손을 흔들며 팬들 사이를 서서히 미끄러지듯 빠져나갔습니다. 이 시간은 전부 합쳐 7분정도였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의 지상파 TV방송들은 곧바로 배용준의 첫 방문소식을 되풀이 해서 일제히 방송했습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은 누구랄 것 없이 "팬들을 아끼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너무 예의바르고 멋졌다" "드라마 속 준상의 이미지와 실제 배용준의 모습은 같았다"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습니다.
일본의 지상파TV는 우리와 달리 24시간 방송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장면을 당일은 물론 몇일동안 반복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장시간 대담식 오락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는 화제거리나 사건장면을 재탕 삼탕하면서 설명하고 분석하는 게 시간메우기도 좋고 제작비도 저렴하죠.
'겨울연가' 속에서 현실세계로 왕자처럼 등장한 배용준의 모습은 일본 전역의 중년여성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에도 배용준은 팬들을 '가족'이란 말로 부르며 어떻게든 만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언제나 깍듯이 인사하고 손을 흔들며 변함없이 미소 지었습니다. 자신을 만나러 왔다가 사고를 당한 팬들을 위해서는 병원비를 전액 부담하고 일일이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사진을 선물하는 정성도 기울였습니다.
이같은 이미지 만들기는 '공항에서의 7분'이 있었기에 일관되게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배용준 이후에 일본에 진출한 여러 스타들도 이 '7분의 영향'을 직ㆍ간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배용준이 당시 공항에서 여느 일본의 스타들처럼 창문을 닫은 채 밋밋한 표정으로 서둘러 공항을 떠났다면 어땠을까요?
그랬어도 일본 언론들은 일관되게 배용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을까요? 물론 ‘겨울연가’의 성공에 힘입어 배용준에 대한 인기는 꽤 높았겠죠. 그러나 필자는 7년째 일본을 취재하며 느낀 경험으로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절대적인 인기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거죠. 행사장에서나 깍듯이 예의를 다하는 화제의 외국 스타쯤으로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배용준은 지난해 4월과 11월에 이어 이달 말 세 번째로 일본을 공식 방문합니다. 벌써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습니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예비 한류스타'들이라면 그의 '7분간의 사려깊은 대처'를 소중한 교훈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첫 인상이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류는 이미지입니다.
[초롱이님 자료 펌]
글쓴이 류수근
우리는 한 사람의 순간적인 판단과 행동에 의해 역사의 물줄기가 뒤바뀌는 경우를 역사 속에서 드물지 않게 접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만약 그때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가정을 해보곤 합니다.
지난 2000년 '쉬리',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의 빅히트와 함께 일본 열도에 불기 시작한 '한류(韓流)' 바람.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처럼 장기간 '한류 열풍'으로 온통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 '쉬리'와 'JSA'의 개봉을 직접 지켜본 필자는 당시 일본인들로부터 "영화 정말 실감나더라." "이영애 정말 예쁘더라." "송강호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는 등의 칭찬을 들으며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졌습니다. 그러나 찬사 끝에 붙곤 하던 곁말에 한국인으로서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과 기타쵸센(北朝鮮: 일본에서 북한을 일컫는 말)의 절박한 상황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기타쵸센은 무서운 존재다."라는 등 남북 대치상황과 관련된 얘기였습니다.
'쉬리'와 'JSA'가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데는 무엇보다 영화가 완성도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이겠지만 남북의 대치상황에 대한 일본인의 호기심과 북한에 대한 적대감 등이 작용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2003년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방송되면서 불어 닥친 '한류붐'의 확산과 절정 분위기는 필자에게 '쉬리'나 'JSA' 때와는 확연히 다른 감회를 주었습니다.
'겨울연가'의 주제는 남과 북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인에게 공통주제일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브라운관 속 '가상의 주인공'들이 일본인들, 특히 외로운 중년 여성들의 마음에 현실로 자리잡는 데는 한 연기자의 순간적인 판단과 사려깊은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배용준이 일본팬과 처음 만난 공항에서의 7분간'. 바로 브라운관에서만 흐르던 드라마 속 '가상의 이미지'를 '현실의 이미지'로 바꾸면서 '일체화'하는 데 성공한 '역사적인 이정표'였습니다.
2004년 4월3일 오후 도쿄 하네다 공항, '겨울연가'속의 준상 역으로 일본 안방팬을 사로잡은 배용준이 일본에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공항밖에는 5000여 명의 팬이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죠. '겨울연가'의 성공으로 꽤 많은 팬이 몰릴 것이라고는 예상됐지만 이처럼 인산인해를 이룰 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었습니다.
이럴 경우 일본의 톱스타들은 무표정하게 총총히 공항을 빠져나가는 것이 통례였습니다. 공항 앞에 대기한 승용차에 황급히 올라탄 뒤 팬들에게 특별한 반응없이 홀연히 떠나곤 했죠. 물론 차창은 굳건히 닫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배용준은 달랐습니다. 잠시 관계자들과 상황을 점검한 뒤 공항 밖으로 모습을 나타낸 그는 팬들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하고
승용차에 올랐고, 창문을 열고 선그라스 너머로 미소를 머금은 채 연방 손을 흔들며 팬들 사이를 서서히 미끄러지듯 빠져나갔습니다. 이 시간은 전부 합쳐 7분정도였던 기억이 납니다.
일본의 지상파 TV방송들은 곧바로 배용준의 첫 방문소식을 되풀이 해서 일제히 방송했습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은 누구랄 것 없이 "팬들을 아끼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너무 예의바르고 멋졌다" "드라마 속 준상의 이미지와 실제 배용준의 모습은 같았다"는 등의 찬사를 쏟아냈습니다.
일본의 지상파TV는 우리와 달리 24시간 방송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장면을 당일은 물론 몇일동안 반복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장시간 대담식 오락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는 화제거리나 사건장면을 재탕 삼탕하면서 설명하고 분석하는 게 시간메우기도 좋고 제작비도 저렴하죠.
'겨울연가' 속에서 현실세계로 왕자처럼 등장한 배용준의 모습은 일본 전역의 중년여성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에도 배용준은 팬들을 '가족'이란 말로 부르며 어떻게든 만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언제나 깍듯이 인사하고 손을 흔들며 변함없이 미소 지었습니다. 자신을 만나러 왔다가 사고를 당한 팬들을 위해서는 병원비를 전액 부담하고 일일이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사진을 선물하는 정성도 기울였습니다.
이같은 이미지 만들기는 '공항에서의 7분'이 있었기에 일관되게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배용준 이후에 일본에 진출한 여러 스타들도 이 '7분의 영향'을 직ㆍ간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배용준이 당시 공항에서 여느 일본의 스타들처럼 창문을 닫은 채 밋밋한 표정으로 서둘러 공항을 떠났다면 어땠을까요?
그랬어도 일본 언론들은 일관되게 배용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을까요? 물론 ‘겨울연가’의 성공에 힘입어 배용준에 대한 인기는 꽤 높았겠죠. 그러나 필자는 7년째 일본을 취재하며 느낀 경험으로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절대적인 인기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거죠. 행사장에서나 깍듯이 예의를 다하는 화제의 외국 스타쯤으로 받아들여졌을 겁니다.
배용준은 지난해 4월과 11월에 이어 이달 말 세 번째로 일본을 공식 방문합니다. 벌써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습니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예비 한류스타'들이라면 그의 '7분간의 사려깊은 대처'를 소중한 교훈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첫 인상이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류는 이미지입니다.
[초롱이님 자료 펌]
출처 : 한류열풍 사랑
글쓴이 : 벤치워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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