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분이면 초토화"..러시아가 우크라아나 침공하려는 3가지 이유
송지유 기자 입력 2021. 12. 12. 16:29 수정 2021. 12. 12. 17:23 댓글 292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군병력을 집결하면서 실제 침공할 지 여부에 국제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강력한 군사·경제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경고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고 있지만 러시아는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긴장감의 파고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군사당국이 국제 사회에 절실한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 수위를 낮춘다면 몰라도 지금 당장 각종 경제 제재를 도입해야 한다"며 "예상 침공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미국으로부터) 군사 장비 지원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 국장인 키릴로 분다노프 장군은 "서방국가의 군사 지원이 없다면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기 어렵다"며 "현재 우크라이나의 군사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으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세 무력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와 동맹이라면 서로를 도와야 한다"며 "러시아의 침공은 문명사회의 재앙"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군사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매일 야간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국경 인근으로 군병력을 옮기고 있다. 지난달 9만명으로 집계됐던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러시아 군대는 이달 12만명으로 늘었다고 미 CNN은 전했다. 여기엔 러시아 정예부대인 제4전차단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흑해에는 순항 미사일로 무장한 잠수함까지 배치했다.
지난 7일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지만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란 등과 같이 러시아의 달러 결제 접근을 막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언급하면서도, 당장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

러시아는 1990년 독일 통일을 용인하는 대가로 '나토가 더 이상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나토는 폴란드·체코 등에 이어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까지 흡수했다. 여기에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가 나토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자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이를 막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입장에선 국경선을 맞댄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이 들어오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강력한 견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한 민족'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인들 사이에선 언젠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조지아를 잇는 옛 제국을 재건하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3국이 나토에 가입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등 국제 사회에 보내는 간접적인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하며 러시아를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펴 왔다. 막대한 양의 석유·천연가스 등을 보유한 러시아를 '국가로 위장한 주유소'라고 깎아 내린 적도 있다. 푸틴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발판 삼아 국제 사회에 군사력을 강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미국이 탈레반에 쫓기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푸틴의 인식이 '강한 미국'에서 '약한 미국'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결정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당초 미국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푸틴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보다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갈등만 고조됐을 뿐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방국들이 군사 뿐 아니라 강력한 경제제재까지 거론했지만 러시아 측은 "나토의 잘못을 러시아에 떠넘기지 말라"고 강경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실제 침공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막강한 군사력에 비해 전력 전반에서 열세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군용기는 수송기를 포함해 200여대에 불과하다. 육군 역시 별다른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로버트 리 박사는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하면 짧은 시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30~40분이면 우크라이나 동부군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무기와 탄약 등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한 6000만달러(약 704억원) 규모의 군수물자 패키지를 우크라이나에 보냈지만 군 병력까지 즉시 동원할 지는 미지수다. 나토 역시 구체적인 군사 지원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세계 주요7개국(G7) 외교·개발 장관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국제사회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면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지배력 아래 두고 통제하는 것인 만큼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하면 군사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풀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